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aekja Nov 28. 2024

별의 의미

<작은 별>

 어제 오늘 아주 큰 눈이 내렸습니다. 아름다운 눈은 세상을 전부 덮었고, 모든 것을 희게 물들였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채 땅으로 내려가지 못한 단풍은 하얀색 물감과 섞여 전에 보지 못했던 풍경을 자아냈습니다. 밤에는 곳곳의 빛을 받아 눈이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땅의 눈을 보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구름이 온통 가려버린 밤하늘은 무드등이 켜진 듯 붉은 빛만이 산란하여 은은하게 세상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괜스레 저 구름이 미워졌습니다. 땅을 밝히는 눈이 있듯이 오늘만큼은 밤하늘을 밝히는 별이 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날씨가 맑다고 도시에서 별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무척 간절히 별이 보고 싶었습니다.


 이런 별에 대한 선망은 아주 오래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별을 보고 세상을 파악하려 했고, 세상의 많은 진리가 별에 담겨있다고 믿었습니다. 죽어서 위대한 이들이 별이 되어 세상을 만들어가고 지상의 많은 이들을 도와준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다 몇몇 별들은 다시 세상으로 내려와 영웅이 되어 세상 사람들을 구원하고 세계를 더 좋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과학의 발전으로 별의 정체가 밝혀진 뒤 역사의 뒤편으로 밀려났지만,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감성과 허구의 영역에서 별은 여전히 천체 그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어느 날, 별이 내려왔습니다. 별은 작은 아기였습니다. 흔한 영웅 설화의 시작 같은 이 이야기의 시작은 조금 더 평범했습니다. 그냥 정말 예쁜 아기가 조용히 내려왔을 뿐인 이야기의 시작은 아이의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아이는 역사 속에 기록된 대단한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마음이 깊고 따뜻했고, 지혜로웠습니다. 꿈과 희망으로 삶을 채워가는 밝은 별 주변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가득했습니다. 따스함과 행복이 느껴지는 작은 별의 삶도 세월이 지나면서 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별은 사라졌고 슬픔만이 남았지만, 사람들은 이내 하늘에서 다시 별을 발견합니다. 사람들이 그토록 사랑했던 별은 이제 하늘에서 따스함을 전하며 밝게 빛납니다.


 과학의 지배한 이성의 세상에서 사람들은 과학 너머의 무언가를 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과학의 진리로 끝나는 전제적 세상이 아닌 개별의 생각이 모두 인정받을 수 있는 더 혼란스러운 세상을 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거대한 열덩어리인 천체로 끝났어야 할 별은 여전히 사람들의 소망과 상상 안에서, ‘별’이라는 이름이 걸어온 역사 속에서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의미가 있습니다. 역사 속에서 별은 한 개인이기보다는 한 시대의 역사를 대변하는 영웅이었습니다. 하지만, <작은 별>에서 별은 그저 한 마을을 따스히 감싸주는 한 개인일 뿐입니다. 별은 여전히 빛나고 멋지지만, 영웅주의적 역사관에 갇힌 역사의 대표자가 아니라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개인 중 하나이면서 시대의 개별적 개인을 감싸주는 하나의 상징으로서 기능합니다.


 모두가 별을 다르게 듣고 보고 느끼는 만큼, 별은 무한히 다양해집니다. 천체로 가득한 우주 너머 또 다른 우주가 만들어집니다. 그곳엔 제 별도 있습니다. 별이 보이지 않는 도시에서 늘 별을 그리워했습니다. 닿을 수 없는 것에 대한 선망과 어렸을 적 상상의 별에 대한 그리움이 뒤섞인 이 마음은 불이 다 꺼진 한 섬의 밤하늘에서 채워졌습니다. 황홀경, 믿을 수 없는 아름다움, 탄성과 동시에 숨을 멎게 하는 장면이 마음속에 담겼습니다. 그 아름다움은 여전한 선망과, 그리움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초월에 대한 감상을 같이 지닌 채 제 별이 되

었습니다.


 종종 저는 별을 그립니다. 별을 떠올리면 다양한 생각들과 이미지가 가득 차 마음이 들뜨고 설레지만, 이 순간에 별을 볼 수 없음이 늘 아쉽습니다.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사랑을 주었던 따스한 <작은 별>과는 다른 별이지만, 천체 그 이상의 의미가 ‘별’이라는 단어, 존재에 담겨 있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개인, 단체가 개별적으로 부여한 별의 의미는 또 다른 차원의 우주로 넘어가 별이 됩니다. 우리는 감성과 상상으로 만들어진 그 우주에 별을 띄워놓고 종종 잊고는 합니다. 그러나 누구나 별이라는 단어를 두고 곰곰이 생각하면 언젠가 띄워두었던 그 별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먼지 뒤덮인 세상 그 너머에 가려져 있던 자신만의 아름다운 별을요.

이전 23화 글을 쓰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