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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루리 Sep 19. 2022

너넨 인간적으로 비전공자라고 하지 마라

나야말로 진짜 비전공자라고.

개발자가 되고 싶은 22명의 예비 개발자들과 개발 공부를 시작한 지 2주가 지났다. 비전공자인 내가 생소한 개발언어를 배우는 것에 적응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무엇보다도 어려웠던 건 '멘탈 관리'였다.  


다들 "어렵다, 어렵다" 염불을 외길래 '다행이다 나만 어려운 건 아니구나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수업시간에 강사님께서 문제를 내면 내 옆을 봐도, 뒤를 봐도, 대각선을 봐도, 나만 아무런 타이핑도 치지 못하고 있다. 이상했다. 다들 어렵다며? 그럼 나처럼 다들 못해야 하는 거 아냐? 그런데 왜 다 문제 푸는 건데?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자기소개 시간에 말끔히 해결되었다. 어찌 됐든 8개월가량은 매일 12시간이 넘도록 얼굴 보고 지내야 하고 중간중간 팀 프로젝트도 함께 할 텐데 서로 이름, 나이를 비롯한 간단한 자기소개는 필요하지 않겠냐는 강사님의 말씀에 따라 자기소개 시간을 갖게 되어 그들이 전공까지 알게 되었다. 


참나! 다들 비전공자라더니... '수학과', '수학교육과'는 물론이고 거짓 다 '이공계' 계열이었다. 거기다가 '전공자'들 까지도 자기들은 대학교 때 공부를 거의 안 해서 전공자지만 전공자가 아니라는 말까지 하면서 비전공자가 개발자 교육을 받을 때의 애로사항까지 뺏어간다. 솔직한 생각으로 기가 찬다. '이공계'에 왜 이렇게 부들부들 되냐고? 그들도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운 적이 없다고?  


그런데 내 이야기 좀 들어보세요. 아직 2주 차지만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면서 몇 가지 능력들이 필요하다고 느꼈는데,  그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중에 하나가 '수학적인 센스' 다. 내가 생각하는' 수학적인 센스'란 쉽게 예를 들자면  


[1~100까지의 숫자 중에 2의 배수만 출력하시오.] 


라는 문제가 있다고 치자. 여기서 필요한 '수학적인 센스'는 1~100까지의 숫자 중 2의 배수만 출력하려면 어떠한 값을 2로 나눴을 때 나머지가 0이 되는 것이 전부 2의 배수라는 걸 알아야 한다. 그런데 나는 수학적인 센스는커녕 학창 시절 전부를 '수포자'로 살아왔던 지라 이 부분을 도출해 내지 못한다. 그러니까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워도 그걸 코딩으로 표현할 수가 없는 것이고 그래서 시작조차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 물론 이 예는 정말 극단적으로 간단한 예임. 나도 2의 배수를 찾으려면 2를 나눴을 때 나머지가 0이 돼야 한다 쯤은 안다.) 



그런데 이공계 계열을 비롯한 수학과, 수학교육과, 거기에 전공자는 이 생각이 이미 도출된 상태에서 배운 프로그래밍 언어를 도입하니 코딩이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알게 되었다. 그들이 어렵다는 것과 내가 어렵다는 것의 기준도 다르다는 것을.  


[(비전공자인) 내가 어렵다 = 문제가 나오면 정말 아무것도 못하겠다 어디서부터 짜서 어떻게 써야 하지?]
[(전공자 + 이공계열) 그들이 어렵다 = 아 이 공식을 이렇게 대입해야 하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작성해야 하는 걸까?] 


그러다 보니 수업시간에 지각하고 졸고 야간 자율학습은 빠지는 전공자 (+ 이공계열)은 매일 12시까지 공부하는 나보다 늘 앞서있다. 2주간 공부하면서 이 사실을 알게 되니. 자괴감이 배가 되었다. 개발 공부를 시작하기 전 '비전공자이지만 개발자가 됐다'는 케이스를 보고 '나라고 못할 거 뭐 있어'의 마인드로 시작하게 되었지만, 역시나 세상은 녹록지가 않다. 


만약 7개월 뒤에는 나도 개발자로 취업을 하게 되어 또 다른 비전공자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나도 비전공자지만 개발자가 됐으니, 비전공자인 너도 가능하다. 하지만 '많이' 공부해야 한다."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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