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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틱 May 20. 2021

(YJ)상황적 리더십

소통과 관계 맺기를 잘할 수 있는 '상황적 리더십'

모 잡 커뮤니티(Job Community) 사이트에 올라온 게시글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그날따라 무슨 생각이었는지 답글을 달까 말까 고민을 하게 되었다. 아마 게시자의 순수하고 진정성 있는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고민입니다. 리더가 되면 가장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일까요?


"이직을 하면서 처음으로 팀장이 됩니다. 혹시 조직관리에 있어 팀장에게 중요한 태도가 있을까요? 전 이전에는 넵무새였고, 팀장이 넵 말고는 할 수 없는 소통의 부재.... 지나친 간섭이 있었는데 저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댓글이 정말 풍년이었다. '정확한 지시사항 전달 및 활발한 팀원과의 소통', '이모티콘을 사용하면 생각보다 친해지고 부드러워진다', '공사 구분 확실히 하고, 업무 방향성 명확하게 잡아서 팀원들에게 신뢰받는 팀장이 돼야 한다', '칭찬을 많이 하면 된다', '기다려 주는 스타일이 좋아요', '팀원보다 더 늦고, 팀원보다 더 공부하고, 더 많이 노력해서 인정받는 팀장 되시길....', '팀원이었을 때 좋지 않았던 팀장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등 게시자의 순수한 의도가 전해졌는지 직장생활 선배들의 진심 어린 충고들이 댓글 풍년을 이루었다.


게시글을 작성한 사람은 댓글에도 친절하게 답글을 작성해 놓았는데 그중 한 개는 이전 팀장의 악습관인 '가벼운 언행, 아님 말구식의 태도, 가스 라이팅' 등의 행동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마 이전 팀장에게서 받은 업무적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적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막 팀장이라는 중간급 리더가 조직관리까지 잘할 확률은 크지 않다. 팀 단위 과업 수행도 많고, 그 일들을 적시에 다 처리하려면 생각보다는 할 일도 많고 정신도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팀장급 리더들이 조직원들에게 신뢰를 주고 롤모델이 될 정도의 '깜냥'까지 갖추기는 더더욱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스 라이팅'이란 용어가 최근 많이 회자되고 있어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심리학적 조작을 통해 타인의 마음에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켜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듦으로써 그 사람을 정신적으로 황폐화시키고 그 사람에게 지배력을 행사해 그 사람을 파국으로 몰아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가스 라이팅'은 1939년 '가스등'이라는 연극에서 유래했다. 연극 속에서 남편은 집에 있는 가스등을 어둡게 해서 부인이 어둡다고 말하면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아내는 본인 스스로의 현실인지 능력을 의심하면서 판단력까지 잃어버리게 되고, 결국에는 남편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커지게 되는 심리상태를 말한다.  연극 속 부부간에 생긴 용어지만 실질적으로는 사회적 관계에서 훨씬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작장 생활은 업무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위해 대부분 팀 단위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팀장은 중간급 리더라고 할 수 있다. 팀장이 되면 가장 달라지는 것 중의 하나는 조직관리의 범위가 커진다는 것이다. 업무란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하나는 자신의 몸을 움직여서 하는 일이 있고, 나머지 하나는 다른 사람의 몸과 마음을 움직여서 하는 일이 있다. 팀장이 되기 전까지는 자기만 잘하면 되었는데 팀장이 되는 순간부터 타인(부하직원)의 몸과 마음을 움직여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에 업무가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팀장급 이상의 리더에게 가장 필요한 리더십 역량은 '소통'과 '관계 맺기'이다. 팀장이 되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소통'과 '관계 맺기'에서 다른 사람보다 우월한 역량을 갖추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두 가지 부족한 사람은 팀장이 되는 순간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가 펼쳐지게 된다.




'피터의 법칙(Peter principle)'이란 용어가 있다. 1969년 '로렌드 피터' 교수는 수백 건에 달하는 사례분석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성과를 만들어 승진을 하더라도 새로운 직책에 따른 업무에 적응하지 못해 무능력함이 드러나는 현상인 '피터의 법칙'을 발표했다. 


실무에서 꼼꼼하고 완벽주의적 성격으로 실수 없이 업무를 처리하는 직원이 리더로 승진해서 부하직원들을 관리하게 될 때 자신의 눈높이에 맞춰 일을 시키지만 부하직원들이 제대로 따라오지 못하고, 급기야 본인이 답답해서 일을 하게 되면서 부서 전체의 업무 진행 프로세스까지 무너지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개인 업무역량이 뛰어나다고 리더십까지 뛰어난 것은 아닌 것이다.


조직에 문제가 발생해 속을 들여다보면 '소통 부재'와 '관계 악화'가 대부분인 경우가 많다. 어떻게 하면 '소통'과 '관계 맺기'를 잘할 수 있을까? 내 생각으로는 리더십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먼저 해야 하고, 다음으로 자신에게 맞는 리더십 역량을 배우고 만들어 가야 한다. '소통'이란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 듣기를 많이 해야 한다. 언어적 소통도 중요하지만 말투, 표정, 자세, 몸짓 등의 '비언어적 소통'도 중요하다. 누군가의 진심을 확인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의 언어보다는 그 사람의 눈빛, 태도, 몸짓을 더 세심하게 관찰하기 때문이다. 비언어적 소통은 인위적으로 조작하기가 어렵다.


또한 리더(Leader)가 되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자신을 따르는 '추종자' 즉, '팔로어(Follower)'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조직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로서 '힘(Power)'을 가지게 될 때 리더십은 비로소 빛을 발하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팔로어를 많이 만들 수 있을까? 바로 부하 직원들의 역량과 눈높이에 맞는 소통과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데 그게 바로 '상황적 리더십(Situational leadership)'이다. 상황적 리더십만 제대로 이해하고, 적용할 수만 있어도 팀장의 리더십을 잘 구현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상황적 리더십은 폴 허시와 케네스 블랜차드가 확립한 리더십 이론으로 부하의 성숙도 레벨(readiness level)에 따라 이에 맞는 상황별 리더십 스타일을 소개한 이론이다. 부하의 성숙도란 교육과 경험 등 '업무를 위해 필요한 능력'과 '업무에 대한 의욕'이 어느 정도인가를 말한다. 허시와 블랜차드는 능력과 의욕의 차이에 따른 부하의 성숙도를 네 가지로 구분했는데 능력도 의욕도 낮은 레벨(성숙도 낮음), 능력은 낮지만 의욕은 높은 레벨(성숙도 약간 낮음), 능력은 높지만 의욕이 낮은 레벨(성숙도 약간 높음), 능력도 의욕도 높은 레벨(성숙도 높음)이 바로 그것이다.


상황적 리더십을 효과적으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부하직원이 성숙한 정도에 따라 리더의 행동 유형(스타일)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즉, 리더십의 생명 주기(life cycle)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어린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부모가 아이에게 서서히 통제권을 넘겨주듯이 리더 또한 부하직원이 성숙해짐에 따라 권한을 점진적으로 넘겨줘야 한다는 관점을 말한다. 




먼저 '지시적(Directing) 리더십'은 지시적 행동의 비율이 높고, 협동적 행동의 비율이 낮은 '리더 주도형'을 말한다. 리더는 구체적인 지시와 명령을 내리고, 업무 수행을 면밀하게 감독하는 리더십이다. 수행능력이 없지만 정열과 의욕이 많은 직원들에게 적합하다. 업무의 계획, 역할 분담, 작업 방법 등을 리더가 전부 결정한 후 부하직원에게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리더가 혼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결정하며 부하직원은 리더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다.


'코칭형(Coaching) 리더십'은 지시적 행동과 협동적 행동이 모두 높은 '불완전한 리더 주도형'을 말한다. 리더가 계속 지시와 명령을 내리고, 업무 수행을 면밀하게 감독하지만 결정 사항에 대해서는 설명하고 부하직원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업무를 처리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리더십이다. 어느 정도 업무 수행 능력은 있지만 의욕이 없는 부하 직원들에게 적합한 리더십이다. 업무 계획, 역할 분담, 작업 방법 등을 리더가 결정하지만 명령이나 지시를 내릴 때에는 부하직원이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을 해야 한다. 부하 직원들에게는 자존감을 갖게 하기 위해 지원과 칭찬이 필요하며, 일방통행이 아인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사용해야 효과적이다. 


'지원형(Supporing) 리더십'은 협동적 행동의 비율이 높고, 지시적 비율이 낮은 '불완전한 부하 주도형'을 말한다. 리더가 업무 달성을 위해 부하직원의 노력을 촉구하고 지원하며, 의사결정에 관한 책임을 부하와 나누는 리더십이다. 수행 능력은 있지만 자신감 또는 의욕이 없는 직원에게 필요한 리더십이다. 업무 계획, 역할 분단, 작업 방법 등에 대해 리더의 도움을 받으면서 부하직원이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리더는 부하직원의 자신감을 북돋우기 위해 격려하고 칭찬할 필요가 있다. 지원형 리더십이 필요한 직원들은 업무 스킬은 있기 때문에 업무를 지시하기보다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하고, 의욕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위임적(Delegating) 리더십'으로 지시적 행동과 협동적 행동 모두 비율이 낮은 '완전 부하 주도형'으로 리더는 참견하지 않고 부하직원이 자유롭게 업무를 진행하도록 한다. 수행 능력과 의욕, 공헌도가 높은 사람에게는 위임형 리더십이 적합하다. 이런 경우에는 리더가 일일이 지시하고 감독할 필요가 없다. 스스로 알아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분위기만 만들어 주면 된다. 아울러 신뢰와 인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한국 월드컵 4강 신화를 만들었던 히딩크 감독은 상황적 리더십을 매우 적절하게 발휘했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졌더라도 팀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출전 멤버에서 제외를 시켰다. 또한 선수들 간 의사소통을 중시 여겼다. 박지성이라는 걸출의 축구 인재를 발굴한 것도 바로 히딩크 감독이다. 그는 선수 기용과 선발 등 자신에게 주어진 '인사권'을 최대한 활용해 자만에 빠지기 쉬운 스타급 선수들을 휘어잡는 강한 면모를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이전 한국 감독들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부드럽고 따뜻한 카리스마 리더십도 보여주었다. 자신이 이끄는 팀 선수들의 역량과 의지를 잘 파악하고, 그에 맞는 동기부여를 통해 선수들에게 자신감과 성취감을 맛보게 했다.



나는 상황적 리더십 모델을 오래전부터 이해하고, 조직관리에 활용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특히 업무적 역량과 의지가 높은 부하직원들에게 많이 쓰는 '위임적 리더십'은 조직 내 관계 맺기에도 많은 이점을 주었다. 내가 여태껏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고, 주기적으로 만나는 직장 내 후배들이 바로 위임적 리더십을 발휘했던 직원들이다. 


성과위주의 조직생활에서 위임형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것은 신뢰와 믿음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어렵기 때문이다. 믿고 맡길 수 있는 부하직원들이 많다는 것은 상사에게도 큰 행운이고 업무적 여유까지 덤으로 준다. 신뢰와 존중은 위임형 리더십을 발휘할 때 비로소 구현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내 오랜 직장생활의 꿀팁이다. 


물론 업무 역량과 의지라는 두 가지 변수로만 상황적 리더십 모델을 만들어 모든 상황에 적용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 여기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자존감이 높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인정의 욕구가 높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등 상당히 많은 변수들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상황적 리더십 모델을 알고 있는 리더와 그렇지 않은 리더들은 조직관리의 프레임이 자체가 다르다. 기초가 튼튼하면 좋은 집을 만들 수 있듯이 이론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경험을 더한다면 자신에게 맞는 상황적 리더십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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