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욕심이 화를 부른다

아무것도 모르고 혼나는 아이들

by 똑선생
아이와의 소동


한바탕 큰 소리가 났다. 아이가 화를 내며 씩씩거린다. 화가 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울고 소리를 지른다. 나는 그런 모습에 놀라 아이를 본다. 아이에게 감정적으로 대하고 싶지 않아 바라보고 있지만 속으로는 사실 어쩔 줄 몰라 답을 찾고 있다. 30분 전으로 돌아가 뭐가 잘못됐는지 테이프를 여러 번 감아본다. 내가 무슨 일을 했기에 아이가 저렇게 화가 났을까? 그리고 나는 왜 화가 났을까?

아이에게 글자를 가르쳐주고 있었다. 아이는 6세다. 나는 개인적으로 미리 억지로 하는 교육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기에 그동안 한글을 가르치지 않았다. 4세부터 주변에 한글을 깨친 아이 친구들 이야기가 들렸지만 나의 확고한 교육관이 있었기에 흔들리지 않았다. 7세에 하루 이틀이면 배울 수 있는 한글을 굳이 5세부터 시도해서 몇 달을 씨름하고 싶지 않았다. 억지로 하는 교육은 효과가 낮음을 학교에서 많이 경험했기에 내 아이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요즘 아이가 한글을 알려달라고 한다. 참 반가운 말이었다. 아이가 드디어 원하니 이제 내가 가르쳐주면 된다. 이름 석 자 쓰는 게 전부였는데 이제 자음, 모음을 가르쳐줄 생각을 하니 설레기도 했다. 아이가 드디어 한국인으로서 언어를 배우는구나!

ㄱ, ㄴ, ㄷ, ㄹ 순서로 아이에게 쓰는 방법을 알려주며 “이게 ㄱ이야” 하며 쓰고 아이가 따라 쓰게 해 봤다. 아이는 ‘ㄱ’, ‘ㄴ’을 쓰는데 장난을 친다.
“글자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로 쓰는 거야. 이렇게”
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아이는 내 말을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계속 획순이 틀리다.


‘ㄷ’에서부터 조금씩 화가 나기 시작했다. 계속 장난치는 모습을 보았기에 ‘ㄷ’을 마음대로 획순으로 쓰는데 표정이 굳기 시작했다. 계속 쓰다가 키득키득 웃고 누워서 장난치던 아이에게 엄마의 마음이 전해졌는지 아이는 ‘ㄷ’까지는 획순에 맞게 썼다.


이제 다음 ‘ㄹ’이 문제다. ‘ㄹ’은 ‘ㄱ’과 ‘ㄷ’을 합쳐서 쓰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당연히 획순에 안 맞게 쓰겠지’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역시나 마음대로 쓰고는 킥킥 웃는다. 장난기 많은 아이라 뭐든 진지하기보다는 장난식이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나는 화가 났다. 그런 마음을 아이에게 표현하고 싶지 않아 최대한 감정을 꾹 누르고 이야기했으나 나의 표정과 말투로 아이에게 전달되고 말았다.

아이가 갑자기 얼굴이 상기됐다. 그러고는 나를 손으로 밀었다. 아이는 화가 났다. 화를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는 아이는 처음에 이야기했듯 소리를 지르고 울기 시작했다. 너무 슬프다고 했다. 그리고 너무 화가 난다고 했다. 자신은 조금밖에 잘못하지 않았는데 엄마가 화를 냈다고 했다. 자신의 잘못에 비해 엄마가 너무 과한 화를 냈다는 의미였다.


아이를 달래주거나 그냥 넘어가고 싶었으나 그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직업병인지 엄마 노릇병인지 아이의 억지스러운 이야기를 그냥 받아주면 버릇이 나빠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냥 기다렸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에 나오는 것처럼 아이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아이는 자신의 말과 행동에 반응을 하지 않는 엄마에게 나 좀 보라고, 내 얘기 좀 들으라고 항의하듯 더 크게 울고 더 크게 소리쳤다. 그리고 엄마가 너무 밉다고 했다.

아이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아이는 보통 때 순하다. 자기 고집은 있지만 엄마를 아주 좋아하고 엄마 말에 특히 잘 따르는 예쁜 아들이다. “엄마 사랑해”를 자주 속삭이는 아이인데 “엄마 너무 미워”라고 하니 내가 너무 슬퍼졌다..

아이가 울다가 어느새 조용해졌다. 잠이 든 것이다. 아이 얼굴을 가만히 보니 너무 마음이 아팠다. 나는 아이에게 너그럽고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좋은 엄마라고 생각해왔는데 오늘 나는 아이를 화나고 슬프게 했다. 아이는 생각보다 더 상황 판단을 잘한다. 아이 말대로 내가 크게 화낼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나는 화난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표정과 말투에서 전달됐으니 아이에게는 억울한 일이었을 수 있다.


‘ㄷ’, ‘ㄹ’이 뭐라고. 획순 맞고 안 맞고가 뭐가 중요하다고 나는 화가 났을까? 아이와 나의 감정보다 더 중요한 것이 또 있을까? 어른들도 획순 안 맞게 쓰는 사람이 많은데 6살 아이에게 획순 마음대로 하는 게 그리 큰 문제인가? 교사 엄마이기에 아이는 획순을 반드시 정해진대로 해야 하는가? 획순이 중요한 게 아닌데.. 엄마와 아이가 함께 있는 시간에 행복함과 따뜻함을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한데...





내 모습 돌아보기


가만히 돌아보니 아까 아이와의 상황에 내 '욕심'이 들어갔다.

엄마의 욕심, 그리고 아이에 대한 목표


오늘 한글을 가르쳐준다는, 그리고 ‘ㄱ’, ‘ㄴ’, ‘ㄷ’, ‘ㄹ’까지 오늘 알려준다는 목표가 있었다. 그건 순전히 엄마인 나의 목표이고 욕심이었다. 아이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엄마가 하자고 하니 뭣도 모르고 앉았는데 자꾸 옆에서 획순 이야기하니 지루하고 재미없어졌다. 그냥 장난치고 싶다. 내가 장난치면 늘 그랬듯 엄마도 웃겠지 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예상과 다르게 엄마는 웃지 않았고 표정이 굳어갔다. 아이들은 말로 하지 않아도 엄마의 감정을 오감으로 느낀다. 아이는 내가 나타내지 않으려 했음에도 엄마의 감정을 읽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씩 안 좋은 감정들이 쌓였다.

나는 아이에게 화를 내지 않으려고 나름 노력한다. 직장맘이다 보니 저녁에만 아이와 함께 있으니 그 시간만큼은 되도록 즐겁게 보내자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는 날 처음으로 아이에게 화를 냈다. 아이에게 아침밥을 먹이고 유치원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시간의 압박이 있으니 마음에 조바심이 났다. 그리고 그즈음 아이가 혼자 밥 먹도록 해야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내가 생각대로 되지 않자 화가 났다. 그 감정은 굳은 표정과 날카로운 말투로 아이에게 전해졌다. 그 순간을 벗어나고서 스스로 자책했다. 아이에게 내 목표를 강요하다니.. 그리고 꾸중이 아닌 짜증을 내다니 너무 미안했다.


깨달음

그때 깨달았다. 엄마로서 아이에 대해 욕심을 내니 조바심이 나고 아이를 내 마음대로 하고 싶어 지는구나.

아이의 행동이 변화하거나 발전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엄마의 목표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아이의 동기와 목표가 필요하다. 엄마의 욕심과 혼자만의 목표는 아이를 행동하게 하기 어렵다.

오늘 내가 아이에게 욕심을 부렸다. 아이는 모르는 오늘의 목표를 혼자 세웠다. 아이에겐 그런 목표가 없기에 안 해도 그만해도 되는 일이다. 근데 엄마의 굳어진 얼굴과 말투를 보니 기분이 나빴나 보다.


엄마의 목표가 아닌, 아이의 목표가 생기도록


아이에게 엄마의 목표와 욕심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엄마가 목표로 세울 것이 아니라 아이가 목표를 세우도록 곁에서 동기부여를 해줘야 한다.

그런 면에서 오늘 나는 아이에게 잘못했다. 아이의 얼굴을 어루만지는데 참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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