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살면서 이런저런 물품들을 사용합니다. 물질소비주의 시대를 만들어낸 사람들은 과도한 물품사용으로 다양하고 많은 쓰레기들을 만들어냅니다. 과도한 생산으로 인해 사용하지 않고 버려지는 것들도 다수 있죠. 청정한 이미지를 가진 자연의 길인 올레길에서도 쓰레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 종류도 다양하고 쓰레기가 놓이게 된 이유도 가지각색이죠.
코로나 시대, 가장 문제가 되는 쓰레기는 단연 마스크입니다. 흔히 쓰고 다니는 하얀 마스크들은 길어야 일주일이면 다른 마스크들을 써야 하죠. 재활용조차 하기 힘든 마스크들은 전부 버려집니다. 물론 지금 다회용 마스크를 써서 일회용 마스크의 사용을 줄여야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많이 사용되는 마스크들이 올레길에서도 길가에 쉽게 발견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죠.
차라리 길가 구석에 놓여 주머니에서 빠져나와 실수로 버려졌다는 이해라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안타깝게도 꽤 많은 양의 마스크들은 나뭇가지에 걸려있습니다.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이면 모를까 중산간올레 깊숙한 곳에 걸려있는 마스크를 보자면 다리 힘까지 풀려버리죠. 올레길을 걸으면서도 답답한 마스크를 쓰고 다니며 전염병을 덜 퍼뜨리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 올레길의 경관을 해치는 장면을 목도할 때의 씁쓸함은 매우 크더군요. 얼마 전 서울 지하철 시청역을 지나가다 시민청 도시사진전에서 본 마스크가 석촌호수에 버려진 사진을 보며 올레길 마스크 쓰레기에 대한 것도 문득 떠올랐습니다. 사진 제목이 마스크를 버린 모든 상황에 잘 어울리는 말이라 아직까지 기억에 남습니다. ‘영웅이 악당이 되는 순간.’
올레길을 지나다니면서 마스크 같이 올레꾼들이 버린 쓰레기나 근처에 사는 현지인들이 버리는 쓰레기를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완전히 다른 류의 쓰레기를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쓰레기들을 만난 곳은 12코스의 엉알길과 14코스의 월령포구에서 금능포구까지 이어지는 바당올레였습니다. 사실 얼핏 지나가면 각종 페트병과 일상 쓰레기들이 있어 관광객들이 버렸나하고 착각하기 쉽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쓰레기들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표면에 중국어가 쓰여 있죠.
중국인 관광객들이 버린 것이 아니냐고 물을 수 있겠지만, 제가 제주를 방문한 것은 백신조차 맞지 못한 시기로 해외 관광객들이 제주도에 거의 없는 시기였습니다. 한 달 정도 제주에 있으면서 중국인들을 본 것은 딱 한 번이었을 정도입니다. 그럼 중국말이 적혀 있는 쓰레기들이 어떻게 제주 해안에 올 수 있었던 것일까요? 이유는 무척 간단합니다. 12코스와 14코스 모두 제주의 서해안에 있는 곳으로 중국의 해안에서 가장 가까운 곳입니다. 중국의 쓰레기가 바다를 타고 넘어온 것입니다. 중국의 쓰레기가 제주에 영향을 주는 것이 억울할 수 있겠지만, 당장 한국에서 버린 쓰레기가 다른 나라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을지 알 수 없기에 마냥 화를 낼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올레길 곳곳에 나뒹굴며 경관을 해치고 냄새를 풍기는 쓰레기를 마주하면서 이를 어찌하면 좋을지 고민해보았습니다. 친구는 이런 것이야말로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니냐며 화를 내더군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특히 엉알길 주변은 수월봉 화산쇄설층이라는 이름으로 천연기념물 제513호로 지정되어 있어 국가에서 관리할 법도 하죠. 하지만,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천연기념물의 관리는 문화재청에서 하게 되어 있는데 문화재청은 전국 곳곳에 있는 천연기념물의 관리만이 아닌 문화재의 보수, 복원, 발굴, 조사, 보존 등의 활동에 모두 예산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문화재청의 예산을 늘리자니 정부의 여러 복잡한 재정 문제들이 있을 겁니다. 그러니 정부를 향해 발언을 하고 이후의 행동에 관심을 가질 필요는 있지만, 당장 올레길에 있는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만 바라보고 손 떼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면 길에서 쓰레기를 볼 일도 없겠죠. 하지만, 분명 누군가는 쓰레기를 생각 없이 버릴 수도 있고, 길을 가던 중 실수로 쓰레기를 흘릴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올레길을 관리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제주올레에서는 ‘클린올레(Clean Olle)'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클린올레에 참여하는 방법은 매우 단순합니다. 먼저 제주올레 공식안내소나 족은 안내소에서 일반쓰레기용 봉투와 재활용쓰레기용 봉투를 받습니다. 그리고 올레길을 걸으면서 봉투에 담고 꽉 찬 쓰레기봉투는 길을 걷다 만나는 클린하우스(쓰레기 수거장소)에 버리고 인증샷을 찍은 후 안내소에 가서 확인 스탬프를 받으면 됩니다. 올레길 위에 있는 클린하우스에만 버려야 한다는 것이 주의해야 할 점이겠습니다. 확인 스탬프를 8개 이상 모으면 클린올레 기념품을, 클린올레를 하며 26개 코스 전체를 완주하면 클린올레 완주메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올레길을 걸으며 쓰레기를 보는 것은 무척 짜증나는 일입니다. 몸과 마음에 휴식을 주기 위해 찾은 올레길에서 쓰레기는 불청객이죠. 이 쓰레기들 중에는 당장 우리의 힘으로 해결하기 힘든 것들도 있지만, 조금의 노력을 투자한다면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는 것들도 다수 있습니다. 넓게 보면 올레길 뿐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환경 또한 깨끗하게 할 수 있습니다. 북유럽에서 시작된 '플로깅(plogging)'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조깅하면서 쓰레기를 줍는다는 의미로 운동을 하면서 환경을 깨끗이 한다는 일종의 사회운동이죠. 우리나라에서도 꽤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지 국립국어원에서는 아예 플로깅을 대체할 용어로 ‘쓰담달리기’를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클린올레나 쓰담달리기처럼 우리 주변을 바꾸는 것은 시작하기는 쉽지 않지만, 실천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은 자그마한 노력에서 시작합니다. 가끔은 길가에 너부러져 있는 쓰레기들을 주워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작지만 큰 행동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