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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May 21. 2021

(YJ)'일잘러'의 비결

'일잘러'와 '못잘러'의 직장생활

참 먹고살기 힘들다! 억지로 산다!


오늘도 오전 다섯 시 알람 소리에 맞춰 비몽사몽 잠을 깬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 매트가 깔려있는 옆방으로 이동해 유튜브 동영상에 맞춰서 강도 높은 홈트레이닝을 진행한다. 잠시 후 온몸은 땀으로 뒤범벅된다. 샤워가 끝나면 생체시계인 배꼽 알람이 '꼬르륵' 소리를 내지른다. 여느 때처럼 삶은 계란 두 개, 토마토 한 개, 냉동떡, 홍삼진액 한잔으로 몸안의 허기와 건강을 챙기고, 빠른 속도로 옷을 슈트를 입고 본사 건물을 향해 출근을 한다. 


사무실에 도착해 시계를 보니 아직도 일곱 시 전이다. 매출 속보를 정리하는 직원 한 명이 먼저 와서 탁탁탁 급한 손놀림으로 노트북 키패드를 두드리고 있다. 가볍게 인사를 한 후 난 제일 먼저 노트북의 전원을 켠다. 더딘 부팅 시간 동안 홀아비의 건강을 챙겨 줄 종합비타민, 밀크씨슬 두 알을 병에서 꺼내서 물 한 모금과 함께 힘껏 목구멍으로 밀어 넣는다. 


잠시 후 직원들이 한 두 명씩 출근을 하기 시작한다. 오늘을 비싼 '보이차'다! 직접 티백에 채운 보이차를 텀블러에 담아서 탕비실로 향한다. 텀블러에 뜨거운 온수를 가득 담아 티백을 넣은 후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는다. 잠시 후 보이차의 구수한 마구간 냄새가 텀블러에서 짙게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래 바로 이 향이다!


노트북 패스워드를 입력하고, 아웃룩을 클릭해 전일 온 메일들을 빠르게 훑어본다. 그중에서도 읽을 메일과 삭제할 메일을 빠르게 눈으로 스캔한다. 그리고 중요한 메일부터 클릭한다. 직원들이 출근하면서 가볍게 내게 인사를 건넨다. 눈이 마주치면 나도 가볍게 목례와 눈인사로 인사를 건넨다. 브런치 앱을 열어 구독하고 있는 글들을 빠르게 읽는다. 지금 이 시간이 내게는 하루 중 가장 여유롭고 편안한 시간이다. 




직장생활을 오래 하다 보니 부하직원들을 유심히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일을 시키면 빨리 처리해서 중간보고를 하는 직원들도 있고, 일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보고하는 직원들도 있다. 결과물을 어떻게 되었냐고 묻지 않으면 보고를 아예 하지 않는 유형의 직원들도 있다. 가끔 업무를 시킨 상사들도 까먹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을 잘하는 직원은 일거리가 계속 늘어나고, 그렇지 않은 직원은 일거리가 더 줄어들기도 한다. 일을 정확하고, 빠르게 처리한다는 것은 악순환의 고리에 갇힌 것과도 같은 것이다.  


본사라는 조직의 특성상 업무적으로 검증된 직원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두드러진다. '일잘러'는 상사로부터 인정과 좋은 평가를 받기를 열망하며, 그런 열망이 업무태도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그런데 어떤 직원은 업무 시간에만 집중적으로 일을 하는데도 좋은 평가를 받는 반면 어떤 직원은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데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도대체 '일잘러'와 '못잘러(일을 잘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어디서 발생하는 것일까?


자기 자신을 알라 (Know thyself) - 소크라테스 -


'자신이 생각하는 나'와 '남이 생각하는 나'의 간극이 적은 사람들이 보통 상사로부터 인정을 받고, 좋은 평가를 받을 확률이 높다. 이런 능력은 '메타인지(Metacognition)'에서 비롯된다. 메타인지란 '자신의 객관화해서 보는 인식 능력'을 일컫는다. 연구 결과를 보면 메타인지가 높은 사람이 공부도 잘하고, 일도 잘할 확률이 높다고 한다.


'더닝 쿠르거 효과(Dunning - Kruger effect)'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더라도 능력이 없기 때문에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1995년 코넬대 데이비드 더닝과 저스틴 크루거 교수는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한 인지 편향 실험을 통해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시험 후 자신의 성적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높은 반면 성적이 나쁜 학생들은 시험 후 자신의 성적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높은 것'을 실험으로 밝혔다. 


능력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진정한 능력도 알아채지 못하고, 자신의 능력 부족으로 생긴 곤혹스러운 상황도 잘 인지하지 못했다. 인식 훈련을 통해 나아지고 난 이후에야 비로소 이전의 능력 부족을 이해하고 인정했다고 한다.


손자병법 모공편에 보면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白戰不殆)'라는 말이 나온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이다. 어떤 대결에서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해 기고만장해서도 안되고, 상대의 전략과 상황에 대한 파악 없이 무턱대로 덤벼서도 안됨을 경계하는 말이다. 소크라테스 또한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을 했다. 어떻게 보면 자신과 상대방을 제대로 안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고, 인생에서도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직장에서 일을 잘하는 '일잘러'가 되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이런 '메타인지' 능력이다. 자신의 업무 능력과 수준을 객관적으로 알지 못하면 자신은 열심을 일을 하는데도 평가가 좋지 않다는 의문과 불만을 늘 가지고 살 수밖에 없다. 업적 평가 때 항상 힘든 유형이 바로 메타인지 능력이 부족한 직원들이다. 자존감까지 강한 경우에는 아무리 설득해도 수용하지 않는 경향이 많다.


메타인지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남들과 자주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면서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는 연습을 자주해야 한다. 그리고 상사나 주변 동료를 통해 내가 현재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고 있는지? 개선할 것은 없는지 수시로 피드백받아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생각하는 나'의 간극이 없다면 바로 '일잘러'가 되는 첫걸음마를 뗀 것이나 다름이 없다.



두 번째, '일잘러'의 또 다른 특징은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업무 처리 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주어진 시간인 타임라인보다 항상 빠르게 보고를 하다 보니 상사도 더불어 여유가 생길 수밖에 없다. 반면 '못잘러'들은 항상 마감시간까지 업무 보고를 미루다가 임박해서야 보고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업무 완성도는 떨어지고, 수정할 시간도 부족하다 보니 차상위자에게 보고를 해야 하는 상사의 입장에서는 마음이 조급하고, 심적인 스트레스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세 번째, '일잘러'는 또한 상사에게 업무지시를 받을 때 항상 '되묻기 질문'을 잘한다. 상사들 중에서도 대충 업무지시를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되묻기 질문을 하지 않으면 보고서 내용이 산(?)으로 가는 경우가 있다. 상사들은 오랫동안 업무 경험과 지식을 쌓아왔다 보니 '콩떡'이라고 해도 '찰떡'이라고 알아듣고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부하직원의 경우 상사의 업무 지시가 불분명하고, 이해하기 어려울 경우 업무 보고서가 상사가 원하는 대로 작성될 수가 없는 것이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되묻기 질문을 해야 한다. 처음에 부하직원이 되묻기 질문을 하면 상사도 당황스러워 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꾸준히 하다 보면 상사도 좀 더 긴장해서 업무 지시를 하게 되고, 부하 직원도 상사의 의도대로 업무 보고서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네 번째, '일잘러'들은 항상 업무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구두로 업무를 보고할 때 결론부터 말하는 '두괄식' 문장을 잘 활용한다. "그래서 결론이 뭐예요?", "그래서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 건가요?"라고 상사가 독촉하듯이 답변을 하면 일이 점점 커지게 된다. 보고서를 작성할 때는 항상 상단에 개요서(Executive Summary)를 작성하게 되면 상사들이 굳이 본문을 다 읽지 않아도 보고서의 전체 흐름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게 되니 무엇보다 개요서 작성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다섯 번째, '일잘러'들은 닫힌 질문을 잘 활용한다. 상사에게 '어떻게 할까요?'라는 개방식 질문은 매우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부서장은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라기보다는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라고 봐야 한다. 스페셜리스트인 부하 직원들 대부분은 담당업무가 정해져 있고, 그에 대한 특정 업무 지식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 반면 제너럴리스트인 부서장은 많은 업무를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자리에 있다 보니 항상 머리가 복잡한 상태에 있다. 그래서 상사에게 결정을 하게 할 때는 "오늘 비가 오니 점심 메뉴로는 칼국수나 짬뽕이 좋을 것 같습니다. 둘 중에 하나를 고르시면 됩니다"라고 깔끔하게 제안을 하면 좋다.

 

여섯 번째, '일잘러'들의 특징 중 하나는 메모를 잘한다는 것이다. 항상 수첩을 가까이하면서 상사들의 멘트와 지시사항을 빠짐없이 정리해야 한다. 상사들도 가끔 자신들이 지시한 사항들을 잊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에도 부하 직원들이 빠짐없이 업무 보고를 하게 되면 '일잘러'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는 것이다. 가끔은 길을 걷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대화를 하다가도 업무 지시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어떤 상사는 기억력이 좋아 본인이 지시한 내용을 다 기억하고 피드백 여부를 체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메모하는 습관은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일곱 번째, '일잘러'들은 생각보다 거절을 잘한다. 자신의 업무 캐파(Capacity)가 꽉 차있다면 정중하게 업무를 거절해야 한다. 반면 '못잘러'들의 경우 남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정작 본인의 업무까지 타임라인을 준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업무보고의 핵심은 타임라인 준수인데 말이다.



여덟 번째, '일잘러'들의 특징 중 하나는 중간보고를 잘한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여 업무 보고서를 작성해 상사에게 보고했는데 막상 상사가 의도했던 내용이 아니라고 소리친다면, 또한 마감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정말 곤란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중간보고는 이런 업무 실수나 상사와의 업무적 간극을 줄이는데 도움을 준다.


아홉 번째, '일잘러'들은 의도적으로 상사의 조언이나 도움을 요청한다. 상사들은 은연중 일을 알아서 잘 처리하는 직원도 좋아하지만 가끔은 조언이나 도움을 요청하는 직원들에게 자비와 은혜를 베푸는 것도 좋아한다. 연구 결과를 보면 도움을 받는 것보다 도움을 주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상사가 눈치채지 못하게 조언이나 도움을 요청해 보자. 대부분은 진심으로 도움을 주려고 애쓸 것이다.


열 번째, 정말 가끔씩은 상사가 필요로 할 때 고통분담(?)을 기꺼이 해야 한다. 고통분담은 상사와 함께 야근을 한다는 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필요할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이기 때문이다. 다른 직원들이 다 가고 없다면 효과는 더 좋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대부분의 직원들은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 한 마디로 삶의 낙이 없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일은 재미가 있어서 하는 게 아니다. 가족을 사랑하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어차피 일을 해야 한다면 일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수시로 찾고 업데이트해야 한다. 특히 일에 대한 시선의 변화와 긍정적인 마인드가 바로 '일잘러'가 되는 첫걸음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야무진 직장생활_상황적 리더십 https://brunch.co.kr/@ddc8fafd53894cb/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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