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와 달 Dec 30. 2023

너에게로

눈이 내렸다

너는 가만히 창을 열고 나가

천천히 자리에 눕고 있는

산을 향한다

무거워진 등마루 아래

순백의 주단의 깔리고

걸음걸음

맨발에 닿는 서늘한 선명함에

주저할 사이도 없이

너의 고백은

고목(古木) 사이 흩날리는

눈에 섞인다


저만치

자리에 누운 산의 발끝에

너를 품은 눈무덤 쌓인다

언젠가 봄이 오면

꽃이 되어 피어나리라

내가 되어 흘러오리라


그날처럼

오늘도 눈이 내렸다

쓸쓸히 눕고 있는 산을 덮는다

나는 봄을 기다릴 수 없어

눈 나리는 산으로 나아가

너를 마중한다

너의 순결한 고백이

하얗게 쌓이고 쌓여

저만치서

깊은 무덤이 되기 전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