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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ekja Oct 31. 2024

차이의 반복

<미스 럼피우스>

 수미상관 좋아하시나요? 많은 사람이 수미상관으로 쓰인 글을 좋아합니다. 물론 그 안의 내용이 감동적이거나 인상적이어야 합니다. 또한, 앞의 내용과 완전히 같은 반복에 대해 사람들은 열광하지 않습니다. 그 안의 변주가 있어야 하고, 그 변주가 개연성 있게 이어져야 하죠. 이런 내용들이 사람의 삶, 꿈과 연결된다면 더 큰 울림을 주겠죠? 는 한 말을 통해 수미상관, 반복을 완성합니다.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이지”


 이제는 꼬부랑 할머니가 된 미스 럼피우스는 앞의 말을 할아버지에게 듣고, 알겠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하지만, 어린아이가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방법을 어떻게 알까요? 아이는 그냥 자라 세상을 책을 읽고, 세상을 여행하고 많은 사람을 만납니다. 길고 긴 여행 끝 미스 럼피우스는 몸이 아파 한 바닷가에 머무르기로 결심합니다. 자신이 보기엔 무척 멋진 세상이었기에 세상을 아름답게 할 방법은 여전히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자신이 뿌린 꽃씨에서 아름다운 루핀 꽃이 피어난 것을 보고, 마을 곳곳에 루핀 꽃을 뿌렸습니다. 사람들은 미스 럼피우스를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뿌렸어요. 그리고 정말 세상은 좀 더 아름다워졌습니다. 


 동화는 허구의 내용을 담았지만, 그 허구의 내용은 사실 현실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는 동백 군락이 있습니다. 무척 큰 동백나무들은 흔히 식물원에서 봤던 동백나무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높이를 자랑합니다. 이 나무들은 처음부터 이곳에 있던 나무들이 아닙니다. 현맹춘 할망이 한 푼 두 푼 모아 산 황무지를 개간하는 도중에 거센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 심은 방풍수(防風樹)입니다. 할망은 이제 이 세상에 계시지 않지만, 나무들은 자라 여전히 바닷바람을 막고 있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무척 아름답게 자라서 이제는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 있습니다. 


 물론 미스 럼피우스와 현맹춘 할망의 이야기가 완전히 같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미스 럼피우스는 기나긴 여행 끝에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루핀 꽃을 심었다면, 현맹춘 할망은 세상의 아름다움과는 상관없이 생계를 위해 동백나무를 심었으니까요. 미스 럼피우스의 루핀 꽃 심기에서는 반짝이는 꿈이 느껴진다면 현맹춘 할망의 동백나무 심기에서는 묵직하고 진득한 삶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큰 틀, 식물을 심고 그 식물이 현재 많은 이에게 감동과 놀라움,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이야기는 반복되고 있습니다. 장 지오노의 에서도 앞의 이야기와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한 그루씩 계속 나무를 심어 결국 사막을 숲으로 바꾼 한 사람의 이야기. 이와 같은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는 각기 다른 감동을 얻습니다. 큰 틀에서는 반복이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죠.


 이 반복에 대해에서도 말하고 있습니다. 할머니가 된 미스 럼피우스는 자신의 삶을 재밌게 이야기해 주면서 손녀인 앨리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일을 잊지 말라고. 아마 앨리스는 커서 다른 방법으로 여행을 하고, 바닷가에 돌아와서 쉬면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겁니다. 이는 이야기의 반복이지만, 차이를 가지고 있기에 다르게 와닿습니다. 


 우리네 삶도 반복의 연속입니다. 큰 틀에서는 역사 또한 반복의 연속이죠. 그렇다고 허무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반복은 ‘차이의 반복’이기 때문입니다. 반복 속에는 다른 점들이 있고, 그 다른 점들이 새로움과 우리네 이야기, 그러니까 삶과 역사에 변주를 만듭니다. 동화는 이러한 반복에 차이를 넣어 허구의 이야기로 만들어냅니다. 아이들이 그 반복과 차이 속에서 삶의 방향성을 찾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 이야기를 넣는 것이죠. 하지만, 이것은 어른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은 반복이기에 여전히 동화 속에서 어른들도 삶을 새롭게 반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힘들고 지루한 나날들이 계속될 때면 한 번쯤은 근처 도서관을 찾아 동화 몇 권 읽어보는 것은 어떠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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