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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리 Nov 23. 2022

스타벅스에 작별을 고하고 얻은 십만원

제가 중학생 무렵 스타벅스는 '밥 값만큼 비싼 커피를 파는 곳'이었습니다. 그즈음 된장녀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졌지요. 된장녀를 묘사한 이미지에 된장녀는 한 손에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저 '어른이 되면 밥 값만큼 비싼 커피도 마실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된장녀는 웬만한 한 끼 밥값에 해당하는 스타벅스 커피를 즐겨 마시며 해외 명품 소비를 선호하지만 정작 자신은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기에 부모나 상대 남성의 경제적 능력에 소비 활동의 대부분을 의존하는 젊은 여성을 비하하여 일컫는 말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된장녀 (대중문화사전, 2009., 김기란, 최기호)



2015년 첫 사회생활을 시작합니다. 회사원이 되어서 말 그대로 따박따박 월급을 받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요. 마치 금방 부자가 될 것 같았습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제 생활의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스타벅스였습니다.

대학생 때만 해도 제게 스타벅스의 문턱은 높았습니다. 캠퍼스에서 파는 저렴한 커피보다 스타벅스 커피가 훨씬 비쌌으니까요. 입사하고 첫 해는 동기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했습니다. 프로젝트룸이 서래마을 부근이었는데, 점심을 먹고 스타벅스에 들러 커피를 사서 서래마을을 산책하는 게 일과였습니다. 어느새 스타벅스에 대한 제 심리적 장벽은 무너졌습니다. 사천원이 넘는 커피를 턱턱 마시며 생각했습니다.

'이게 사회생활하는 맛인가? 술도 아닌데 커피맛에 취하는구만.'



입사 후 매년 여름에는 써머 프리퀀시를 모은다고, 겨울에는 윈터 프리퀀시를 모은다고 열심히 스타벅스를 다녔습니다. 프리퀀시로 받은 상품은 집에서 먼지만 켜켜이 쌓여 갔고, 다이어리는 1월만 쓰고 그만두길 반복했습니다. 프리퀀시를 모을 때는 즐겁다가, 다 모으고 증정품을 받으면 왜 시들해지는 걸까요?



아이를 낳고 휴직을 했습니다. 회사는 출근하지 않았지만, 동네에 있는 스타벅스에는 매일 같이 출근했지요. 매일 아침 비슷한 시간에 유모차를 끌고 갔습니다.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 한 잔 하며 저만의 휴식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무렵 제게 스타벅스는 찰나의 행복이었습니다.



둘째가 태어나고는 주말마다 스타벅스로 향했지요. 남편과 저는 커피를 하나씩 주문하고, 아이들은 주스를 주문했습니다. 아이들이 빵도 사달라고 해서 빵이나 케이크도 주문했지요. 그렇게 주문하면 이만원 이상 나옵디다. 주말은 일주일에 두 번이니, 일주일에 사만원이죠. 한 달은 4주이니, 한 달에 십육만원이네요.



스타벅스 카드를 충전해도 자주 잔고가 모자라기 시작합니다. 결국 스타벅스 카드에 자동충전을 걸었습니다. 잔액이 남지 않으면 오만원씩 자동으로 충전되는 것이지요. 그 이후로 스타벅스 카드는 화수분이 되었습니다. 써도 써도 잔액이 있거든요. 화수분과 같은 카드를 소지하자 스타벅스 커피값이 더욱 체감이 안 되더군요. 카드를 긁는 행위도, 따로 충전하는 행위도 없다 보니 공짜 커피를 마시는 기분이었습니다.



짠테크를 시작하고 우리 가족의 지출을 살펴보니, 매월 스타벅스 자동충전 오만원에 더하여 카페에서 십만원을 쓰고 있더군요. 결국 매월 십오만원 이상을 커피에 쓰고 있었던 거죠. 야금야금 자주 쓴 돈이 모아놓고 보니 꽤 큰 금액이었습니다. 커피에 쓰는 돈만 아껴도 십만원 이상은 절약할 수 있겠다는 의지에 불타오릅니다.



저와 남편은 그라운드룰을 정합니다.

첫 번째, 당장 스타벅스 자동충전을 해지한다.

두 번째, 프랜차이즈 커피숍은 쿠폰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가지 않는다. (단, 회사 점심시간 제외)

세 번째, 주말 아침 커피는 집에서 캡슐커피로 대신한다.

지난 3개월 간 저와 남편은 철저하게 그라운드룰을 준수했고, 이제 매월 카페에서 이만원에서 사만원 사이의 돈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딱 회사에서 점심 먹고 동료들과 종종 카페 가는 수준으로 커피에 쓰는 돈을 줄였습니다.



스타벅스 커피를 멀리하니 첫 이주 간은 무척 힘들었습니다. 7년 간 습관이 된 행동을 관두려니 그럴 만도 했지요. 집에서 캡슐커피를 내려 마실 때면 카페에서 먹는 아이스아메리카노가 생각났습니다. 그럴 때는 캡슐을 두 개 내려서 얼음도 넣고 최대한 카페의 아메리카노를 흉내 내 봤지요. 이제는 캡슐커피에 적응되어서 카페 커피가 잘 생각나지 않습니다.

7년 간의 습관을 바꾸는 데 삼 주면 충분하더라구요. 매월 십만원 이상 아끼는 돈까지 생각하면, 스타벅스 멀리하기 해 볼만 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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