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인턴 면접을 맨 처음 본 것은 2024년 3월경이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절벽에 몰려있었습니다. 어떻게든 글로 벌어먹고자 했던 2023년의 야심찬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교보문고 알바와 실업급여로 모아 놓은 통장은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슬슬 30대가 다가오는 나이인지라 압박감은 더해만 갔고, 계획이 모두 막히는 느낌이 들며 조금씩 나아가고 있던 길이 모두 끊겨버린 상황에 처했습니다. 불안만 심해지는 과정에서 결국 공황을 마주했고, 힘이 부치는 이 상황에 필요한 것은 타개책이었습니다.
부담과 절박함 속에서 마주한 단 하나의 빛, 그것이 청년인턴이었습니다. 한번쯤은 제주도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막연한 낭만과 박물관에서 꼭 일해보고 싶다는 꿈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마치 신이 내려준 기회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모든 희망을 걸고, 저는 문체부 산하 국립제주박물관에 청년인턴을 지원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서류에 합격했다는 면접 공지가 뜬 것이었죠. 인턴이지만, 첫 직장 면접을 보러간다는 사실이 좋았고 설렜습니다.
처음으로 입어보는 어색한 양복과 구두를 신고 전날 제주도로 향했습니다. 숙박은 제주도에서 공무직을 하고 있는 동생의 집에서 해결했습니다. 면접날 아침 동생의 응원을 받으며 국립제주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1시간 정도 미리 국립제주박물관을 살피며 제주사를 머릿속에 다시 정리하고, 박물관 사무동으로 들어갔습니다. 박물관 사무동 로비에 앉아 손을 덜덜 떨면서 제 차례만을 기다렸습니다. 꽤 긴 기다림 끝에 제 이름이 호명되었고, 저는 면접장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제 인생에서 면접을 제일 잘 봤습니다. 제 모든 걸 걸고, 알바, 고등학교, 대학교 등등 각종 면접 중에 정말 제일 잘 봤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렇게 봤나 싶을 정도로 잘 봤습니다. 제주 역사에 관련된 모든 것들을 대답했고, 인턴을 하면서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도 완벽히 정리해서 대답했습니다.
면접 후 확인한 합격 결과, 아쉽게도 깔끔하게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아쉬움만 남고 제 마음속을 짓누르던 부담감은 사라졌습니다. 서류와 면접을 거치면서 제 실력을 확인하는 시간이었고, 떨어지고, 낮다고만 생각했던 제 실력이 여전히 누군가와 경쟁할 수 있다는 희망이 공황 대신 자리하면서 저는 어둠속에서 다시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024년 저는 아주 작은 회사지만, 회사를 다녀볼 수 있었죠. 물론 작은 벤처기업의 매운 맛에 몇 개월 못 다니고 그만두기는 했지만, 제가 몰랐던 사회의 이야기들을 배워가고 들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분명 저는 2024년을 겪으면서 제가 한발자국 앞으로 나아갔다고 여겼고, 이번에 다시 청년인턴을 지원하면 분명 합격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지원한 2025년 상반기 국립제주박물관 청년인턴. 서류 전형에 깔끔하게 합격했습니다. 회사에서 교육 관련 경력까지 쌓았으니 이번엔 최종 합격까지 갈 수 있으리라는 이상한 확신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자신감은 아마 자만심이었나 봅니다. 면접은 제주의 역사를 묻기보다는 공무원으로서의 태도를 물었고, 그 과정에서 저는 작년보다 면접을 못 봤습니다. 자연히 면접은 떨어졌습니다. 이젠 무얼 하나 다시 막막해졌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인생에서 면접을 잘 봤던 2024년도 그 어느 때보다 내가 발전했다 느꼈던 2025년도 저는 국립제주박물관 청년인턴에 합격하지 못했습니다. 그 사실이 무엇보다 괴로웠습니다. 다시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아직 채용이 끝나지 않은 상반기 저는 저의 마음을 달래며 숨죽인 채 기회만 노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