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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잎새 Oct 01. 2022

PART2 내가 좋아하는 것에서... 위로를 받다.

<나는 늘 너의 응원을 받고 있어>


나에게는 오래 알고 지낸 동생이 있다. 동생은 하얀 피부에 숏 커트가 잘 어울리고 몸이 말랐지만 몸매가 예쁘다. 겉으로 보아서는 차가움이 풍겨져 말 걸기가 어렵게 느껴지지만 막상 말을 해보면 솔직하고 쾌활하며 유머러스하며 오히려 따뜻함이 풍긴다. 우리는 둘의 웃음 코드가 잘 맞아서 만나면 까르르 거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런 동생과 알고 지낸 지도 벌써 이십 년이 지났다.

나는 아들이 둘이고, 동생은 아들 하나를 두었는데 둘 다 남자아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아이를 키워오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 아이들이 세 살, 네 살에 만나 벌써 23살, 25살이 되었으니 둘 사이의 시간을 세월이 말을 해주고 있다. 평소에 전화를 자주 하고, 자주 만나고, 솔직하게 서로의 이야기도 나누며 지낸 사이다.

월급 꼬박꼬박 나오는 안정적인 남편을 의지하는 것보다 정신적인 마음의 안식을 동생에게 받으며 지냈다. 우리는 서로를 의지하며 지내게 되었고, 나는 쌍둥이보다 키우기 힘들다는 연년생 남자아이 둘을 키우면서도 행복했다.



주말마다 회사 일로 바쁜 남편을 의지하지 않고 우리는 우리 식대로 바빴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바리바리 짐 싸서 계곡이며 바닷가며  놀러 다니기 바쁜 나날을 보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무거운 짐을 계곡까지 왔다 갔다 하며 나르기도 했다. 둘 다 작은 체구에서 어떻게 초인적인 힘이 나오는지 알 수 없었다. 한 번씩 얘기하다가 그때를 떠올리며



 우리 그때 대단했어


                                  라고 말할 정도이니까.



지금 나는 오래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고 집에 있는 중이다. 집에서 글쓰기 공부방을 17년 운영하던 내가 다른 일을 찾기 위해 1년 동안 공부를 하고 사십 대에 자격증을 취득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운좋게 그다음 해 자격증을 취득하고 바로 직장을 구해서 일을 할 수 있었다. 집에서만 일을 하다가 출퇴근을 하는 7년 동안 직장을 다니며 최선을 다하여 일하였다.



나는 젊은 사람들과 일을 하면서 같이 어울리고 처지지 않기 위해 대학원 공부를 병행하게 되었다.

대학원을 가기로 결정하기까지



언니는 할 수 있어



언니는 대학원 공부 충분히 해낼 수 있어


       라고 나를 인정하고 응원의 말도 잊지 않고 .

       해 주었다.



언제나 옆에 있으면서 칭찬의 말로 응원을 해주었기에

 '10할 중 너 7할, 나 3할'이라고 항상 이야기하곤 했다. 동생의 칭찬과 격려는 없는 힘도 생기게 만들었다.



나는 늘 너의 응원을 받고 여기까지 왔어.




다른 일을 찾아 새로운 일자리에서 7년 정도 정말 힘겹게 일하고 공부하고 하루하루 고되지만 열심히 살았다.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대학원에 가서 할 수 있었을 때는 몸은 힘들었지만 정신은 설렜고 열정으로 가득 찼다.






일을 그만둔 지 얼마 되지 않은 날, 숏 커트의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동생이 느닷없이 언니는


 한약 먹어?


                                      라고 물어보았다.



왜 갑자기 한약 얘기를 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유가 있었다.



며칠 뒤, 마트에 가기 위해 문을 여는데 현관 앞에 박스 하나가 놓여 있었다. 박스를 들고 들어와서 뭔가 싶어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한약 박스였다.

순간 며칠 전 동생에게 전화 온 순간이 오버랩되면서 상황이 이해되었다.



아! 이거였구나!


언니, 한약 먹어?



그땐 속 깊은 동생의 마음을 알지 못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한약을 받는 순간 가슴이 찌릿찌릿해 왔다. 동생은 한약을 지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생각하니 속 깊은 동생이 한없이 고마웠다. 전생에 우리는 자매였을까?



동생에게 전화하여 자초지종을 물어보았다.  한의원에 가서 지인에게 한약을 지어준다고 이야기해서 지어왔다고 했다.

"체격은 중간 정도이며, 손, 발 저림이 있고, 현재 당뇨약을 먹고 있으며 특별히 다른 곳은 아픈 곳이 없다"라고  말하고 한약을 지었다고 한다.  



한의원에서는 '가족한테 한약은 지어줘도 지인한테 한약 지어준 사람은 처음이라고... ' 나는 이 말을 듣는데 감동스럽고 어찌할 바를 모를 정도로 고마운 마음이 가슴으로 가득 찼다. 한의원에서도 흔한 일은 아니기에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동생이 나에게 잊지 못할 한약을 선물했듯, 살아가면서 내 기억 속에 남아 큰 힘이 될 한약은 나에게 더 큰 삶의 활력소를 줄 것이다.



언니, 밥 먹고 잊지 말고 꼭 챙겨서 먹어.



                   라는 말이 내 귓가를 빙빙 맴돌았다.



내가 응원을 받았듯 나도 동생 옆에서 응원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동생 옆에 오래도록 함께 지내면서 나의 마음을 전할 것이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 잊지 말고 인생길에 동행하리라 다짐해 본다. 쓴 한약이 달게 느껴지는 건 동생의 마음이 내게 깊이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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