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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ekja Nov 25. 2024

머나먼 바다의 끝

<바다와 하늘이 만나다>


 우리 세상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지구는 어떻게 생겼나요? 바다와 하늘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을까요? 이 대답에 우리는 어렵지 않게 대답할 수 있습니다. 빠른 과학의 발전으로 이미 우리는 우리가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명확히 알고 있습니다. 과학이라는 학문의 관점으로 하나의 진리를 터득해 놓은 셈이죠.. 하지만, 이 당연하고 명확한 사실은 우리의 상상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바다가 사실 구형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무한하다면? 그 무한한 길을 우리가 찾아내지 못했을 뿐이라면? 사실 바다와 하늘이 만나 별과 달이 세수하고 목욕하는 구간이 있다면? 이런 재밌는 상상을 멈추고 ‘지구는 구형’이라는 말 하나로 이 세상을 바라보기엔 아쉽지 않을까요?


 지구가 구형임을 밝혀내기 이전에 탐험을 떠난 수많은 탐험가들이 있습니다. <바다와 하늘이 만나다>의 주인공 호도 마찬가지입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께 들었던 말을 기억하며 바다를 여행하고 탐험하는 것을 꿈꿉니다. 튼튼한 배를 만들고 그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갑니다. 홀로 나아간 바다는 너무 넓고 외롭습니다. 커다란 황금 물고기를 친구로 사귀고, 책을 좋아하는 새들이 사는 섬과 소라껍데기로 이루어진 섬을 지나 해파리가 빛을 내며 헤엄치는 바다를 지납니다. 그리고 긴 바다를 건너 바다의 종착지인 바다와 하늘이 만나는 곳에 도착합니다. 많은 이들이 꿈꿨지만, 닿을 수 없었던 수평선의 끝이 거기 있었습니다. 고래들이 달을 향해 날아가고, 구름이 바다에 닿아 있으며 달과 별이 바다에 가장 가까운 그곳. 세상의 모든 경계가 흐릿해지는 그곳은 신비하고 아름답습니다.


 육지의 도시에서만 살아온 저는 ‘수평선’이라는 단어에 대해 낭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물과 하늘이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선’ 단어의 정의만 들어도 설렘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수평선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넘어 수평선이라는 단어를 이해하게 된 것은 중학교 여름방학 때였습니다. 신안의 섬에서 처음으로 수평선이라는 단어를 이해하고 바다를 바라보았습니다. 섬 사이사이로 드러나는 수평선은 막연하게 정말로 하늘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 있지 않을까 상상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광활하게 드러난 바다의 수평선을 본 것은 아니었기에 정말 완벽하게 드러난 수평선은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증은 커져만 갔습니다.


 바다와 하늘이 정말 맞닿은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은 군대에 가서 였습니다. 백령도에서 바라본 망망대해에는 그 너머에 어떠한 육지도 없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바람이 그쳐 파도가 잔잔하고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이 있는 날이면 정말 어딘가에서는 ‘끝을 알 수 없는 바다와 하늘이 맞닿는 곳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곤 했습니다. 무한함 너머의 끝. 무한한 것들의 유한함을 결정짓는 그곳에 있는 것은 공허함일까? 아니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다움일까? 아니면 이해조차 할 수 없고 기억에도 담을 수 없는 신비의 끝일까? 이런 상상을 계속하고는 했습니다.


 언젠가부터일까요? 이런 상상을 멈추기 시작했습니다. 수평선을 머리에 잊고, 바다를 보면 그냥 아름답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답답한 현실과 반대되는 탁 트인 바다를 보며 그저 멍을 때리기 바빴습니다.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방향성을 찾으려는 노력은 사라지고, 현실을 살아가다 그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기위한 생각에만 바빴습니다. 아름다운 꿈과 이야기는 빛이 바래 돈과 성과로 결정되는 눈앞의 것들만 보였습니다. 하늘을 올려다보아도 한숨만 나오고 멍해지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구름 너머 하늘 너머에 존재하는 무언가를 찾아가는 생각의 길이 막혀버렸죠. 물론 제 생각 때문입니다. 나이를 먹으며 시간이 뒤에서 쫓아오는 기분을 느끼는 저는 이제 고집쟁이에 삭막한 어른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1년에 며칠 쯤은 아름다운 꿈을 놓지 않으려합니다. 집 위로 펼쳐진 하늘이 바다까지 이어지고, 하늘과 바닥라 만나는 그곳에서 있을 일들을 상상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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