습관이 곧 삶이다 – 더 나은 변화를 만드는 법
경북 안동지역 산불 기세가 꺾여 28일 오전 5시 기준 진화율이 85%까지 올랐다.... 그동안 계속 확산하던 남후면 고하리·고상리, 풍천면 어담리, 길안면 송사리의 화선이 거의 제압됐다.... 전체 화선 171㎞ 가운데 145㎞ 화선을 잡았고 나머지 화선은 헬기 13대와 진화차, 인력을 집중적 투입해 진화하고 있다. 산불영향 구역은 9천896㏊다. 안동지역에는 밤사이 1㎜ 이하의 비가 내렸으나 산불 진화에 큰 도움이 됐다. - 연합뉴스 2025.3.28 -
뉴스 속보가 쏟아진다. 고향이 불길에 휩싸이고 있다. 털이 곤두서고 온몸이 굳는다. 친구와 친척들이 다치지 않기를, 집이 무사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산불은 멈추지 않는다. ‘집에 불이 붙었다.’ ‘창고가 불탔다.’ ‘피난소로 이동했다.’ 곳곳에서 소식이 들려온다. 산불은 동쪽으로 맹렬히 치닫더니, 결국 영덕 바닷가에 닿았다. 산불에 고깃배가 탔다면 누가 믿겠냐며 어이없어하는 어부의 인터뷰도 올라온다. 하지만 기세는 꺾이지 않는다. 아찔하고 무섭다.
내 기억 속 최초의 산불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이었다. 우리 마을은 동서남북이 모두 산으로 둘러싸인 곳이다. 어느 날, 뒷산 멀리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따뜻한 바람이 불어왔다. 잿가루와 꺼진 불티가 하늘을 흩날리며 마을까지 내려왔다. 하늘이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붉은 석양이 넘어가자 마을 뒷산 너머로 산불이 모습을 드러냈다.
산등성이를 타고 일렁이는 빨간 불꽃, 멀리서 바라본 그것은 오히려 신비로웠다. 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그것은 분명 지옥불이었으리라. 어린 내 눈에 빨간 불꽃은 그저 아름다웠다. 그러나, 부모님에게는 공포였으리라. '불이 가까이 오면 어쩌지?' '밭은?' '창고는?' '피난은 언제 가지?' 빨간 불길은 빨간 고민들로 변해있었다. 그 시절, 우리는 산불을 그저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정말 어쩔 수 없었다. 며칠이 더 지나 천금 같은 비가 내렸고 불은 자취를 감췄다.
시뻘건 산불은 결국 초등학교마저 다 태워버리고 말았다. 그 해 겨울, 자기 자리를 잃어버린 학생들은 천막으로 지어진 교실에서 수업을 할 수밖에 없었고, 이듬해 식목일에는 시커멓게 변한 산기슭에 작은 묘목 심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불의 무서움을 직접 체험한 적도 있었다. 여름날, 강에서 수영을 하며 놀던 우리.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 외쳤다. ‘불이야!’
옷과 신발을 벗어둔 그 뒤쪽 언덕. 작은 불길이 보였다. 모두가 얼어붙었다. 누군가 신발에 물을 담아 뿌렸다. 한 명, 두 명… 곧 모든 아이가 신발로 물을 퍼 날랐다. '꺼야만 한다, 끌 수도 있겠다'. 하지만 불길은 더 커졌다. 검은 연기가 치솟았다. 그때 어른들이 달려왔다. 삽으로 흙을 덮고, 양동이로 물을 끼얹었다.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날 저녁, 내 얼굴은 부풀어 올랐다. 불길 속에 타들어가던 옻나무. 그 독한 연기를 쐰 탓이었다. 다행히 직접적인 화상이 아니어서 물집은 잡히지 않았지만, 이내 온 얼굴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급한 사정에 민간요법으로 달걀노른자를 얼굴에 발랐다. 샛노랗던 노른자는 한참을 지나 얼굴에서 굳어 단단해졌고, 나의 코는 비릿하고 고소한 달걀 냄새로 가득해졌다. 시간이 더 지나 굳었던 노른자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말을 할 때마다 노른자 가루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노른자 가루가 바닥에 흩날리고 나는 또 한 겹을 덧발랐다. 그렇게 서너 개를 더 먹고 나서 잠에 들었다.
정말 아찔했던 기억은 훨씬 더 이후였다. 맞벌이 부부였던 탓에 아이들은 스스로 등하교를 해야만 했다. 화근은 곰국이었다. 끓여두고 출근한다는 것이 그만 불을 켜 둔 채 출근을 하고 만 것이다. 약한 불로 바꾸고서는 그만 깜빡 잊어버렸다. 조금씩 끓어오르던 곰국은 서서히 검은 연기가 되어 집을 채워가기 시작했을 것이다. 아이가 학교를 마치고 현관문을 열 때 즈음에는 이미 온 집안이 검은 연기로 가득했다고 한다. 깜짝 놀라 정신이 없었을 텐데도 아이는 환기를 시켰다. 검은 연기는 창밖으로 빠져나가자 이를 발견한 아파트 경비원이 달려와서 도움을 주었단다. 소식을 듣고 집에 달려왔을 때는 검은 연기는 이미 사라지고 온 집안이 연기 냄새로 가득했다. 가슴이 철렁했다. 그리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가스레인지를 인덕션으로 바꾼 후에도 뭔가 끓여야 할 때는 타이머를 설정해서 자동으로 꺼지도록 해두는 습관이 생겼다.
2024년 한 해 동안 발생한 3만 7천여 건의 화재 중 약 45% 정도는 부주의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 또한 279건의 산불의 절반 정도가 소각, 입산자 실화, 담뱃불 등 사람의 실수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스스로 자해하고, 또 삶의 터전과 자연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자신이 원인인 셈이다. 그것도 평소의 작은 습관들이 결국 우리 자신과 전체를 향한 폭력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평상시 한없는 유용함을 제공하던 불은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으면 금세 걷잡을 수 없는 폭력으로 변한다. 늘 해오던 일, 평소에 아무런 문제가 없던 일들도 하필 바람이 불고, 하필 깜빡 실수하면 그 즉시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다. 수천 년의 노력이 담긴 자연과 인간의 터전을 한꺼번에 파괴하여 잿더미로 만들어버린다. 다치고 상처받은 자연과 인간이 또다시 건강한 모습을 갖출 때까지의 시간에 비하면, 유익함이 고통으로 바뀌는 것은 한순간이다.
습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습관은 든든한 울타리가 되지만, 나쁜 습관은 때로 폭력이 됩니다. 깜빡깜빡하는 순간이 많아질수록, 생활 속 습관을 다시 돌아봐야 합니다. 미래를 걱정하기 전에, 지금 이 순간하고 있는 작은 행동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무심코 반복하는 작은 행동들이 결국 우리 삶을 만듭니다.
습관의 비결이 궁금하신가요?
오랫동안 반복하는 것은 무엇이든 잘하게 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주의를 집중해서 하는 것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러면 마치 우리 두뇌에 프로그래밍하듯 새로운 경로가 생겨납니다. 이것을 신경가소성이라고 합니다. 뇌에 변화가 생기고 운동신경, 근육들까지 새로운 패턴에 익숙해져 몸에 배이고 나면,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이런 새로운 패턴들은 쉽고 간단할수록, 반복할수록, 다른 습관과 연계할수록, 시작의 신호가 분명할수록, 즉각적인 보상이 따를수록 빨리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매일 한 시간의 운동을 바로 하는 것보다는 모닝커피 한잔 후에 10분의 스트레칭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눈에 띄는 곳에 운동복을 두어서 확실한 시작 신호를 만들고, 운동 후에 작은 간식이나 좋아하는 음악을 듣는 것도 긍정적인 자극이 됩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죠. 한 번 만들어진 나쁜 습관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습관을 바꿀 때는 신호-행동-보상의 관점으로 현재의 나쁜 습관을 먼저 잘 살펴봐야 합니다. 대체할 좋은 습관을 찾아내고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소파에 누워서 TV 보는 습관을 바꾸려고 한다고 하면, 먼저 이 습관이 어떻게 시작되는지부터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아마도 퇴근 후의 피로가 먼저 느껴질 겁니다. 이 느낌이 올라오는 습관을 잘 알아차리는 것이 먼저입니다. 리모컨을 다른 방에 치워둔다거나, 소파 위에 있던 베개도 치우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새로운 습관으로 책 읽기를 정했다면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해 보시면 도움 됩니다.
우리의 두뇌는 항상 변하고 있습니다. 나이와도 상관이 없습니다. 그래서 포기할 일은 더더욱 아닙니다. 그러자면 지금의 습관을 잘 살펴보는 것이 먼저입니다.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시도해 보면서 더 좋은 것들로 몸에 배도록 해야 합니다. 우리의 의지가 약해지고 기억마저 희미해질 때 즈음엔 그것들이 나를 이끌고 살아갑니다.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늘 살펴봅시다. 미래는 자연스럽게 좋아질 겁니다.
라면 물을 올릴 때, 안전하게 하고 있나요?
설거지를 할 때, 허리를 너무 숙이지 않나요?
밥을 급하게 먹진 않나요?
운전할 때, 무심코 차선을 바꾸진 않나요?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눈을 맞추고 있나요?
무엇보다
스스로를 다정하게 챙기고 있나요?
그게 가장 중요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