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드득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빗물받이 물동이의
두근대는 마음처럼 들려오는
그 다정한 기다림의 품속에서
가난한 이의 시름이 잠시 잊힌다
미소를 머금고 다가오는 눈빛들 쑥스러워
괜히 딴청 피는 듯한 모습에 오버랩되는
오래전 너의 집 앞 풍경
그때 그곳
기다리는 마음이 지치지 않았던 이유
너의 눈동자에서 넘쳐흘러 나를 채운
눈부신 푸르름
환하게 번져오던 초원의 빛이여!
바쁜 걸음의 도시에서
전동차를 기다리며 잠시 숨 고르는
마음 가난한 이에게
지붕 지나쳐 온 빗물 맞이하려는
물동이의 다정한 기다림은
낯설지 않은 추억의 반가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