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나의 일상

멀미

운전하기 싫어 우는 엄마

by LYR

어릴 적 난 유난히 차 타는 걸 힘들어했던 아이였다.

학교 갈 때 10 분 타는 버스도 힘들었다.

멀리 친척집에라도 가면 멀미를 심하게 하는 나를 다들 걱정했다.

가끔 비닐봉지가 필요한 사고를 내기도 했다.


30~40년이 지난 지금도 자주 멀미를 한다.

자동차는 물론이거니와 지하철, 놀이기구 타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한다.

최근에는 뭔가를 많이 타서가 아니라 운전을 많이 해서 늘 멀미를 한다.


아이들을 키우며 올해처럼 운전을 많이 해야만 한 적은 없었다.

운전을 힘들어하고 싫어하지만 매일 해야만 했다.

아픈 고3 딸의 등교, 하교, 학원, 병원, 스터디카페까지 하루에 몇 번이고 아이를 태우고 왔다 갔다 했다. 한 발짝이라도 안 걷게 하기 위해 아이의 발이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영하는 둘째가 전문 선수로 등록하면서 수영장을 옮겨 매일 라이딩을 해주고 있다.


회사 다니는 것도 아니고 애들 라이딩이 뭐가 그리 힘드냐 하겠지만, 힘들다.

운전을 하거나 주차를 하고 난 후 심한 멀미를 한다.

가끔은 운전을 하면서도 멀미로 구토가 나오기도 한다.


지난 몇 달 동안 아이 둘을 태워 각각 일정에 맞춰 일주일 내내 라이딩을 해 주었다. 정신없이 데려다주고 잠깐 집에 들러 집안일을 하다가 다시 아이들을 데리러 갔다 오면 머리를 제대로 들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들고 멀미가 났다.


운전을 싫어하는 사람이 운전을 한다는 건 생각보다 아주 아주 힘든 일이다.

특히나 이 지역은 일방통행로가 많고 좁은 도로에 주정차 차량들이 중간중간 도로를 막고 있다. 주차공간은 어딜 가나 부족한 곳이라 주차를 하기 위해 주차장을 몇 번을 돌기도 하고 이중 주차된 큰 차를 밀어야 하는 일도 다반사다.


하루는 운전하기 싫은 기색이 너무나 얼굴에 보였는지 딸이 놀리는 것도 아니고 비웃는 것도 아닌 듯 한마디 했다.

"엄마, 운전하기 싫어서 울었지?"


순간 너무 당황해 딸에게 쏘아붙였다.

"운전해 주기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야"

"싫은 것과 힘든 것은 달라"


딸이 안쓰러워 몰래 울었는데 빨개 진 눈을 아이가 봤나 보다.

하지만 엄마가 운전하기 싫어서 운 걸로 받아들인 천진난만한 내 딸.

본인 걱정에 우는 걸 눈치채지 못한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창피함과 당황스러움을 준 딸이 그 순간 얄밉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다.


내일이면 수능을 치른다.

아직 논술이 남아 있지만 그래도 끝이 보인다.


운전해 주기 싫어 우는 엄마는 내일부터는 덜 바빠지니 기분이 좋다~

대신 딸이랑 집에서 얼굴 맞대고 티격태격 싸우는 일이 이젠 더 많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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