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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송희 Oct 27. 2024

프롤로그

퇴사가 하고 싶었을 뿐인데

"작가님은 전공이 뭐예요?"


10년 정도 글을 썼다고 말하면 돌아오는 첫 질문은 대부분 "문예창작과 나오셨나요?"입니다.

그럼 저는 몹시 담담한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합니다. 


"전공은 엔터테인먼트 경영입니다."

상대분은 1차 당황한 표정을 짓습니다. 일단 '엔터테인먼트 경영'이라는 전공이 생소하다는 이유로, 

또 하나는 '그럼 어쩌다가 작가가 된 거지?'로 이어지는 의문 때문으로 말이죠. 그리고 그러한 의식의 흐름은 저에게 두 번째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그럼 작가는 어떻게 되신 거예요?"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을 거야. 작가들은 자기만의 뚜렷한 신념이 있을 테니까. 뭔가 그럴싸한, 멋진 데뷔 썰 같은 게 있을 거라고. 잔뜩 기대에 부푼 눈망울로 저를 보는 상대에게 저는 익숙하다는 듯 답합니다. 


"퇴사가 하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그렇게 되었습니다."라고요.


단언컨대 저는 작가가 될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저 퇴사가 하고 싶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퇴사가 하고 싶어서 했던 단 한 번의 행동이 나비효과가 되어,

10년째 글밥으로 먹고사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기획사 CEO가 되겠어!"


약 10여 년 전.

대한민국 3대 기획사 사장이 되어 위풍당당한 삶을 살아가겠다는 꿈을 품은 채 호기롭게 입사한 첫 기획사에서, 저는 인생은 실전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경험했습니다. 내가 얼마나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인지, 이대로 가다가 제대로 사람 구실은 할 수 있을 것인지, 1인분을 해야 어느 회사를 가든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데 과연 나는 이 세상에 쓸모가 있기는 한 사람인 것인지, 그 와중에 간간이 밀려드는 상사와 세상에 대한 원망까지. 

지금 생각해 보면 그저 평범한 사회 초년생이 겪었어야 했을 당연한 감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너무나도 어리고 미숙했던 당시의 저에게는 아주 작은 시련에도 하루가 송두리째 흔들릴 만큼 힘든 일의 연속이었습니다.


"아, 퇴사하고 싶다. 미치도록!"


그럼 돈은 누가 벌래? 

퇴사 욕구가 올라옴과 동시에 내면에서 튀어나온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번 포기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또다시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쉽게 포기해 버릴 것 같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컸습니다. 그래서 저는 퇴사를 실행에 옮기는 대신, 매일 나를 괴롭히는 복잡한 감정들을 어떻게든 버리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휴대폰 메모장에 푸념 섞인 글을 일기처럼 쓰기 시작했습니다. 


신기하게도 별 것 아닌 행위라고 생각했던 1일 1 메모 쓰기 습관은 저에게 하루를 버틸 수 있는 힘을 주었습니다. 속마음을 글로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또다시 일어설 힘이 생긴다는 것을 깨달았거든요. 그리고 약 2년 반 후, 진짜로 퇴사를 할 때쯤에는 약 1,000개의 메모가 모이게 되었습니다. 그즈음, 저는 그 글감을 모아 한 권의 책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독립 출판이라는 한 번의 행동을 시작으로, 저는 소설, 웹소설, 웹툰을 쓰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글쓰기는 왜 필요할까요?"


우리는 현재 N잡의 시대, 개인 브랜딩의 시대에서 ‘나’를 소재 삼아 수익을 내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분야를 막론하고 글쓰기 스킬은 가장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직군이든 일의 기본은 ‘소통’에 있으며, 소통을 위해서는 ‘말하기 능력’뿐 아니라,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이 필수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10년 가까이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면서 내 생각과 이야기를 가장 직관적이고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장르는 ‘에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타의 장르와 비교했을 때, 에세이는 내 생각과 감정을 비교적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다양한 이유로 글을 잘 쓰고 싶은 분들에게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감성적이면서도,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게 전달하는 방법’을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 있는, 그간 스스로 맨땅에 헤딩하며 습득해 온 글쓰기 노하우를 통해, 저처럼 평범한 사람도 상업작가로 데뷔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꽤 나쁘지 않거든요, 글밥 먹고 살아가는 삶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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