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요가 오는 건 당신이 게을러서가 아니다.
난 평생 다이어트를 했다. 똑똑하지는 못해도 독한 면은 있어서 견디고 참는데 능했던 나는 마음먹고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대부분 10킬로 정도는 무난하게 뺏다. 많이 뺐을 때는 20킬로가 넘게 뺀 적도 있다. 3-4개월에 걸쳐서 엄청난 고통을 견디고 원하는 몸무게가 되어도 한두 달을 못 갔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몸무게는 원래의 그 자리로 돌아가서 멈추었다. 그때마다 나는 나 자신을 원망하고 질책했다. 모두가 게으르고 식탐이 많은 나의 잘못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사실 생각보다 원인은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웠다.
NBC 방송국에는 Biggest loser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다이어트 TV 쇼인데 꾸준한 인기로 10년이 넘게 사랑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미국에는 워낙 비만인 사람들이 많아서 스케일이 후들후들하다. 몇 개월 만에 자기 몸에서 성인 몸무게만큼의 살을 덜어내는 도전자들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용기를 얻고 응원을 한다.
며칠 전 뉴욕타임스를 보고 있는데 2009 년에 Biggest loser 시즌 8에서 탑 14에 올랐던 도전자들의 경과를 비만 전문가들이 조사한 결과가 기사로 실렸다. 기사 내용이 너무나도 충격적 이어서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어렴풋하게는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을 몰랐던 충격적이고 절망적인 사실들 몇 개를 소개하려고 한다. (이 글에는 달콤한 소식은 별로 없다. 하지만 꼭 알아야 할 불편한 진실들은 있다)
이미 절망적이라고 했으니 다들 결과는 예상했을 것이다. 14 명중 13명의 도전자들이 요요로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지 못했다. 그중 4명은 예전의 몸무게보다 더 많이 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14명 중 13이다. 의지박약과 게으름이라고 하기는 너무나도 많은 숫자다. 그들은 고도비만으로 생명의 위협까지 받았던 사람들이다.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적인 트레이닝과 관리를 받기도 했다. 날씬해지겠다는 의지도 분명 있었을 것이고 운동법과 관리법에 대한 지식도 잇었을 것이다. 그럼 무엇이 그 사람들을 다시 살찌게 했는가? 과학자들이 밝혀낸 이유는 참으로 무섭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살을 빼려고 시도하는 순간 인간의 몸은 자신의 원래 몸무게를 유지하기 위해 싸움을 시작한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은 칼로리 섭취를 줄이고 소비를 늘리려고 노력한다. 이와 동시에 몸은 소비되는 칼로리를 막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그래서 뇌는 *기초대사량을 떨어트리고 몸은 최대한 칼로리 절약 모드로 들어간다. 그래서 더 적게 먹어도 살은 빠지지 않고 살을 빼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이다. 사실 여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아는 내용이었다. 몸이 가벼워지면 기초대사량이 내려가는 건 당연한 이치로 받아들였다.
* 기초 대사량 - 생명유지에 필요한 열량. 운동 또는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고 휴식 중에 기본적으로 쓰이는 열량이다.
무서운 파트는 지금부터다. 나는 여태껏 그래도 버티다 보면 인간의 몸에 발동된 칼로리 절약 모드가 정상으로 돌아올 줄 알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연구결과에 따르면 그렇지 않았다. 다이어트 쇼 참가자들은 줄어든 기초대사량의 압박을 이기려 노력했지만 대부분 해내지 못했다.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원래의 몸무게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지금부터다. 지방은 늘어나서 원래의 몸무게로 변하고 있는데 한 번 낮아진 기초대사량은 올라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말 살벌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쉽게 설명해보자. 100kg 의 사람이 기초대사량으로 100 칼로리를 소비한다고 가정해보자. 그 사람이 열심히 80kg까지 감량을 했고 기초대사량은 80 칼로리로 떨어졌다. 이 사람은 몸무게 유지를 실패하고 다시 100 kg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 사람의 기초대사량은 100 칼로리로 다시 돌아오지 않고 80 칼로리에 머문다는 이야기다. 다시 말해 다이어트 이전에 먹던 것처럼 먹으면 살이 더 찔 수밖에 없는 구조로 몸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다. 더 쉽게 말해 어설프게 다이어트 잘못하면 기초대사량 시스템이 변해버려서 독박 쓴다는 말이다.
위에 참가자는 201 키로로 시작해서 131 키로로 줄였다가 요요를 경험하고 204킬로로 돌아왔다. 몸무게는 다이어트 이전보다 더 늘어났는데 기초대사량은 평균 204킬로의 남자보다 500 칼로리가 낮다. 괞이 다이어트 한번 잘못했다가 예전보다 하루에 500 칼로리씩 덜 먹어야 원래 몸을 유지하도록 몸이 변했다. 500 칼로리면 빅맥세트 한 개씩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분명 좋은 소식은 없다고 미리 말했으니 마음을 단단히 먹고 들어보자.) 인간의 뇌는 원래의 몸무게로 돌아가기 위해 Leptin이라는 호르몬의 분비를 조절하기 시작한다. Leptin 은 배고픔을 조절해주는 호르몬이다. 다이어트 쇼 참가자들이 감량 후 Leptin 수치를 재 보았는데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다시 말에 계속 배고픔을 느끼는 단계에 온 것이다. 그리고 요요를 통해 몸무게가 돌아왔는데 Leptin 수치는 이전의 반 밖에 돌아오지 않았다. 뭔 소리냐고? 똑같이 먹어도 옛날보다 더 배고프다는 이야기다.
피박에 광박에 독박이다. 참가자들은 죽을 만큼 노력해 살 뺀 것뿐인데 몸무게는 다 돌아오고 옛날보다 기초대사량은 떨어지고 배는 더 고픈 몸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쯤 돼서 보통의 다이어트 블로그처럼 해결책을 내놓을 차례인데 애석하게도 그딴 건 없다. 기초대사량이 떨어졌다는데 어쩌란 말인가? 죽을 만큼 배고픈데 어쩌란 말인가? 에라 나도 모르겠다~
(사실 기사 보고 살짝 상처받았음.. 살 한번 쪘었다고 이렇게 가혹한 인생이라니..)
하지만 한 가지 더 확실해진 건 있다.
하나는 어설프게 굶지 말라는 것이다. 독박에 광박에 피박까지 쓸 수 있다. 식사 조절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식단을 짤 때 평생 이렇게 먹겠다는 각오가 아니면 시작을 말아야 한다. 방울 토마토만 먹고 살 빼서 기초대사량 떨어트려 놓으면 다시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다. 떨어진 기초대사량에 맞춰서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평생 할 수 있는 한도 안에서 조금씩 줄여가야 된다.
또 다른 하나는 역시 운동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초대사량이 떨어저서 칼로리를 안 쓰면 억지로라도 태우면 된다. 하지만 "앞으로 6개월 동안 죽어라 운동해서 10킬로 뺀다!" 가 아니라 평생 할 수 있는 운동법과 운동량을 찾아야 된다. 몸은 우리가 원하는 데로 변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제일 많이 느낀 거.. 혹시 아이가 있다면 또는 앞으로 나을 거라면 어릴 때부터 절대 비만이 되지 않도록 관리해 주자. 소아비만의 후유증은 평생 따라다닌다. 기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비만을 당뇨병처럼 '만성질환'으로 보는 것이다. 당뇨에 한번 걸리면 평생을 음식 조절해가며 살아야 한다는 건 알고 있을 것이다. 비만도 당뇨와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한번 걸리면 평생 관리가 필요한 병이다. 그 고통을 다음 세대에는 물려주지 말자.
2009년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니 시간이 더 지나면 그 사람들의 몸이 어찌 바뀔지는 나도 잘 모르겠으나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는 이러하다. 어쨌든 다이어트는 알면 알수록 더 힘든 일이다. 지름길도 없다. 다이어트 약 백날 먹어봐라 안 빠진다. 티톡스 백날 해봐라 빠지나. 평생 건강하고 가볍게 먹고 열심히 운동하는 길 밖에 없다. 그리고 제발 TV에서 다이어트 쇼좀 그만해라! 이 방송국 놈들!!
아래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5월 2일 자 뉴욕타임스 기사입니다.
http://www.nytimes.com/2016/05/02/health/biggest-loser-weight-loss.html?_r=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