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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나 Jan 10. 2022

5. 시집이 저의 인생을 바꾸었어요!

도서관 이야기

사서교사 일을 하면서 종종 학기 마무리를 하며 진행하고 있는 도서관 행사가 있다. 그건 바로 올 한 해 도서관에서 읽었던 책, 또는 집에서 읽었던 책 중에서 나에게 가장 의미 있었던, 감명 깊었던, 기억에 남는 책을 고르고 도서관에서 함께 사진을 찍어보는 행사이다.

즉석카메라로 책과 함께 포즈를 취한 후 당일 찍고 바로 주기 때문에 행사를 위한 카메라를 사고 필름을 사는 일이 학기말 연례행사처럼  자리 잡았다.

12월 한 달 동안 행사를 진행하였고, 많은 학생들이 다녀갔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책을 고르고 사진을 찍어주고 있노라면 어느새 학기말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한다.



어느 날 3학년 남학생이 찾아와 시집이 어디 있는지 물었다. 수업시간이 아니라면 시집을 일부러? 찾는 학생은 드물기 때문에 위치를 알려주고 궁금하여 살펴보니 많은 시집 중에 특정 책을 금세 골라내는 것이 아닌가? 참고로 우리 도서관에는 4칸이 꽉 차게 시집이 소장되어있다. 한 칸에 책의 두께에 따라 약 30-50여 권의 책이 들어가니 100권넘게 시집이 있는 셈이다.

이후 사진 이벤트를 지금도 찍을 수 있는지 물었고, 그 책과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 다. 시집이 올해 인생 책이라니!! 범상치 않은 학생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에 방문하였던 아이들과는 달라 인상이 깊어 왜 시집을 골랐냐고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제가 2학년 때까지는
책을 좋아했거든요??

근데 3학년이 되고 나니
책이 재미가 없어진 거예요.

그러다가 우연히 이 시집을 봤는데,
그 이후로 책을 읽는 게 좋아졌어요!
그러니까 이 시집이 제 올해 인생 책이에요!

짧은 말속에 많은 것이 담겨있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보통 초등 2학년이 넘어가면, 권장도서나 필독도서, 그리고 교과서 수록도서들이 그림책에서 글책으로 많이 전환된다. 아이가 나에게 직접 이야기한 것은 아니었지만.. 급격하게 책 환경이 변화되는 시점에서 많은 혼란을 겪었으리라.

그 시점에서 우연히 접한 책이 시집이라니! 그 아이의 책 인생에 시집이 추억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풍성한 초등생활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의 책이 시집이라고 골라준 학생의 일화도 기억에 남지만, 그것을 기억하고 기록 남기고자 했던 학생도 너무 기특하고 놀랍다. 올해에는 4학년이 되는 그 학생이 앞으로도 어떤 책을 골라줄지 기대가 된다. 시집이 그 학생의 독서습관을 변화시켰고, 새로운 독서의 장을  열어주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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