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또 청소를 시작했네. 나는 침대에 누워서 언니가 청소하는 것을 구경하면서 여유롭게 세수를 하고 있어. 나는 이제 청소기가 무섭지 않아. 왜냐하면 청소기가 멈추면 언니는 내게 맛있는 간식을 주기 때문이지.
나는 언니가 청소를 마치길 기다리면서, 서울에 처음 왔던 날을 떠올렸어.
언니와 함께 사냥하러 온 서울이란 곳은 참 신기했어. 내 걱정만큼 서울은 크지 않았고 위험한 사냥터 같지도 않았지. 어른 멍멍이 사월이랑 함께 있었던 그 집과 비슷한 크기였고, 물건들도 비슷한 물건들이 많이 있었어. 언니는 자신의 집을 서울이라고 부르는 걸까?
언니의 집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재밌는 것들로 가득했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쥐돌이 장난감 말고 다른 장난감들도 많았는데, 털이 잔뜩 달린 장난감, 꿈틀거리는 장난감, 파닥파닥 소리가 나는 장난감도 있었지. 나는 처음 보는 장난감을 보면서 기분이 매우 좋아졌어. 얼른 언니랑 같이 놀고 싶은 마음뿐이었어!
새로운 집에는 장난감 말고도 신기하게 생긴 물건들이 많이 있었어. 나중에 어른 멍멍이 사월이를 만나면 말해줄 것들이 아주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꼭 말해주고 싶은 물건을 꼽자면 청소기와 수도꼭지라는 거야.
사실 처음 청소기를 만난 날에는 지금처럼 청소기가 좋지 않았어. 오히려 무서웠달까? 청소기를 처음 본 그날도 지금처럼 침대에 누워서 세수를 하고 있었지. 그런데 언니가 어디서 하얗고 기다란 것을 꺼내오는 거야! 처음 보는 물건이고 너무 거대한 나머지 나는 곧바로 꼬리를 부풀리며 경계를 하기 시작했어.
"아이고, 사랑아! 괜찮아. 언니가 지금 청소할 건데 조금 시끄러울 수도 있어. 놀라지 마."
"애애옹!"
나는 언니에게 청소가 뭐냐고 물어보았어. 하지만 언니는 내 질문에 대답은 안 해주고, 계속 괜찮다는 말만 했어. 그러더니 손가락으로 뭔가를 꾹 눌렀고, 그 순간 엄청나게 시끄러운 소리가 터져 나왔어.
위이이잉! 위이이이잉!
그 소리는 마치 내게 엄청난 위험을 줄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했어. 정말 너무 무서웠지.
"하아악! 냐아아아옹! 하악!"
저 청소기가 바로 나의 첫 사냥감인가? 나는 잔뜩 등을 구부리고 털을 꽃꽂이 세웠어. 꼬리를 빳빳이 부풀리고 송곳니를 드러내며 공격 자세를 취했지. 그리고 옛날에 엄마가 알려주신 대로 목을 가다듬고 높고 날카로운 소리도 내보았어.
"하악! 하아악!"
사실 그 소리는 처음 내보는 소리였는데, 꽤나 멋있는 소리가 나는 거야! 그래서 나는 자신감이 생겼어. 그런데 갑자기 청소기의 시끄러운 소리가 멈췄어.
'뭐지? 나의 목소리에 겁을 먹은 것일까? 내가 이긴 걸까?'
청소기는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았지. 하지만 나는 청소기를 노려보면서 경계를 풀지 않았어. 훌륭한 사냥꾼은 항상 주의를 집중해야 하는 법이거든. 그런데 언니가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냉장고에서 무엇인가를 꺼내어 주는 거야.
'킁킁, 어? 처음 맡아보는 냄새네. 뭐지?'
언니는 맛있는 냄새가 나는 것을 내게 내밀었어. 나는 살짝 혀를 내밀어 '콕'하고 먹어보았지.
'우와! 정말 맛있잖아?'
나는 언니가 준 음식을 빠르게 먹기 시작했어. 언니는 아주 흡족한 미소를 띤 채 나를 보고 있었어.
'내가 청소기와의 싸움에서 이긴 걸까? 그래서 언니가 날 축하해주기 위해서 맛있는 것을 주는 걸까?'
나는 뭔가 엄청난 것을 해낸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어. 내가 더 용감한 고양이가 된 것 같았지.
그날 이후 언니는 청소기를 꺼내서 청소를 할 때마다 내게 맛있는 간식을 주곤 했어.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청소기가 무섭지 않게 되었어. 오히려 청소기 소리가 들리면 자다 일어나서 언제 청소기가 멈추나, 그리고 언제 간식을 주나 기다린다니까?
청소기만큼 사월이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또 다른 신기한 물건은 바로 수도꼭지라는 거야. 수도꼭지는 화장실이라는 곳에 있는데, 그중에서도 수도꼭지는 굉장히 놀라운 물건이지. 수도꼭지에서는 물이 흘러나오는데, 언니는 그 물로 얼굴도 씻고 이빨도 씻고, 안 씻는 것이 없었어.
나는 언니가 씻는 것이 너무 신기해서 화장실을 갈 때마다 뒤따라 들어가서 봐. 사실 나는 물을 먹는 것까지는 괜찮지만, 내 몸에 물이 닿는 것은 아주 안 좋아하거든.
애써 깨끗하게 씻은 내 털이 물 때문에 더러워지는 것은 정말 최악이야! 특히 발바닥에 물이 묻으면 미끄러워서 사냥할 때 위험하단 말이지. 그런데 언니는 온 얼굴과 머리털에 매일 물을 묻혀! 내 친구 사월이에게도 보여주고 싶을 만큼 신기한 광경이 아닐 수 없지.
하지만 아무리 신기해도 정신없이 보고 있으면 안 돼. 자칫 잘못하면 어제와 같은 대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야.
어제도 언니가 화장실에 들어가길래 쫄래쫄래 따라갔어. 그리고 언니가 잘 보이는 변기 위에 앉아있었지. 그러다가 조금 더 수도꼭지에 가까이 가고 싶어서 세면대로 폴짝 올라갔어. 그때였어!
"사랑이~ 이만큼 올라왔어? 사랑이도 씻고 싶어?"
뭐라고? 씻는다고? 그건 안돼! 하지만 언니는 내가 대답할 시간도 주지 않고 나를 번쩍 안아 올리는 거야. 나는 싫다고 다급히 말했어.
"애옹! 애옹"
"그랬어~ 물이 너무 신기했어? 발만 좀 씻어볼까?"
맙소사. 언니는 그대로 내 깨끗한 발바닥에 물을 묻히기 시작했어. 사냥꾼의 발은 항상 보송보송하게 말라있어야 하는 법인데! 나의 소중한 발들이 축축하게 젖기 시작했지. 나는 탈출하기 버둥버둥 움직였어. 그런데 갑자기 언니가 또 간식을 주는 거야.
'응? 이건 청소하면 주는 거잖아. 왜 이걸 또 주는 거지?'
발이 젖는 것은 싫었지만, 그래도 간식을 먹는 것이 더 중요하잖아? 그래서 나는 일단 탈출 작전을 멈추고, 얌전히 간식을 먹었어. 언니는 이번에도 지난번처럼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보고 있는 거야!
'가만, 어제 있었던 일은 살짝 언니한테 속은 기분인데?'
침대에 누워서 곰곰이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려보니, 언니한테 살짝 당한 느낌이 드네. 내 발에 물을 묻히기 위해 나를 속인 건가?
언니한테 씻는 게 싫다고 정확히 말해줘야겠어. 아무리 맛있는 것으로 날 속여도, 용감한 사냥꾼인 나의 발을 씻는 일은 앞으로 절대 안 된다고 알려줘야겠어.
나는 기지개를 쭉 피고 앉았어. 그리고 언니한테 중대발표를 하려고 하는데, 아니? 청소가 끝난 것이 아닌가! 언니가 또 냉장고에서 간식을 꺼내는 거야!
우선 간식만 먹고 언니에게 말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꼬리를 위로 쭉 뻗어 올렸어. 일단 간식을 먹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