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없는 새우등은 왜 터지는가

by 세련된미식가 세미

평화주의자인 나는 갈등을 싫어한다.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말을 쉽게 하지 않고, 친구에게 섭섭한 일이 있어도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어지간한 일들은 그냥 웃으며 넘긴다. 그게 내 방식이다.


하지만 갈등은 늘 예고 없이 다가온다.

피하고 싶어도, 누군가의 감정이 폭발하는 순간, 나는 어김없이 그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놓이게 된다. 중간자란 늘 그렇게 양쪽에서 당긴다. 빠져나올 틈도 없이.


무엇보다 애정이 있는 관계에서의 갈등은 유난히 아프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솔직할 수 있고, 그렇기에 더 실망할 수도 있다.

“그 정도도 이해 못 해? “라는 말에는 “그 정도는 알아줄 줄 알았는데”라는 마음이 숨어 있다.


내가 가장 피하고 싶은 건, 한 사람의 섭섭함이 주위를 오염시키는 구조다. 두 사람의 감정 충돌이 그룹 전체를 갈라놓고, 끝내는 나 같은 사람까지 휘말리게 되는 것 말이다.


어떤 모임에서 자기주장이 강한 리더조용한 노력가가 틀어졌다.

처음엔 그냥 둘이 각자 떨어져 있겠거니 했다. 하지만 곧 리더는 주변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시작했고, 조용한 노력가는 비슷한 성향의 친구들과 뭉치며 보이지 않는 선을 그었다.


나는 그 사이에 애매하게 끼어 있었다.

두 사람 모두와 가까웠기에 어느 편에도 완전히 설 수 없었다. 그런데 양쪽은 나에게 더 가까이 있기를 바랐고, 결국 “너는 왜 우리 편이 아니야?”라는 말이 되돌아왔다.


처음엔 그 둘을 화해시키려 노력했다. 그러나 내가 얻은 건 오해뿐이었다.

“너, 사실 저쪽 편이지?”라는 말에 마음이 무너졌다.


그 이후로는 조심했다. 어느 편과도 친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 평소 말도 섞지 않던 사람들과 어울렸다.

갈등을 피하려다 내 인간관계 전체가 낯설어졌다.


비슷한 일이 또 한 번 벌어졌다.

이번엔 조용한 친구들이 그룹을 나갔고, 남겨진 노력가는 외톨이가 되었다. 나는 안쓰러워 그의 옆을 지켰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리더 쪽과는 멀어졌고, 서먹해졌다.


그런데 얼마 뒤, 내가 리더와 충돌하게 되었을 때—

조용한 노력가는 끝내 내 편이 되어주지 않았다.


내 등은 또 터지고 말았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은, 남의 일이 아니었다.

불쌍한 내 등.

사실 고래들은 새우가 있건 없건 상관하지 않는다.

고민하는 건 오직 새우뿐이다.


고래들은 오늘도 싸운다.

그리고 나는 그 사이에서 또 괜히 상처를 입는다.


나는 이제 알게 되었다.

고래들 사이에 내 등짝을 내어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새우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세상이다.


고래들아, 너희 싸울 거니?

그렇다면, 난 이만 갈게.

싸움은 내가 없는 곳에서 해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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