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촌장 <가시나무>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람들로
당신의 편한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숲 같네
바람만 불면 그 메마른 가지
서로 부대끼며 울어대고
쉴 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
바람만 불면 외롭고 또 괴로워
슬픈 노래를 부르던 날이 많았는데
지상의 나그네 인생길에 남는 것은
나의 뒷모습
나보다 나중 사람들은 내 뒷모습을
따라오리니
남들에게 내세우는
앞모습보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자.
(뒷모습/ 정연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