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식물과의 헤어짐
월, 수, 금 수영 강습이 끝나면 같이 운동한 회원들과 아지트에 모여 앉아 차를 마신다.
요즘은 월요일도 출근하지 않아 주 3일을 함께한다.
공통 취미가 수영이라 커피를 마시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오늘은 너무 힘들게 시켜 수업 중간에 많이 쉬었네"
"발차기를 힘껏 했는데 잘 안 나가고 숨만 찼네"
"오리발을 끼니 접영 팔 돌리기가 잘됐네"
특별할 것도 없는 비슷한 얘기를 만날 때마다 반복해도 그렇게 재밌고 웃음이 난다. 가끔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팔 돌리기 시범을 보이며 옆 테이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한다. 머쓱함도 잠시뿐. 다시 수다에 빠져든다. 한창 수영 얘기를 하고 난 후 중요하지도 않은 일상 얘기로 한번 더 떠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런 후 각자 집으로 돌아가 집안일과 아이들을 챙기며 오후 시간을 보낸다.
한 번은 나보다 몇 살이 많은 언니가 이 모임이 소중하지만 시절인연이라 생각하고 만남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했다. 이 인연이 소중하고 이로 인해 하루하루가 즐겁다.
맞다. 그걸로 충분하다.
사실 남들에 비해 인연에 연연하는 성격이다. 40대가 훌쩍 지나도 흘려보내지 못하고 인연에 집착했다. 자연스러운 헤어짐과 만남을 인정해야 삶도 가벼웠을 텐데 불가능한 인연을 이어가려고 했다.
인연을 끊으면 관계에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자책감이 들기도 했다. 연연하고 애달파하는 이것 또한 욕심이었고 능력밖의 일인데 왜 움켜쥐고 살려고 했을까?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일까지 왜 그렇게 신경 쓰며 무거운 삶에 무거운 인연들을 얹고서 살았을까?
반려식물과의 인연도 마찬가지다.
9년을 함께한 반려식물을 이젠 보내주려고 한다. 물 주고 가지치고 화분갈이도 하며 수년을 열심히 키웠지만 올여름 활짝 펴야 할 꽃기린이 자꾸 힘들어했다. 그런 아이를 살리고 싶었고 시든 모습을 볼 때면 애달프고 속상했다. 그러다 한순간 깨달았다. 이 식물과의 인연은 여기까지라고. 보내달라는 꽃기린에 매달리는 '내가' 보였다.
꽃기린이 떠나면 7년 된 스투키와 5년 된 몬스테라에게 남은 사랑을 주고 당분간 새로운 인연을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마음이 사막처럼 마르던 시절 조용히 힘이 되어준 나의 반려 식물들. 내 마음을 받아주고 나 또한 마음을 다해 보살폈던 식물들. 충분히 그 역할을 다해주었고 나도 이젠 의존하지 않아도 될 만큼 건강하다. 그 마음을 서로 아는지 어느 순간 소원해지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헤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한 인연은 떠나보내고 새로운 인연이 다시 올 때 정성껏 돌보고 마음껏 사랑해 주어야겠다.
사람, 식물 심지어 물건에게도 많은 의미와 미련을 가진 성격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삶이 또 바뀌면 나 또한 조금씩 달라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