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고 일단 SNS를 시작해 보자
“여러분들은 언제 일기를 쓰나요?”
주변에 일기를 쓴다고 말하는 지인들에게 이런 질문을 건네면 보통 제일 많이 하는 답은 ‘잠들기 전’입니다.
아무래도 치열한 하루를 보내고, 종일 있었던 일을 차분하게 정리하기에 좋은 때가 잠들기 전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저는 “그럼 넌 언제 쓰는데?”라고 물어보는 지인에게 이렇게 답하고는 합니다. “아무 때나.” 그러면 대부분 ‘그게 무슨 말이냐’하는 표정으로 저를 쳐다봅니다.
“글쓰기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기를 쓰는 시간대와 글 쓰기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 사이에 어떤 관계성이 있는지, 조금 뜬금없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사람이 일기를 자기 전에 쓰는 이유는 ‘글을 쓰는 행위’ 자체를 ‘각 잡고’, ‘시간을 내서’, ‘생각을 충분히 한 후에’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심리가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는 곧, 글쓰기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 역시, 위와 같이 글이라는 것은 각을 잡고 시간을 내서 생각을 충분히 한 후에 써야,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하는 심리와도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요컨대 글을 쓰기 전, ‘잘 써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글을 쓰기를 주저하게 만든다는 것이죠.
물론 좋은 글이라는 것은 생각을 충분히 한 후에 쓴 글이어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다만, 생각을 충분히 하는 시기가 꼭 글을 쓰기 전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글은 ‘퇴고를 많이 한 글’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좋은 글이라는 것은 한 번에 나올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글쓰기를 부담스럽게 여기시는 분들에게 이렇게 생각하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차피 퇴고할 거 일단 생각나는 대로 써보자.”고요.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글쓰기를 부담스러운 일로 생각하지 않게 되고, 글을 쓰는 시간을 일부러 내지 않아도 출퇴근 시간의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짬짬이 오늘 있었던 일을 회상하면서 그때 느꼈던 감정을 감정 쓰레기통에 툭 버리듯 쭉 나열해 볼 수 있거든요.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작가의 길에 한 걸음 가까워진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랬으니까요.
2016년도부터 2023년까지 저는 총 세 권의 에세이를 출간했는데요. 2016년도에 독립출판으로 출간한 저의 첫 에세이 <어느 날 뚜벅이가 걸어왔다, 말을>은 앞서 말씀드렸던 출퇴근 지하철에서 쓴 메모를 모아서 제가 집필부터 편집, 마케팅까지 전부 혼자 작업한 책입니다. 이렇게 말하니까 뭔가 대단한 일을 한 것 같지만 사실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출판사에 투고를 해서 책을 출간할 수 있다는 것조차 모르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저는 당시에 사회 초년생이었기 때문에 같은 문제를 마주해도 지금보다 곱절은 더 힘들었어요. 지금도 어떤 문제에 봉착하면 힘든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그때는 경험치가 더 없어서 지금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일들도 굉장히 힘들게 느껴졌었거든요. 스스로 무능함에 좌절도 많이 했었고요. 그러던 어느 날, 저는 스트레스를 관리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 같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생겼고,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속에 있는 말을 털어놓아 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한 이후부터 저는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하루에 하나씩 글을 썼어요. 말이 글이지 사실 그냥 푸념을 늘어놓는 수준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그때 느꼈던 저의 솔직한 감정을 메모장에 있는 그대로 쓰기 시작한 거죠.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상담을 받아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도 아니었는데 신기하게 메모장에 속마음을 털어놓고 나면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속이 편안해지더라고요. 사실 아무리 믿고 의지하는 사람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때도, 끝내 말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기 마련이잖아요. 그런데 그런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했던 마음을 내려놓고 메모장에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쓰다 보니 그게 스트레스를 치유하는 방식이 되더라고요. 그렇게 매일 하루에 하나씩 메모를 쓰다 보니 퇴사할 때쯤에는 거의 천 개 넘는 메모가 모였어요.
솔직히 처음 메모를 쓸 때까지만 해도 작심삼일로 끝나리라 생각했었는데, 막상 수많은 글이 모이다 보니 어느 날엔가는 궁금해지더라고요. “다른 사람들도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할까?” 하고요. 그 생각은 곧 “이걸 묶어서 책으로 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저는 그날부터 ‘책을 만들어 보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한편, ‘다른 사람들에게 내 글을 보여주는 것을 연습해 보자.’는 생각을 실천해 보기 위해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서 메모장에 쓴 글을 캡처해 올리기 시작했어요. 그게 독립 출판의 시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