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학생 때가 좋다.
자주 다른 사람의 수업을 듣는다.
다른 사람의 수업을 통해 나를 성찰하면 내가 수업 때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명확히 분간된다. 몇몇 선생님들께서는 자신의 수업 영상을 되돌려보며 반성하신다. 몇 번 시도해 봤지만 나 자신을 보기가 민망해서 영상을 수차례 켜고 끄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찾은 나만의 방식이 바로 다른 선생님들의 강의를 찾아다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방학 때 토플 강의를 신청했다. 내 수업도 돌이켜볼 겸, 영어 공부도 할 겸, 아이들에게 멋진 본보기가 될 겸.
"매번 도전...하는 삶을 사세요!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될 수 있도록 늘 최...선을 다해요!"
라고 아이들에게 자주 잔소리하면서도 속으로 엄청 찔렸다. 그래서인지 말에 힘도 실리지가 않고 더듬더듬 말하곤 했다. 퇴근하고 집에 도착해 엽떡을 시켜 먹고 유튜브를 보며 잤던 어제가 떠오를 때면,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 싶어 부끄러웠다.
말에 힘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번 방학 때만큼은 인생을 앞서 멋있게 사는 모습을 보여줘야지!
첫 수업 날이었다. 책상에 앉아 높은 단상에 올라간 강사님을 보니 마냥 멋있고 좋았다. 선생님이란 이렇게 신비하고 존경스러운 존재이구나. 믿음직하시고, 영어도 잘하시고, 우릴 위해 따끔한 조언도 해주시고. 아이들이 칠판 앞의 선 나를 보면 이렇게 생각을 할까? 아이들이 나를 멋있게 바라봤으면 좋겠다. 토플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수업이 시작됐다. 수업 내내 답답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여기저기 닌자들이 뛰어다니는 초등학교 교실에 익숙해져 있다 퇴근하고 지쳐서 온 성인들의 공간에 있다 보니 칙칙하기도 했다. 게다가 일 때문에 힘드신지 많은 수강생들이 선생님께서 질문을 하셔도 대답도 안 하고, 궁금한 것을 질문하지 않았다. 선생님의 얼굴에 서운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같은 선생님으로서 얼마나 기운이 휙 빠질지 공감됐다. 한 학생이라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날 바라봐주고 질문에 꼬박꼬박 답해주면 선생님은 수업할 맛이 나는데…
나라도 대답머신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에 다음 시간부터는 첫 줄에 앉아 열심히 대답하고 집중했다. 이렇게 열심히 수업을 들어도 선생님으로서 앞에서 열심히 떠들고 애들 챙기는 것보다 훨씬 안 힘들었다.
역시 학생 때가 좋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