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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펀치 Apr 28. 2019

사람의 이야기

JSA

2017년쯤이었을까. 지나며 몇 차례 얼굴을 마주쳤을 법 하지만 실제 안면은 없던 사람. 어쩌다 소개로 저녁을 함께 하게 됐었다. 체구는 작지만 또렷하고 옹골찬 느낌이 드는 분이었다. 안녕 하고 웃는 눈이 선했다. 맑은 눈이다. 깨끗한 웃음은 보통 말랑하기 쉬운데, 보기 힘들게 맑고 단단한 웃음을 지니셨구나. 이게 그분에 대한 나의 첫인상이었다.


오래돼 기억은 드문드문 하지만, 그렇게 처음 만나 제주 고기를 먹던 날 아직 신출내기로 보였을 내게 많은 이야기를 했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고 일에 대한 것도 있었다. 모든 이야기가 '진짜'여서 나는 놀랐다. 어딘가 좀 감동스럽기도 했다. 그런 종류의 솔직함에 목말라 있던 시기여서 더 그랬다.  마음이 반짝거리는 사람. 그렇게 처음 만난 날부터 좋아하게 됐다.


함께 일이 없던 힘든 시기에는 집 근처로 초대해 돈가스를 사줬다. 밥을 먹은 뒤에는 사는 아파트에 올라가 케이크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집. 누군가가 사는 공간에 초대받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세계에 좀 더 깊이 다가가는 기분이다. 공룡이 그려진 아이들의 책과 장난감이 귀엽게 놓인 그곳에서 우리는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함께 있으면 따뜻해지는 사람. 그 따뜻함은 어른보다는 언니에게서 느끼는 것과 가까운 마음이었다.


따뜻한 면만 알아서 나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지만 나중에 듣자니 엄청 멋있는 사람이라 했다. 강한 사람에게 강하고 약한 사람에게 약한,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하고 싶은 말을 꼭 하는 사람. 그러면서도 맡은 일은 즐겁게 적극적으로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지나가며 얼굴을 마주칠 때마다 괜히 반가웠고 기뻤다. 머리는 어깨를 넘실거리는 길이였다가 가끔 단발이었다가 또 어느새 보면 구불거리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지만, 좀 귀여웠다.


어느 날 손으로 쓴 편지와 책을 선물로 받았을 때는 마음이 일렁였다. 아무 이유 없이, '반짝인다'는 칭찬이 적힌 편지와 함께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편지와 책이 너무 맑고 따뜻해서 며칠 동안이나 행복했다. 반짝인다니.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었다. 그런 이야기를 전하는 스스로는 얼마나 반짝이는지 모르겠지. 그 빛은 분명히 나보다 더 청명한 빛이다. 그 사람의 맑고 단단한 웃음은 지난주 천문대에 가서 보고 온 별처럼 반짝였다.


작고 빛나는 사람, 속이 꽉 찬 사람. 부딪혀 끝을 보는, 웃음이 맑고 따뜻한 사람. 맑은 눈만큼 마음이 건강하고 고운 사람. 이후 몇 번의 식사는 언제나 소소하게 즐거웠다. 진심으로 가득 차 아름답고 멋진 사람은 따뜻한 에너지를 준다. 주변에 따뜻한 기운을 뿌리지만 스스로는 얼마나 밝은 빛을 뿜는지 모르는 사람.


이게 내가 본 그 사람의 얼굴.


어쨌든 2019년의 봄 내 주변에는 그런 아름다운 사람이 있었고, 게으른 나는 빨리 책을 선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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