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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진 Jan 02. 2021

고양이는 악마가 낳은 자식

안녕하세요. 말씀 감사합니다. 하지만 너나 잘하세요.

집사


이 글을 읽는 당신은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나의 삶을 어떻게 생각할까?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반려동물을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는  삶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칠까?



누군가는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삶이 전혀 낯설지 않을 수도 있다. 오히려 그런 모습이 평범하게 다가오거나 혹은 당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 어떤 누군가에게는 그런 삶이 신기하고 놀라운 모습으로 여겨질 수도 있.


나는 어렸을 때부터 대형견들과 시골에서 함께 뛰놀면서 커왔고, 어머니께서도 현직 고양이 집사 6년 차라 그런가, 반려동물과 살아가는 것에 대해 거부감이나 놀라움 전혀 없었다. 그런 삶은 내게 자연스러운 모습이었고, 새로운 가족의 한 형태라고 생각하고 있다.


래서 모든 사람들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리라고 은연중에 지레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것 자체에 대해 아니꼽게 보는 시선들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나의 유튜브 채널에 달린 댓글 때문이었다.


나는 사랑이를 구조하기 전부터 어머니가 기르는 두 고양이 우루와 명랑이의 상을 유튜브에 소소하게 올려오고 있었다.

그러다가 사랑이가 내게 찾아왔고, 사랑이 우여곡절 끝에 나의 소중한 가족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사랑이와의 일상을 담은 영상도 튜브에 올리기 시작했.



그러던 어느 토요일이었다.

그날도 여느 주말의 아침과 다를 것 없이 화장실에서 아침맞이 장운동을 하면서 SNS를 탐험하고 있었다. 한창 재밌게 웃으면서 이것저것 보고 있는데, 유튜브 알람이 울렸다. 알람 속에는 내가 올린 사랑이 영상에 누군가가 남긴 댓글이 있었다. 


-동물 새끼 말고 사람 새끼나 키우지. 시간 낭비하네.


처음에 이 댓글을 봤을 때는 머리를 세게 부딪힌 기분이었다. 그리고 내가 누군지도 모를 이 사람이 왜 내게 이런 말을 남겼는지 궁금해졌다.


'혹시 문제 되는 장면이 있나?'


그래서 해당 댓글이 달린 사랑이 영상을 무려 세 번이나 돌려보았다. 하지만 도저히 '불편함'을 주는 요소를 찾을 수가 없었다.


는 울컥하고 억울한 감정이 치솟았다. 그래서 화장실 앞에 앉아서 날 보고 있는 사랑이를 쳐다보며 하소연을 시작했다.


"사랑,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이렇게 욕을 먹는 걸까?"

"애옹~ 애오옹~"

"우리 사랑이도 언니 새끼 맞는데, 그지?"


동물 새끼 말고 사람 새끼를 키우라는 화살은 저녁이 될 때까지 마음속에서 뽑히지 않았다.

그 댓글을 쓴 사람은 나에게 조언이랍시고 그런 말것이었을까? 아님 순전히 내 기분을 망가트리려는 심보로 적은 것이었을까?

만약 후자의 이유였다면 그 사람은 원하는 목적을 아주 훌륭하게 이뤄냈다. 나는 그 사람이 쓴 댓글 하나 하루 종일 기분이 나빴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정말 화가 났다. 당신이 말한 '동물 새끼'가 '나의 가족'이라는 것을 소리쳐 말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당신에게는 그저 말도 못 하는 '동물'에 불과하지만, 나에게는 항상 새로운 기쁨을 주는 존재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나는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것도 새로운 가족의 종류라고 생각한다. 가족의 정의는 더 이상 '같은 민족'이나 '같은 혈족'으로만 구성된 공동체로 국한되지 않는다. 피가 섞이지 않아도, 같은 민족이 아니어도, 우리는 다양한 형태로 가족을 만들어 살고 있다.

그렇다면 반려동물도 하나의 가족 구성원으로서 존중받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반려동물에게 위로를 받고, 기쁨을 얻고, 행복한 일상과 추억을 선물 받으며 살아가는 나 같은 사람들에 저런 댓글은 너무 잔인하고 아프다.


물론 이 날의 악플은 나에게 처음이 아니었다. 사랑이를 보고 '고양이는 악마의 자식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부터 '삼색이는 생태 교란종'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그런 댓글에는 무시가 정답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글은 몇 번을 마주해도 익숙해지지 않았고, 덤덤하게 넘겨버리기가 어려웠다.


그들에게 동물도 가족이라는 걸 설명하고 싶지만, 애써 강조하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훈수랍시고 내뱉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된다는 것을, 그리고 본인이 인정하기 싫다고, 그것을 비난해선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수많은 고민 끝에 다시 유튜브를 켰다. 그리고 문제의 댓글에 다시  생각을 달기 시작했다. 시작은 이렇게 하면 좋겠다.


-안녕하세요. 말씀 감사합니다. 하지만 너나 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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