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무 행복해서 죽고 싶을 지경이었다

<자기 앞의 생> 중에서

by 시은

세상엔 한 번 읽고 마는 책과 두 번 읽는 책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책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여러 번 읽어야만 하는 책들도 존재하겠지만.


나는 자기 앞의 생을 20대 때 한번, 그리고 서른을 좀 넘기고 한 번 더 읽었다. 20대 때 <자기 앞의 생>을 처음 읽고 깜짝 놀랐다. 우아하지 않은 말투, 아니 상스러운 말투와 욕설로 10대 소년이 자기가 바라본 인생을 이야기한 소설에 공쿠르가 상을 줬다는 데에 좀 감동했다. 하지만 상을 주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긴 하다. 잘 읽히고, 훌륭하다는 말 정도로 충분할까? 사실 부족하지만 여기까지만 칭찬하기로 한다. 이미 수많은 이들의 칭찬을 대표하고 싶어서 공쿠르가 상을 준 것일 테니까. 내가 읽었던 공쿠르 상 받은 작품이 다 좋은 건 아니었지만 <자기 앞의 생>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엄청 좋다.


이 책 앞부분에 똥 이야기가 진짜 많이 나온다. 에둘러서 대변, 큰 거, 이렇게 표현하지 않고 똥이라고 표현한다.


안 읽어보신 분이라면 꼭 읽어보시길.


사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처음 읽었을 때 놀라움과 감동이 너무 커서 두 번째는 그렇게까지 좋지는 않았다. 안 읽은 뇌 삽니다, 해야 할 정도로 처음 읽었을 때 너무 좋아서 그런 것 같다. 아니면 인생이 피곤해서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글의 감동이 내 마음 깊이 파고들 수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행복은 눈 앞에 있을 때 참지 말고 힘껏 누려야 한다는 문장은 너무 좋았다. 그때 읽고 나서 수첩이고 메모장이고 내 눈 닿는 여기저기 써놓았던 것 같다.


정확히는 이런 문장이다.


"나는 너무 행복해서 죽고 싶을 지경이었다. 왜냐하면 행복이란 손 닿는 곳에 있을 때 바로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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