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퇴사하겠습니다.
나는 30대 초반이고, 대학시절 광고-마케팅을 전공했으며 6년가량 마케팅 업계에서 일을 했다. '일'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그럭저럭 괜찮은 삶이었고, 그렇다고 나은 삶도 아니었다. 그런 내가 왜 '개발자'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을까?
모든 업계가 비슷하다지만 광고-마케팅은 결국 사무직이며 어떤 인력으로도 대체가 가능한 비전문직에 속하기 때문에 지방의 중소기업에서는 굳이 나이도 많고 원하는 것도 많으며 돈도 많이 줘야 하는 나보다는 차라리 갓 사회에 뛰어든 멋 모르는 사초생을 싼 값에 굴리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지방 중소기업 기준) 그 속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았고 살아남으려 해도 사초생과 같은 연봉 혹은 별 차이 없는 연봉을 받아야 했다. 경력은 차는데 연봉은 그대로였고 회사에 대우는 나빠져갔다. 내 경력은 그대로 후려쳐졌다.
그리고 내 나이는 이제 대리-과장쯤 달고 팀장을 준비하는 그 경계에 있어야 했다. 대리-과장은 능력이 없어도 경력만 차면 오를 수 있는 자리지만 팀장은 그렇지 않다. 팀원들을 이끌고 프로젝트를 책임질 수 있는 능력이 필요했는데, 그러한 능력을 갖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을 수없이 보았기에 '내 능력을 키워 팀장을 달아보자'는 의욕도 들지 않았다. 이런 시간들이 1-2년간 지속되며 나에게는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40살이 돼도 50살이 돼도 일할 수 있는 직업. 내 능력이 내 연봉과 직결되는 직업, 나중에는 프리랜서로 내 연봉을 조절해가면서 살 수 있는 직업, 지금 시작해도 생각보다 늦은 나이가 아닌 직업.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는 직업 중 하나가 개발자였고, 수많은 고민 끝에 개발자 공부를 시작했다. 이것이 30대인 내가 개발 공부를 시작한 이유였다. 개발 공부가 힘들 땐 가끔 생각한다. 지금이 아무리 힘들어도 전처럼 적은 월급으로 자괴감 가득한 삶을 사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냐고. 그렇게 나를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