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이른 새벽, 가장 늦은 밤>
아직도 잠 못 든 가장 늦은 밤
자신을 숨기려 낮게 누운 산은
뒤척이는 밤을 가득 메웠던
웅숭깊은 어둠이
서쪽 하늘 끝나는 곳으로
서서히 빠져나가는 것을
텅 빈 눈으로 보고만 있었다
마지막 어둠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리를
밀물처럼 채우는 가장 이른 새벽
차가운 푸른빛
누워있던 산이 돋친 소름을 쓸어낸다
그 서늘함이 없다면
어둠만 바라보던 무력한 산이
곧 떠오를 태양의 뜨거움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으랴
가장 이른 새벽빛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면
가장 늦은 밤을 떠나보낼 수 없다
사람도 사랑도
찾아온 이의 의미를 깨달아야
떠나 간 이와 비로소 이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