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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축복한다.

훈련소에 입소한 아들에게 쓰는 편지 2

by gentle rain

민아!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인 오늘, 훈련은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구나. 아빠 학교에서는 며칠 전부터 학교 주변 공원에서 야생화를 관찰하고 그리는 수업을 계획했었는데 미세먼지로 인해 연이어 교실수업으로 대체되었어. 아이들은 마스크 쓰고 나가면 안 되느냐, 어떤 앱에서는 괜찮다고 한다... 구시렁구시렁. 담임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설득하느라 힘들어하고. 학생들과 선생님들 모두 이해가 되면서 안타까운 날이었어.

거실에서 건조기 돌아가는 소리가 나는구나. 더러워진 군복과 속옷 빨래는 어떻게 하고 있니?


오늘 새벽은 쌀쌀하더구나. 훈련소는 어때? 아빠는 오늘 새벽에 후드티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쓰고 엄마랑 롯데마트 주차장에서 교회까지 뛰었어. 본당에 들어가려면 대학부에서 잠을 포기하고 교회에서 모임을 갖는 '잠포'를 해야 될 것 같구나. ^^

한 집사님으로부터 특새 때 기도제목 있으면 달라는 카톡을 받았어. 민이와 현이를 위한 기도, 전세 만기가 되는 내년 4월에는 교회에 좀 더 가까운 곳에 거처를 장만할 수 있도록 기도제목을 드렸어. 민이가 제대할 즈음에는 통학거리가 단축되리라~!^^


오늘 현이와 나눌 큐티 본문이 호세아 5~6장인데 그중 6장 3절에 이런 말씀이 있더구나.

"그러므로 우리가 여호와를 알자 힘써 여호와를 알자 그의 나타나심은 새벽빛 같이 어김없나니 비와 같이 땅을 적시는 늦은 비와 같이 우리에게 임하시리라 하니라"

이 말씀이 바로 아빠를 향한 말씀인 것 같더구나. 훈련소 짐을 쌀 때 엄마가 사 준 주석이 달린 큰 성경을 가방에 챙기는 강민이를 보면서 아빠도 하나님을 아는 데 힘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오늘 이 말씀을 주시네.


요즘 학생들의 상담신청과 선생님들의 의뢰도 많아지고, 각종 문서 업무들도 많아져서 살짝 지쳤었는데 어제 내린 비가 아빠의 건조해진 HEART를 촉촉이 적셔준 것 같구나. 새 힘주시는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

건조가 끝나는 소리가 나네. 빨래를 꺼내고 옷을 개야겠다. 우리 아들, 민이의 옷이 없는 건조기지만 말이야.


보고 싶구나.

잘 지내리라 믿어요. 잘 자~!


2023.4.13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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