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만큼 더 소중한 것일 수도
<가을이 지나고 봄이 온다면>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와서
낙엽은 집니다
떨어져 부서지는 아픔에 열이 올라야
비어 가는 거리
나무는 한겨울을 버텨냅니다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와서
북쪽 하늘 별은 서로에게 다가섭니다
구름마저 모두 떠난 혹독한 하늘
서로의 온기로 살아내려 합니다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와서
그날이 다시 내게 옵니다
가을과 겨울 사이 첫눈의 약속
지킬 수 없었던 그날로 돌아갑니다
가을이 지나고 봄이 온다면
낙엽을 잃은 거리는
별빛 멀어진 북쪽 하늘은
그날을 떠올릴 수 없는 나는
하염없이 쓸쓸해질 것입니다
** 갑자기 추워진 가을날 생각해 봅니다.
익숙한 것이 지겨울 수도 있겠지만,
익숙한 만큼 더 소중한 것이 아닐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