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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칸다 포에버 Sep 24. 2019

선택의 갈림길

연의 맺고 끊음

‘아무리 연락이 뜸한 사람일지라도 그 사람과 연이 언제 닿을지 모르기 때문에 연락처는 가지고 있는 게 낫다.’ 언젠가, 누군가에게 들었던 그 한 마디가 내 연락처 정리를 방해하고 있다. 단기 아르바이트로 잠깐 같이 일했던 사람. 대학교 강의 발표를 위해 2주일간 고군분투했던 팀원. 상세히 이름을 저장하지 않았더라면 오랜만에 그 이름을 마주쳤을 때 누군가 싶을 사람들이었다. 이 사람과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을까, 정말 인연이 있을까 번호를 싶어 스마트폰을 붙잡고 지울까 말까 고민을 한다.


스크롤을 내리는 중 수많은 사람 속에서 추억을 함께 했던 사람들을 보게 된다. 친구, 선배, 후배 등. 연을 맺은 지 오래된 사람들이다. 그들과의 기억은 마치 모자이크 같았다. 어릴 적 미술 방학 숙제를 위해 색종이를 잘게 찢어 덕지덕지 붙였던 모자이크 말이다. 온전히 떠오르기보다는 찢어진 조각들을 붙여 추억을 재구성한다. 그땐 신났지만 지금 다시 만난다면 그동안 커진 시간의 공백 때문에 어색할 거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놈의 파고드는 기질이 말썽이다. 결국에는 SNS까지 접속하게 된다. 나와 친했던 사람은 어떻게 지내는지, 나와 조금이라도 면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지낼지 궁금해 찾아본다. SNS는 내 호기심을 자극한다. 알 수도 있는 사람, 함께 아는 친구라는 기능으로. 한 명의 이용자에 불과한데 내 인연의 역사를 어떻게 알아내는지 잘 모르겠지만 오랜 시간 만나지 못했지만 내가 아는 누군가를 추천해 놀랄 때가 많다.


무엇을 하면서 지내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보게 된다. 옛 생각에 잠겨 웃음이 나기도 하고, 멋지고 예쁘게 자라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그들을 보면 내가 뭐라고 뿌듯할 때도, 기쁠 때도 있다. 물론 오! 예상 밖인데? 라고 여길 때도 있다. 가끔 결혼을 한 사람도, 아이가 있는 사람을 보면 뭔가 묘하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 사람의 배우자가 되고 한 아이의 부모가 된다는 거는. 내게는 아직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나는 그 사람들보다 한참 어리다는 느낌이다. 나이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경험적으로. 사람들은 물론 SNS로 추정하는 그들의 삶은 그리 실감 나지 않는다.


그냥 사진을 보며 앞으로의 날들을 축복하며 끝난다면 내 마음이라도 편할 텐데. 얼마 못 가 그들에게 연락이 오기도 한다. 그때는 마치 내가 호출의 능력이 있는 건가 착각하게 된다. 연락이 닿으면 서로 민망하다. 그간 소식을 잘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내게 연락하는 이유는 그들의 경사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인연이라는 것이 쉽게 버릴 수 있는 것이라면 단칼에 결혼식, 돌잔치 같은 행사 초청을 거절했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 가든, 돈만 떠나보내든 마음의 표현을 하는 것이 오히려 속 편하다. 나와 인생의 여정을 함께한, 고로 훌쩍 커버린 사람에 대한 축하의 표현을 하고 싶은 게 내게 있나 보다.


하지만 여기서 또 한 번의 고민이 시작된다. 5와 10 사이. 신사임당을 1명 모시느냐, 2명 모시느냐. 산수로는 겨우 5이지만. 고민하게 만드는 숫자이다. 5만원은 내 기준 결혼식 기본 금액이다. 그래도 예전에 친했기에 더 추가하자니 이후 우리의 관계가 진전이 있을까 싶고. 산수의 영역을 넘어 다양한 학문의 관점으로 금전 관계를 바라보게 된다. 내 주머니 사정을 변명거리 삼아 결국 기본 금액으로 결정되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후 연락이 오느냐. 오는 경우는 드물다. 결혼식에 많이 안 와서 섭섭했나. 축의금이 부족했나. 갑자기 내 경사에는 그들이 찾아올까? 과연 어떤 사람이 어느 정도의 수가 나를 축하하고 위로하려고 찾아줄까. 걱정된다. 전인권 아저씨 노래에 따르면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다는데. 그냥 넘겨 버리면 되었을 것을. 무엇 때문에 나는 그리 오랜 시간 고민을 했단 말인가. 점점 나이를 먹을수록 연에 대한 선택의 갈림길에서 더 오래 고민을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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