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것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경기도 오산입니다.
“작가가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북콘서트 현장이나 글쓰기 강연을 할 때, 위 질문을 건네면 갑자기 분위기가 고요해지곤 합니다.
한참의 침묵이 이어지고, 현장에 모인 분들은 혹시 저와 눈이 마주칠까 시선을 피합니다. 그러다 침묵을 견디지 못한 어느 용기 있는 분이 손을 들면, 모두가 기다렸다는 듯 잔뜩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발표자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손을 든 분이 수줍게 묻습니다.
“작가님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장내는 공감 섞인 웃음으로 가득해집니다. 질문에 질문으로 답한 이유를 여쭤보니,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은 해 봤지만, 작가로 데뷔를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작가가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고 답합니다. 그러자 여기저기에서 공감 섞인 반응들이 흘러나옵니다. 그리고 저 역시, 그 말에 깊이 공감하는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작가가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세상에 내놓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입니다. 작가가 된다는 건 결국 내 생각, 신념, 감정, 가치관 같은 것들을 도마 위에 올려놓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글이라는 것은 거울과 같아서 내가 아무리 숨기고 숨기려고 해도 결국 글 속에 내 감정, 가치관, 신념 같은 것들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출간이 되는 글을 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하게 알아두어야 할 것은 일기와 출간이 되는 글의 가장 큰 차이는 결국 ‘대중에게 보여주느냐 아니냐의 차이’라는 것입니다. 만약 제가 휴대폰 메모장에 쓴 글감들을 그대로 두었다면, 지금의 저는 글을 쓰고 있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작가라는 타이틀은 결국, 세상에 내 글을 내놓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을 테니까요.
이 글을 읽고 계실 많은 분 역시 출간하고 싶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두려운 마음도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랬었거든요. 그러나 만약 출간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 더 큰 분이시라면, 발가벗은 나를 세상에 내놓는 연습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중의 시선에 면역이 생기지 않으면 결국에는 출간 작가가 될 수는 없거든요. 아무도 봐주지 않는 글은 결국 일기와 다름없기 때문에, 출간이 목표인 분들이 계신다면 나를 세상에 내놓는 연습을 하시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상업 작가가 되려면 무엇을 알아야 할까요?”
상업 작가가 되는 방법에는 여러 길이 있겠지만 많은 요소 중 실제 글을 쓸 때 염두에 두어야 할 세 가지를 추려서 말씀드려보려고 합니다.
먼저,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알아야 합니다.
‘상업’이라는 것은 결국 다른 사람들이 ‘사고 싶은’, 다시 말해 ‘팔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상업 작가라는 것은 사람들이 사고 싶은 글을 써야 한다는 의미로 이어지는데요, 글이라는 것의 특성상 상업적인 글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공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일기’와 ‘팔리는 글’의 차이점은 ‘나만 보는 글’이냐 아니면 ‘남들도 보는 글이냐?’의 차이에 있다고 말씀드렸었는데, 그에 덧붙이자면 팔리는 글은 결국, ‘보편적 공감대’를 주는 글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나만 공감하는 글’은 ‘상업적인 글’이 아니라는 것이죠. 이게 바로 일기와 상업적인 글의 가장 큰 차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공감이 되는 글을 쓰려면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을 알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여러분들이 만약 일기를 쓴다거나 제가 앞서 말씀드렸었던 것처럼 출퇴근길에 감정 쓰레기통용으로 메모를 적는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러면 두서없는 이야기가 나열되겠죠? 일기는 그래도 됩니다. 그런데 남들이 보는 글은 그렇게 작성되면 출간되기가 어렵습니다. 짧은 글이어도 기승전결이 담겨 있어야 하고 흐름이 있어야 하거든요. 저는 그걸 ‘이야기를 구성한다’고 말합니다.
사실 소설이나 동화나 에세이나, 어떤 장르의 글이든 내가 하고 싶은 메시지를 얼마나 임팩트 있게 전달하느냐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개인적으로 ‘그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곧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것으로 이어지는데, 아무리 좋은 소재와 주제가 떠올랐다 하더라도 우리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어떤 구성으로 보여줄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해야만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글을 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첫 문장의 힘’입니다.
이건 정말 책의 제목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서점에 갔다고 생각해 봅시다. 소설 한 권을 사고 싶은데, 진열대에 소설이 너무 많아요. 그럼 어떻게 하나요? 먼저 끌리는 제목을 찾죠. 그다음은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소개 글을 읽고 거기까지 마음에 들었다면 첫 페이지를 열어보겠죠. 그때 첫 문장이 확 마음을 끌어당긴다고 가정해 보세요. 저 같은 경우는 첫 문장이 시선을 확 끌어당기면 대부분 그 책을 구매하게 되더라고요. 뒷이야기가 궁금해지기 때문인데, 짧은 글이든 산문이든 소설이든, 출간이 되는 글을 쓰고 싶다면 ‘첫 문장의 중요성’을 반드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다음이 궁금해야 이 책을 더 들여다보고 싶게 될 테니까요. 만약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이 실제 원고 작업에 착수하시는 때가 온다면, ‘어떻게 하면 첫 문장을 더 매력적으로, 궁금하게 쓸까?’를 고민해 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