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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송희 Oct 27. 2024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모전에 도전하다

맨땅에 헤딩하다가 죽을 인간은 바로 나

“다른 장르의 글을 써 보고 싶다. 하지만 어떻게?”


<어느 날 뚜벅이가 걸어왔다, 말을>과 <외로운 것들에 지지 않으려면>을 출간한 이후, 저는 문득 ‘인풋의 중요성’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두 권의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제 머릿속에 있었던 ‘글감’을 모두 털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또다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는 것입니다. 


그런 생각을 한 이후 제가 처음 인풋 하기로 결심한 책은 ‘고전 소설’이었습니다. 

책을 구경하러 간 서점에서, 우연히 모 출판사가 제작한 ‘고전소설 미니북 시리즈’를 보게 되었고, 손바닥만 한 크기의 책이라면 출퇴근 길에도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처음 구매해서 읽은 고전 미니북은 ‘데미안’이었는데, 어릴 적 여러 가지 버전으로 읽어왔던 데미안을 성인이 되어 다시 읽으니 다시 보이는 부분이 있었고, 그렇게 고전 소설에 빠지기 시작한 저는 N개월 동안 약 50권의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신기했던 것은 책을 읽기 시작하자 머릿속에 쓰고 싶은 글감이 채워지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특히 두 권의 책을 출간한 이후 보게 된 소설책은 저에게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욕구를 가져다주었는데, 앞서 두 권의 책을 맨땅에 헤딩하며 출간했던 경험이 있는 저에게 이러한 욕구는 두려움이 아닌 호기심으로 다가왔고, 저는 그 길로 ‘소설 출간하는 법’과 같은 막연한 궁금증을 인터넷에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 참 쉽게 안 변합니다.) 그러던 중, ‘공모전’을 통해 작가로 데뷔하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수많은 공모전 일정을 모아놓은 ‘위비티’와 같은 사이트에서 공모전 리스트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공모전 사이트를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공모전 일정을 찾다 보면 먼저 ‘업계에서 어떤 장르의 글을 원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사이트를 이용해 본 적 있는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공모전을 모아놓은 사이트에는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분야의 공모전이 열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소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공모전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동화 공모전’이 있다는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되었으니까요. 사실 처음부터 동화 쓰기에 도전해 보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듯이, 저는 단순히 분량이 적은 공모전에 도전해 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러던 중 발견한 것이 ‘KB 동화공모제’라는 단편 동화 공모전이었습니다.





“KB국민은행에서 동화 공모전을 연다고?”
 
저로서는 상상도 못 했던 것이었습니다. 제 머릿속에는 그저 은행으로 입력돼 있는 KB에서 동화 공모전을 열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마침, 공모전 마감일이 다가오고 있음을 확인한 저는 공모전 마감일 사흘을 앞두고 첫 공모전에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슨 객기였는지 모르겠지만 당시의 저는 상을 타고 싶다는 욕구보다는 순수하게 새로운 장르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여기에 공모전 특성상 마감일이 정해져 있다는 것 또한 저에게는 메리트가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사실 작가라는 직업은 언제나 마감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업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작가로 데뷔하고 싶은 예비 작가분들에게는 공모전에 참여해 보는 것만으로도 마감일을 지키는 연습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공모전 도전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공모전 마감까지 단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저는 무작정 소재를 찾기 위해 아르바이트가 끝나자마자 중고 서점으로 향했습니다. 도무지 무슨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거든요. 그렇게 중고 서점에서 1시간가량을 배회하던 끝에, 저는 세종대왕이 집현전 학자들과 만들었던 자음과 모음 스물네 개의 글자에 대해 기록해 놓은 책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책을 구경하던 중 문득 

“만약 자음과 모음이 살아있다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부터 마감일 당일까지 약 사흘 동안 매일매일 새벽 5시까지 글을 쓰며 난생처음으로 ‘한글을 사랑하자.’는 주제를 담은 생애 첫 단편 동화 <쉿! 세종 대왕님이 보고 계셔!>를 완성했습니다. 그러나 마감의 기쁨을 느낄 새도 없이, 당일 오후 5시까지 프린트한 원고를 제출해야 하는 마지막 미션이 남아 있었던 저는 출근 전 집에서 프린트한 원고를 들고 아르바이트하는 곳에 출근하여, 그곳에서 퀵 서비스로 간신히 원고를 제출했습니다. 그래서 처음 주최 측에서 입선 소식 전화를 받았을 때, 너무 놀란 나머지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라는,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상을 탄 것이 하나도 기쁘지 않은 사람처럼 바보 같은 대답을 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시상식에 참여했던 그날을 저는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에세이 출간을 하는 동안 다른 작가님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던 저에게는 시상식 현장에서 만난 수상자분들이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동화 작가 타이틀을 얻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 노력하고 있는지, 그들의 삶에 창작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 처음으로 알게 된 날이었거든요. 그래서 저에게 공모전 도전은 단순히 새로운 장르로의 도전이 아닌, ‘작가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깊게 심어 준, 너무나도 감사한 경험이었습니다.


 




“난생처음 소설 기획안이라는 것을 쓰다.”
 
동화 공모전에서 입선을 한 이후, 저는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휴대폰 메모장에 글을 쓰다가 덜컥 책을 만들고 얼떨결에 동화 공모전에서 입선까지 하는 감사한 경험을 했지만, 글을 쓴다는 것이 불현듯 무겁게 다가오기 시작했거든요. 생각이 많아지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이제부터 뭘 써야 하지?” 하는 고민에 답을 내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때 처음 알았던 것 같아요. “아, 작가라는 것은 책을 출판한다고 해서, 공모전에서 수상을 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구나. 계속해서 어딘가를 향해 문을 두드리고, 글을 쓰며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거구나.”라는 것을요. 막연히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고 싶다.’라고 생각했을 뿐, ‘그래서 계속해서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고, 저는 또 한 번 공모전 사이트를 기웃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한참 서핑을 하던 저는 ‘장편 소설 공모전’을 접하게 되었고, 단편 이야기에서 장편 이야기로 저의 역량을 끌어올려 보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습니다. 소설 공모전의 공모 요강을 살펴보던 저는 ‘기획안’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습니다. 또다시 맨땅에 헤딩을 하며 이런저런 자료들을 수집한 저는 우여곡절 끝에 첫 판타지 장편 소설 <당신의 기억을 팔아드립니다.>로 ‘제3회 창작 소설 공모 대전’에서 작품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단 세 줄로 저의 소설 공모전 일화를 적으니, 공모전이라는 것이 도전하기만 하면 쉽게 수상할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지실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만, 당시의 저는 공모전 마감일까지 평균 3시간씩 자면서 공모전에 제출할 기획안과 원고를 작업했습니다. 당연하게도 기획안 쓰는 법, 소설 작법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기 때문에,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듯 자료를 여기저기서 긁어모아 공모전에 도전했습니다. 그 과정만으로도 책 한 권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많은 경험을 하게 된 공모전 도전기였으나, 저의 공모전 도전 일화는 이쯤에서 마무리 짓고 제가 공모전 도전기를 공유한 이유를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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