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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수꾼 Aug 20. 2020

부동산 시장 內 스토킹 혐의…“정부, 벌금 8만 원”

[마음의 주체] 알고 싶다, 정부 마음. 사실은 알기 싫지만.

남자는 여자를 사랑했다. 하지만 기회가 없어 마음을 담은 고백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느 날, 여자가 아팠다. 소식을 들은 남자는 여자에게 죽을 사다 줬다. 여자는 자신을 챙겨주는 남자가 궁금해졌다. 남자에 대해 더 알고 싶었다. 데이트 시간을 내어줬다. 남자는 여자에게 꽃을 선물했다. 여자는 남자에게 따뜻한 식사로 보답했다. 둘은 함께 영화를 보고, 커피를 즐기며 이야기를 나눴다. 여자는 남자에게 호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남자는 선물공세를 펼쳤다. 여자가 갖고 싶다는 물건은 무조건 손에 넣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호언했다. 하늘의 별도 따다 줄 것 같았다. 여자는 남들이 있는 건 다 갖고 싶다고 했다. 남자는 여자가 원하는 물건을 구할 수 있도록 장사꾼들을 회유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아예 물건을 빼앗겠다고 협박했다. 심지어 자릿세와 보호비 명목으로 상납을 강요하기에 이르렀다. 여자는 남자가 점점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불편한 마음을 한 번, 두 번 내비쳤다. 알아채지 못했는지 남자는 계속 본인의 방식대로 행동했다. 결국엔 여자도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자신을 사랑해줄 거라 확신했다.


남자는 매일매일 찾아와 사랑을 갈구했다. 어느 때부턴가 남자의 행동들이 여자에게도 제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싫었다. 오히려 여자의 눈에는 예전엔 싫어하던 다른 남자들이 괜찮아 보이기까지 했다. 남자의 안하무인(眼下無人) 격인 행동이 점점 더 심해질수록 여자의 고민은 깊어졌다. 남자의 행동이 강압으로 느껴졌다. 불안하고 무서웠다. 이제 그만 보고 싶었다. 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떡하긴 뭘 어떻게 하나. 스토킹 혐의로 112에 신고해야지. 스토킹? 경범죄로, 벌금 8만 원이다.


남자의 마음을 살펴보자. 사랑이다. 적어도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 믿고 싶다. 사랑이라면 무엇이 문제냐고? 사랑은 혼자 하는 거다. 연애는 둘이 하는 거고. 둘이 하는 걸 하고 싶다면 여자의 마음이 하는 이야기도 들었어야 했다.  


여자의 마음은 어땠을까. 일방의 방식을 같이 하자고 하는 것은 강요이고 폭력이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건네는 사랑은 부담스럽다. 심지어 나에게까지 피해가 오고 있다. 잠깐 아팠던 건데 평생 헤어 나오지 못하게 됐다.


딱하다. 남자도, 여자도 모두 안타까운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 속 막강한 행위 주체인 정부의 마음을 알고 싶다. 실제와 결합해 추측이라도 해보자. 정권을 잡았을 당시, 지지자들이 남들 갖는 주택, 본인들도 가질 수 있도록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요구했단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정책을 만들어 발표하기 시작했다. 다주택자들이 본인 소유분을 내놓으면 지지자들 몫이 생길 거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다주택자들에게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각종 혜택을 주겠다고 회유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뜻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자, 협박하고 강요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정책들 중 일부는 지지자들에게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면 임대인이 5% 상한제에도 불구하고 편법을 이용해 전세보증금을 마구잡이로 올린다거나, 자신이 거주하던 주택을 처분해도 세금을 내고 나면 비슷한 수준의 새로운 주택을 사지 못하게 된 것이다. 심지어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던 청약제도를 통한 ‘내 집 마련’의 꿈도 ‘그림의 떡’으로 전락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오히려 지금까지의 방식을 더욱 고집하고 있다. 그것이 정당하고 지지자들을 위한 일이라고 믿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지지자들은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지지율이 차츰 떨어지더니 이제는 아예 야당이 더 좋다고 돌아서버렸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에 책임이 있는 야당이었다. 역대 대통령들과는 달리 막강하게 유지하던 대통령 지지율도 추락하고 있다.


"‘예수’를 몰라보고 ‘바라바’를 외치는 군중의 오판"이라는 시선도 있다.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면 본인들이 예수라면 죽어야 사는 것인데, 도무지 죽질 않는다. 오히려 매일같이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며 지지를 구걸하고 있다. 부작용이 나타나는 조목조목 힘을 과시한다.


이미 전세, 월세 걱정 없도록 법을 만들어 놓았다고? 이런데도 못 챙겨 먹으면 못 챙긴 개인의 잘못이라고? 정부가 이렇게나 민첩하게 대응하는 데도 국민은 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걸까? 현실은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더욱 힘들어졌다.


정부는 법을 제정하고 정책을 시행하면 국민들이 정부의 취지에 맞게 따라줄 것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결과가 좋지 않자 집을 팔지 않는 다주택자들 탓, 법안 처리를 안 한 국회 탓으로 돌리며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 그 결과 이미 해놓은 것과 그나마 안정적이던 정책들까지 매몰시켜버리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고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현실과 마음을 직시하지 않은 게 컸다. 법은 최소한인데, 사람들끼리 살면서 정말 지켜야 할 최소한만 규정해놓아야 하는데, 챙길게 너무 많아졌다. 하루하루 살기 바쁜 국민들이 언제 그것들을 다 챙길 수 있겠나. 저녁이 있는 삶은 개뿔, 부캐(부캐릭터, 낮엔 회사원 저녁엔 대리운전) 없으면 인정도 못 받는 시대다. 더구나 이사 한 번 하려면 후속처리까지 휴가 하루로는 불가능하다. 은행 대출 알아봐야지, 자녀들 전학 관련 처리해야지, 이삿짐 싸고 풀어야지, 각종 기관에 주소 이전 신고해야지. 국민들 입장에서 이사는 가능한 한 하지 않는 게 상책이다.


이런 현실은 반영하지 않은 채 갖고 싶은 거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놨고, 이런데도 못 가지면 남 탓 또는 개인 탓이라는 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공수표로, 공염불로 느껴질 뿐이다. 대다수 국민들에게 최근의 부동산 관련 법과 정책은 그저 형식일 뿐, 실제로 피부에 와 닿는 건 높아진 집 값 문턱이다. 불안하고 비통하다.


마음을 살폈어야 했다. 국민의 입장을 고려했어야 했다. 하나하나 시뮬레이션하며 얼마의 시간이 필요하고 어떻게 해야 정책을 활용할 수 있을지 확인했어야 했다. 그런 뒤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이 아니라면 당연히 폐기했어야 했다.


그리고, 대선 당시 지지자들은 본인들만을 위한 정치를 하고 정책을 만들라고 정권을 쥐어줬을까? 그렇게 해서 반대파들을 거리로 내몰라고 명령했을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국민은 모두 연결돼있기 때문이다. 모두를 아우르는 정치와 정책을 바랐을 것 같다. 소모적인 갈등 유발 말고.


이 정도면 앞선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와 비슷한 상황 아닐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큰 흐름은 유사한 것 같다. 부동산 시장에 대응하는 정부의 모습 말이다. 정부가 남자, 국민이 여자라고 생각한다.


딱하고 안타깝다. 정부는 분명 국민을 사랑할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다만, 국민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한 탓에 오히려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이로 인해 전체 국민은 물론이거니와, 본인들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이던 일부 지지층까지 등을 돌리고 있는 모양새다.



국정운영은 사랑이라기보다는 연애와 같다. 연애 파트너인 국민의 마음까지 헤아려야 한다.


정부의 사랑 방식은 잘못된 마음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본인의 방식대로만 하려는 사랑은 폭력이다. 적어도 스토킹, 벌금 8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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