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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와 달 Oct 23. 2022

가장 이른 새벽, 가장 늦은 밤

<가장 이른 새벽, 가장 늦은 밤>


아직도 잠 못 든 가장 늦은 밤

자신을 숨기려 낮게 누운 산은

뒤척이는 밤을 가득 메웠던

웅숭깊은 어둠이

서쪽 하늘 끝나는 곳으로

서서히 빠져나가는 것을

텅 빈 눈으로 보고만 있었다


마지막 어둠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를

밀물처럼 채우는 가장 이른 새벽

차가운 푸른빛

누워있던 산이 돋친 소름을 쓸어낸다

그 서늘함이 없다면

어둠만 바라보던 무력한 산이

곧 떠오를 태양의 뜨거움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으랴


가장 이른 새벽빛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면

가장 늦은 밤을 떠나보낼 수 없다

사람도 사랑도

찾아온 이의 의미를 깨달아야

떠나 간 이와 비로소 이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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