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모이면 말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의 흉이 나올 때도 있다. 그래서 때로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의 일까지 듣게 되는 경우도 있다.
나는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편 가르기나 따돌림 같은 일에 휘말리는 걸 극도로 피한다. 남의 이야기는 아무리 궁금해도 의식적으로 안 들으려 한다.
뒷얘기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지만, 그걸 듣고 기분이 좋아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내가 아는 사람의 뒷이야기는 더 피하고 싶다.
대화를 돌려 최근에 본 드라마 이야기를 꺼내보기도 하고, 슬쩍 화제를 바꾸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정도면 신호를 알아차리고 넘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런 분위기 따윈 신경 쓰지 않는다.
어릴 때도 그랬다. 남의 흉을 보면서 친해지려는 애들이 있었고,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런 방식으로 관계를 맺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남자친구 흉을 보면서, 상사 흉을 보면서, 남편이나 시어머니 흉을 보면서, 심지어 자식 흉을 보면서까지 말이다.
공공의 적이 있으면 협력 관계가 형성되듯,
그런 방식도 일종의 생존 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선을 넘는 순간, 관계는 피곤해진다.
더 큰 문제는, 자신의 험담에 동조하지 않으면 거절당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다. 위험한 건 바로 그 지점이다.
동조하지 않으면 곧 다음 타깃이 나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나도 모르게 그들의 말에 맞장구치고 있는 나를 발견한 적이 있다. 집에 돌아와서 괜히 마음이 불편한 이유, 그것 때문이었다.
‘왜 나는 듣고만 있었을까?’ ‘왜 나는 아니라고 말하지 못했을까?’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그런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거리를 둘 수 있을까?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싸우지도, 해명하지도 말 것.
자주 보지 않고, 대화의 결을 서서히 바꿀 것.
그 사람과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선을 그을 것.
그러면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그 어떤 불편한 장면도 만들지 않으면서도, 내 마음은 편해진다.
가장 지혜로운 거리 두기는
무심한 선 긋기에서 시작된다.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를 지키기 위해선, 그 선이 필요하다.
내가 지켜야 할 건 남의 평판이 아니라 내 삶의 질이기 때문이다.
너나 잘하세요.
자기 안이 허전할수록,
남의 인생에 더 기웃대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