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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수꾼 Aug 17. 2020

공인중개사는 임대인 편일까? 임차인 편일까?

[마음의 주체] '가심비'를 지배해야 먹고사는 공인중개사

마음이 중요하다. ‘가성비’보다 ‘가심비’의 시대다. 가격이 저렴해도 언제나 효용을 주지 않으며, 가격이 비싸도 이유가 충분하면 기꺼이 시간을 투입하고 마른 지갑도 연다. '가심비'를 지배하는 자가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 주택 가격을 결정하는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 건 누구일까? 정부? 집주인? 투자자? 은행? 물론 모두 다 영향을 미친다.


거래 현장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자. 부동산 거래는 보통 3명은 있어야 성립한다. 임대차(전세) 거래라면 ‘전세 주고 싶은 마음’과 ‘전세 살고 싶은 마음’이, 매매 거래라면 ‘팔고 싶은 마음’과 ‘사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시장의 최전선에서 이들의 마음을 한 지점에서 만나게 하는 ‘수수료 받고 싶은 마음’, 바로 공인중개사 또한 필요하다. 


먼저 임대차 과정에서 살펴보자.

요즘 부쩍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친구와의 대화이다.


“공인중개사는 임대인과 임차인 중 어느 편일까?”

“임대인의 편 아닐까? 임차인은 잠깐 왔다 가는 손님이지만, 임대인은 때마다 돈을 벌게 해주는 고정고객일 수 있으니까.”

“하긴 요즘은 공인중개사들이 아예 임대주택 관리까지 해준다더라. 전등 교체 민원 이런 거.”


공인중개사들은 정말 임대인의 편일까?

굳이 따져 물으면 그런 거 같다. 본인들의 욕구와 임대인의 욕구가 만나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개인의 입장에서 보자. 공인중개사는 중개수수료를 많이 받고 싶어 한다. 임대인은 지속적으로 보증금 및 월세를 올리고 싶어 한다. 중개수수료는 보증금이 올라갈수록 많이 받는다. 또한 해당 주택의 중개수수료를 2년마다 고정적으로 받고 싶어 한다. 따라서 전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차 계약을 성사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임차인이 없다면 계약은 아예 성립조차 하지 못한다. 따라서 임차인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약간의 기술을 쓰기도 한다. 예를 들어 2억 원의 전세가 있다고 치자. 5% 상한제를 적용하면 2억 1천만 원까지 전세 보증금을 올릴 수 있다. 공인중개사는 2억 1,500만 원으로 시장에 내놓는다. 그리곤 ‘전세 살고 싶은 마음’에게 오면 본인이 500만 원 정도는 깎을 수 있다며 능력을 보여준다.


임대인은 올려 받을 수 있는 최대치를 받고, 임차인은 호가보다 저렴하게 집을 구했으니, 공인중개사는 이 둘에게 모두 능력자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정보를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매매 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보증금 및 월세가 매매 가격으로만 달라질 뿐이다. 매도인에게는 한창 오를 때 잘 파는 것이라는 안도감과, 매수인에게는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와 함께 확신을 준다. 매도인은 본인이 산 가격보다 더 많은 가격을 받고 싶을 테고, 매수인은 호가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매수하고 싶을 것이다. 나아가 매도인은 또 다른 주택을 구입할 때, 매수인은 이번에 구입한 주택을 다음번에 매도할 때 고객일 수 있다. 고정고객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공인중개사는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에게 능력자로 인정받아야 계속 먹고살 수 있다는 마음에 이들의 욕구를 조정하여 거래를 성사시키려 노력한다. 


공인중개사 집단의 마음도 살펴보자. 부동산 시장 침체로 거래가 줄거나 가격이 폭락하면 공인중개사들의 생계는 치명적이다. 한 번 계약을 성사시킬 때마다 일정 정도의 수입을 가져가지 못해도 타격이 있다. 따라서 최선을 다해 부동산 가격을 유지 또는 높여야 한다.


일각에서는 없는 매물을 있는 것(허위매물)처럼 하여 손님을 끌어오고, 고가 거래를 위한 가격 하한선을 정해 놓는(가격담합) 등 불법·불공정한 거래를 주도한다는 비난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일부 그런 공인중개사들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대부분은 적정선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과도하게 값을 올릴 경우 아예 고객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고객이 없다면 아예 계약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따라서 '공인중개사들은 임대인의 편'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보다는 ‘팔고 싶은 마음’과 ‘사고 싶은 마음’, ‘전세 주고 싶은 마음’과 ‘전세 살고 싶은 마음’ 간 적절한 조화를 추구한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 계약의 성사,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을 만들어 준다는 말이다. 


이들이 부동산 시장 전체의 가격 거품을 만들어 낸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공인중개사도 사람인지라 일확천금도 좋지만 꾸준한 벌이, 즉 안정적인 삶을 더 소원하기 때문에 어느 마음 하나에만 치우친 거래를 성사시키기보단 모두의 마음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인중개사가 부동산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장본인임에는 틀림없다. 실제로 거래 직전까지 양측의 욕구를 파악하며 이를 조율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인간 본연의 마음이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능력자이고 싶은 공인중개사는 가격을 전보다 올릴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이들이 시장에 존재하는 한, 이들의 욕구 표출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해야 생존할 수 있다. 공인중개사가 '가심비'를 지배하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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