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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기 Jan 17. 2021

퇴사하고 아르바이트 시작

디자이너인데 디자인은 하기 싫어서요.










아르바이트는 시급제니까 "퇴근하세요."라는 말이 쉽게 나오는 거 같긴 합니다. 그래도 매일 정시 퇴근하니 너무 좋네요. 제 마음도, 시간도 여유롭습니다. 정시 퇴근하면 제가 하고 싶은걸 하기에, 휴식을 취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거든요.

그런데 아르바이트가 아닌 직장인, 그니까 정규직은 왜 '정시퇴근', '칼퇴'가 어려울까요? 연봉제여서 그럴까요? 연봉제는 다 야근을 해야 하는 건가요? 특히 디자이너 같은 정답 없는, 주관적인 직종은 더 야근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출근이 피곤할 수밖에 없었던 거 같습니다. 그렇다고 남들 다 남아서 일하는데 혼자 퇴근하기에는 눈치 보입니다. 눈치를 이겨내고 퇴근하자니 눈에 튀고요. '이런 튀는 행동'은 회사가 원하는 게 아니기도 합니다. 결국 저는 이런 직장생활 5년 정도 하다 퇴사했습니다. 디자이너인데 디자인이 하기 싫어지고 자부심도 사라졌거든요. 당연히 자기 계발도 안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혼자서 일하고 싶지만 프리랜서 디자이너도 원치 않고, 그렇다고 새롭게 배우자니 뭘 배울지 모르겠고, 사업을 하자니 어떤 사업을 하지? 여러 고민을 했습니다.


그 와중에 계속해서 연재했던 글과 그림 반응에 엄청난 집착을 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마음으로 시작한 게 아니었는데 저도 모르게 기대하는 마음이 커졌나 봅니다. 자연스러운 감정이겠지만 저에게는 스트레스였어요. 그래서 가끔은 글쓰기가 싫어질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는 억지로 하려기보다 그냥 맛있는 거 먹으며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었습니다. 억지로 하면 억지로 한 티가 난다 생각합니다.^^


그런데 계속 이렇게 지내다가는 집착만 늘어갈 거 같았습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더 하고 싶었습니다. 집중과 집착을 분산시키는 거죠. 스스로 통제하기 어렵다면 할 수 있게끔 환경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지금은 사무보조로 일하고 있습니다. 디자인 경력을 저 멀리 두고 말이죠. 주변에서 '경력 아깝지도 않냐'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아깝지 않다는 말은 거짓말이고 '훨씬 행복하다'라는 건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어요. 그리고 아르바이트와 직장은 별 차이 없다 생각합니다. 아르바이트를 평생 할 수 없는 것처럼 직장도 평생직장 없으니까요. 직장생활 오래 하다가 은퇴하면 어차피 또 뭔가를 해야 합니다. 그때까지 사람에 치여가며 스트레스는 받을 테지요. 저는 그럴 자신도 없고, 맞추기도 힘든 사람입니다. 그보다 일찍 은퇴는 하지만 그만큼 일찍 무언가를 찾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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