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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현 Dec 05. 2023

내가 너의 눈물이 되리.

주체적인 삶의 주인

#표지 그림: 로이 리히텐슈타인, <행복한 눈물>, 1965.

     



 네가 만약 괴로울 때면
 내가 위로해 줄게

 네가 만약 서러울 때면
 내가 눈물이 되리
 
 어두운 밤 험한 길 걸을 때
 내가 내가 내가 너의 등불이 되리

 허전하고 쓸쓸할 때
 내가 너의 벗 되리라
 
 나는 너의 영원한 친구야
 나는 너의 형제야

 나는 너의 영원한 노래야
 나는 나는 나는 너의 기쁨이야


 - 「여러분」. 윤복희 작사, 윤항기 작곡.



1979년 제3회 서울국제가요제에서 '대상'을 받고 기뻐하는 윤항기, 윤복희 자매


   국민가요 「여러분」은 가수이자 작곡가였던 ‘윤항기’가 여동생 ‘윤복희’를 위해서 작곡한 곡이다. 원래는 영어 가사로 먼저 써졌으나, 서울국제가요제에 출품되면서 1절인 한국어 가사가 2절인 영어가사를 번역하면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노래는 윤복희 특유의 음색 때문에 개그맨들이 종종 흉내를 내면서 유머 소재로 부르기도 하지만 아무나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곡이 아니다. 기교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가사도 그렇고 노래 자체가 인생의 굴곡이 있는 사람만이 갖고 있는 그 무언가가 없으면 노래를 제대로 살려내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윤항기는 '두 번이나 이혼이라는 굴곡을 겪은 동생을 위로하기 위해 이 노래를 만들었다'라고 다. 윤복희는 한 기독교 단체의 수련회에서 '자신의 개인적인 신앙고백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라고 밝혔다. 이 경우 ‘나’는 하느님이고, ''는 윤복희 자신을 뜻할 것이다


   이 노래는 워낙 호소력이 있는지라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다들 도전하였지만 현재까지 이 노래를 완벽하게 리메이크했다고 평가받는 것은 가수 '임재범'이 2011년에 《나는 가수다》에서 부른 장면이다. 임재범의 굴곡진 인생 사연이 더해져서 엄청난 극찬을 받았다. 청중평가단은 물론 동료 가수들, 자문위원들까지 울렸을 정도였다.


《나는 가수다》에서 '여러분'을 가장 완벽하게 리메이크했다고 평가받는 가수 '임재범'이 열창하는 장면


  《나는 가수다》 역대 경연 최다 득표를 기록했으며, 원곡자인 윤복희조차 "임재범은 내가 왜 이 가사를 썼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라고 트위터를 통해 감상평을 남겼다. 작곡가인 윤항기 또한 “내가 남자라 그런지는 몰라도 윤복희가 부른 원곡보다 훌륭하다"라며 극찬했다.






  요즘은 날이 일찍 저문다. 퇴근시간이 가까이 오면서 세상은 어두워졌다. 우리 회사는 금요일을 ‘가족의 날’이라고 하여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정시 퇴근을 유도한다.


  다들 떠난 사무실에 청승맞게 홀로 남아 무얼 해야 할지 모른 채 가만히 앉아 있었다. 한 주 무사히 잘 보내고 불금과 주말이 기다리고 있는데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뭔가 허탈하고 아쉬운데 막상 생각해 보면 딱히 그럴 이유도 없었다. 내가 왜 이러나 한숨을 쉬면서 사무실 불을 끄고 나왔다.


  이미 지하 주차장도 휑하니 비어 있었다. 나란 사람은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된 것 같아 마음이 착잡했다. 그렇게 이유도 없이 나는 낙오자의 심정으로 차를 타고 집을 향했다.


  질식해 버릴 것 같은 차 안의 무거운 공기와 정적이 나에게 엄습했다. 그 위협에 굴복하고만 나는 조용히 라디오를 틀었다. 그때 흘러나온 노래가 바로 임재범 버전의 ‘여러분’이었다.


 네가 만약 괴로울 때면
 내가 위로해 줄게
 
 네가 만약 서러울 때면
 내가 눈물이 되리


  가만히 눈물 한 방울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내가 괴롭고 서러울 때 날 위로해 주고 눈물이 되어줄 존재가 나에게는 있을까 하는 질문에 답을 찾지 못했다. 나는 왜 그런 사람밖에 되지 못했던 걸까.


  그냥 내가 미워졌다. 조금씩 흘러내리던 눈물은 물줄기가 되어 턱을 적셨다. 엉엉 우는 소리가 차 안에 메아리쳤다. 그럼에도 내 차는 집을 향해 평상시와 똑같이 달려 나갔고 세상은 나에게 아무 관심도 주지 않고 제 갈길을 가고 있었다.  


세상은 나에게 아무 관심도 주지 않고 제 갈길을 가고 있었다.






  그렇게 집 주차장에 도착했지만 쉽게 내릴 수 없었다. 나는 그저 계속해서 너튜브로 임재범의 '여러분'을 무한 반복으로 고만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 맘에 꽂히는 뭔가가 있었다


  노래 중에 독백처럼 가수가 청중을 향해 말하는 격정적인 토로였다.


"내가 만약 외로울 때면 누가 나를 위로해 주지.... 바로 여러분!"


  또다시 눈물이 흘렀다. 그러나 이 눈물은 아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임재범의 노래로 내가  위로를 받았지만, 임재범이 외로울 때 내가 그를 위로해 줄 수 있다는 깨달음이 왔다.


  그러자 누군가 괴롭고 서러울 때 내가 위로해 주고 눈물이 되어줄 존재들이 생각났다. 아내와 딸, 부모, 형제, 가까운 친구, 그리고 직장에서 만난 몇몇 동료와 선후배들.


  내가 노력한다면 난 그들의 친구요, 형제요, 영원한 노래요 기쁨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내 존재에 대한 감사함이 솟아났다.


내가 노력한다면 난 그들의 친구요, 형제요, 영원한 노래요 기쁨이 될 수 있다



 나는 너의 영원한 친구야
 나는 너의 형제야

 나는 너의 영원한 노래야
 나는 나는 나는 너의 기쁨이야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그의 저작 <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신은 죽었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개념과는 좀 다르다.


   그가 말한 신이란 일종의 '도덕'이다. 여기서의 도덕은 플라톤의 전통철학인 '이데아론'과 기독교에 의해서 규정된 '이원론적인 세계관'에 입각한 도덕을 말한다. , 그림자에 불과한 현실세계와 참되고 완벽한 이상세계로 세상을 구분하여 후자만이 모든 것의 기준이 된다.


  니체가 보기에 현세의 인간들은 자신들을 죄인 취급하고, 단죄하고 자책감을 가지면서 자신들을 학대한다. 그리고 신에게 의존하는 나약한 존재로써 자기 자신을 병적으로 치부한다. 모든 것을 영원불변의 지복이 넘치는 천상세계에 맞춰 판단하고, 오늘도 불행한 현실을 저주하며 산다고 니체는 생각했다.


  그래서 니체는 주도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강조했다. 내 인생의 불행한 면까지도 사랑하라고 했다. 인생은 모든 면에서 다 이유가 있다. 내 운명을 극복하고 성장하는 호로 삼는 삶이야말로 진정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지 않을까.


  삶은 불안과 행복을 왔다 갔다 하는 시계 추와 같아서 권태가 몰려올 수밖에 없다. 권태나 우울함이 몰려온다면 그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나를 탓하지 말자. 게을러서가 아니다.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후회와 두려움을 깨뜨리고 부숴버리자. 지금 현재의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내가 되고 싶다. 나의 부족함때문에 삶이 힘들 때 나를 위로해 줄 누군가를 찾기 전에, 내가 먼저 주위에 서러워 울고 있는 누군가의 눈물이 되자.


  자신의 운명을 진실로 사랑하려면 고통을 피하거나 두려워 말아야 한다. 수많은 좌절과 절망을 더 나은 삶으로 가는 과정으로 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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