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친구들에 비해 굉장히 일찍 잠에 드는 편이다. 밤 10시면 이불속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물론 요즘은 1시간쯤 늦춰져 11시에 자는 편이지만.) 야행성이 되고 싶어 버텨본 적도 있지만, 다음 날 머리가 하루 종일 아픈 날이 반복돼서 포기했다.
이처럼 아침형 인간이라고 하면 해가 진 뒤를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저녁때의 살짝 감성에 젖는 이불킥같은 시간을 좋아한다. 그 때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으로부터 위로를 자주 받기 때문이다. 위로를 받은 대표적인 예를 풀어보면 이렇다.
1
2014년 일본 오사카의 우메다 스카이타워 위에서 본 야경에 혼자 울컥한 경험이 있다. 점묘화처럼 빼곡하게 작은 불빛들이 찬 광활한 풍경은 우주를 본 것 같은 경이로움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나 자신이 생각보다 더 넓은 세상을 다닐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를 처음 알았던 것 같다. 첫 혼자 해외여행을 간 터라 시작 전부터 수많은 상상으로 만들었던 걱정과 달리, 너무나 행복하기만 했던 오사카에서의 첫날 밤. 크리스마스 마켓이 한창이었던 추운 날씨였지만 한참을 그 전망대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2
혼자 이어폰을 꽂고 길 걷는 것이 좋아 종각역부터 동대문역까지 40분 정도를 걸어간 날이었다. 금요일이라 많은 사람들이 저녁을 먹기 위해 삼삼오오 길을 걷고 있었고 그 사이에는 근무 중인 아저씨들의 열정적인 움직임도 쉽게 볼 수 있었다. 각자의 이유로 길을 걷는 사람들을 보고 귓가에는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고 센티해지기에 딱이었다. 그 기분으로 동대문역에 도착하니 역시, 아직 약속시간이 한참 남아서 뭘 할까- 고민하다 눈에 들어온 흥인지문 공원.
혹시 서울에 사는데 아직 흥인지문 공원의 성곽을 오른 적이 없다면 꼭 가보기를 바란다. 10분이면 높은 곳에 오르는 성곽길에 걸터앉아 보는 야경은 서울의 색을 모두 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켜져 있는 회사 건물의 빛, 멀리 보이는 DDP의 은은한 빛, 바쁘게 어딘가를 가는 수많은 차들의 빨갛고 하얀빛 등 도심이기에 만들 수 있는 빛들이 가득하다. 가득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엄청난 야경에 절정은 흥인지문의 자태. 은은한 주황빛으로 옷을 입은 흥인지문의 모습은 위엄 있기까지 하다.
그 풍경에 시간을 최대한 그곳에서 누리고 싶었고 걸터앉아 하염없이 야경을 눈에 담았다.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인생으로 움직이는 서울의 야경이란. '서울의 동대문역 근처만 해도 이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들이 인생을 살아가고 있고 그 어느 것 하나 예쁘지 않은 모습이 없으니 내가 어떤 인생을 선택하더라도 그건 실패가 아닐 거야.' 나를 응원해주는 것 같았다.
약속 장소에 일찍 도착한 것이 그렇게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 건 처음인 것 같다.
단순히 센치해진다고 하기에는 어두운 시간이 나를 자꾸만 일어서게 한다. 한 번만 더 해보자. 가고 싶은 길을 가보자. 그러면 네가 원하는 그 날이 올 거야. 그렇게 좋은 꿈을 꿀 것 같은 기분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내일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