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런 것입니다

by 이진무

바람이 불면
나무는 고개를 숙입니다.
나는 바람이 불지 않아도
먼저 고개를 숙이겠습니다.
사랑은 그런 것입니다.


나는 나무보다 더 나무입니다.
멀고 험한 길을 가다가 지치거든
나를 베어 의자를 만드세요.
카펫처럼 붉은 피가 흘러도
나는 울지 않겠습니다.
사랑은 그런 것입니다.


작은 배 하나가
바다 위로 떠나갑니다.
그 안에 당신이 있는지
묻지 않겠습니다.
당신을 향한 그리움은
멀어질수록 오히려 더 커집니다.


어디로 가는지도
묻지 않겠습니다.
아무 약속도 하지 마세요.
마음껏 방황하고

마음껏 노래하세요.
당신이 즐겁다면

그것으로 나는 충분합니다.

사랑은 그런 것입니다.


혹여 외로워
눈물이 차오르거든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나는 나무이므로
당신이 언제나 기대어 쉴 수 있도록
하늘에 닿을 만큼 자라
그 자리에 서 있겠습니다.


사랑은 그런 것입니다.




연인 거리.png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워할 때, 온갖 생각이 다 듭니다. 더없이 착한 바보가 되기도 하고, 모든 것을 내어줄 듯한 성자가 되기도 합니다.


때로는 깊이 사유하는 철학자가 되고, 언어를 찾아 헤매는 시인이 되며, 순수하게 믿고 기다리는 어린아이가 되기도 합니다.


그 순간은 참으로 행복합니다. 아프지만 행복하고, 외롭지만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은 너무도 빨리 지나갑니다.


다시는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우리는 그 감정 속으로 더 깊이 파묻히려 합니다. 그러나 지나가는 것을 붙잡을 수는 없습니다. 모래알처럼, 물처럼, 바람처럼 손가락 사이로 흘러갑니다.


김광석의 노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에는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그대 보내고 아주 지는 별빛 바라볼 때
눈에 흘러내리는 못다 한 말들
그 아픈 사랑 지울 수 있을까’


이 가사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무너집니다. 별빛처럼 사라지는 사람을 바라보며, 차마 하지 못한 말들이 눈물이 되어 흐르는 그 밤. 우리는 모두 그런 밤을 한 번쯤 지나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이 가사에도 말하고 싶습니다. 사랑은 그런 것이라고. 기뻐하고 후회하고, 웃고 눈물짓는 것. 착한 바보가 되고 성자가 되며, 철학자가 되고 시인이 되고 어린아이가 되는 것.


아프고 또 아프지만 그럼에도 영원히 그리워하는 것. 지울 수 없고 잊을 수 없어서, 평생 가슴 한편에 묻어두고 사는 것.


사랑은 그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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