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받아쓰기 07 ] 보기
영화 클래식.
배우 손예진 님과 조인성 님이 우산 없이 비 오는 날 뛰어나가는 그 장면을 보면서 내 가슴도 뛰었던 그 영화. 일곱 번째 그림을 소개하기 위해 첫 번째 연결고리로 떠 올렸던 클래식 영화를 검색을 했더니, 2003년 The Classic 이 나왔다. 비를 자주 만나는 요즘, 시간이 흘러 클래식이 된 곽재용 감독의 The Classic 영화를 보는 것도 좋겠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하려고 하는 영화는 더 옛날, 한참 더 옛날에 만들어진 클래식 영화이다.
엄마는 '클래식 영화보기'를 좋아하신다. 클래식 영화라고 하면 떠 오르는 것들이 있지만, 정확한 정의는 무엇인지 찾아보고 싶었다. 자주 보았던 Town & Country 잡지책에서 선정한 37개의 최고의 클래식 영화에 소개된 영화들을 만났다. 반갑게도 엄마의 리스트들이 있었다. 자주 반복해서 보셨던 명작들.
엄마 옆에 앉아서 보다가 누웠다가 잠이 드는 관계로, 많이 보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본 적이 없는 영화들이다. 지난번에 보다가 자느라 못 봤던 부분을 다음번에 볼 때면 채워지고, 그래도 놓치는 부분은 생기고. 퍼즐 맞추기식 영화를 보았지만, 완성된 퍼즐은 없다. 재미가 있어서 봤다기보다는 그냥 엄마 옆에 있고 싶어서 그랬을 것이다.
어른이 되어 그 영화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싶기도 하지만 큰 결심이 필요하다. '나도 읽어 봤지.' 리스트들에 있는 고전들을 제대로 다시 만나기 위해서 책장 속에 미동도 않고 앉아 있던 두껍고 오래된 책들을 열고 읽어 나가는데 필요한 마음가짐과도 같은 결심. 있을지도 모를 동호회에 가입하거나, 어떤 특별한 계기로 프로젝트를 만들어서 다시 보기를 하기 전까지는 적어도 당분간은 그 영화들을 볼 것 같지는 않다.
엄마의 리스트들 중에서 내가 좋아했던 영화는 '그녀' 때문이다. 어린 나의 눈에도 남편을 잃고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파티 장소에 와서 음악에 맞추어 스텝을 밟고 있는 그녀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커튼을 뜯어 옷을 만들어 입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향해 돌진하고, 홀로 남은 땅에서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 "를 외치는 그녀의 모습에서 막연하지만 어른이 되어 삶의 바람을 맞게 될 때면 그녀의 마지막 대사를 기억해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아도 소외감, 상실감으로 힘든 현대인에게 2020년에 등장한 왕관을 쓰고 세상을 흔들고 있는 빌런의 힘은 여전히 강하다. 팬데믹이라는 터널 속을 지나가고 있는 요즘 이 화가의 작품이 자주 소환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리라.
대공항을 배경으로 그려진 그림 속 4명의 주인공은 그래도 일을 할 곳이 있고,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보이는 화면 밖에는 또 다른 손님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앞뒤 테이블은 비어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2021년 오늘의 식당이 오버랩된다.
밝은 불이 켜 져 있고, 화가가 선택한 색상 그리고 바닥을 포함한 식당 안의 인테리어는 어둡거나 칙칙하지 않다. 밝고 환하고 따스하며 진열된 과일들은 신선하고 비타민 C를 아낌없이 챙겨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명의 직원들과 남자 손님의 얼굴 표정, 여자 손님의 등 표정은 느려지는 시계가 무거운 걸음을 이겨내며 12라는 숫자를 향하며 짓는 그것과 닮았다. 캐시어 앞 직원은 힘이 없어 보이고, 윈도 앞에서 청소하고 상품들을 깔끔하게 진열하고 있는 그녀 얼굴에도 아무런 감정이 없다. 미래는 무겁고 그 길을 지나가야 하는 시간은 느리다.
"Tabels for ladies"는 대공항이 시작되고 여성들이 할 수 있는, 남성들보다 상대적으로 접근하기 편한, 서비스 관련 일들을 하면서 '혼밥' 해야만 하는 그들을 배려하기 위해 식당 밖에 걸어 놓은 표지였다고 한다. 그 당시 혼자 앉아 식사하는 여성들은 남성들과 하룻밤의 은밀한 비즈니스를 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에, "숙녀 여러분, 저희는 여러분들을 위한 테이블을 따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녀들 같이 보일까 하는 불편한 마음 내려놓으시고, 어서 들어오셔서 따뜻한 음식과 음료로 힘내서 일해야죠. 어서 오세요!"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얼마 전, 물감을 사고 종이를 사던 나의 어릴 적 화방이 문을 닫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꽤 오래된 곳이었다. 밖을 나갈 때마다 닫힌 상점들이 늘어나는 것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진다. 남들만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마음을 단단히 하고 긴장하게 된다. 꼬마였던 내가 엄마와 함께 보았던 영화에서 막연하지만 어른의 시간에 맞게 될 바람을 생각했던 그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떠 오른다. 스칼렛 오하라의 대사를 되뇌어 본다.
From my point of view, I'm looking through avery large picture window.
There are three groups of figures . And, the setting is a restaurant.
In the foreground, is a blonde waitress bent over, adjusting the display of fruits in a..hmm...looks like a straw basket and there are plants, and there are menus and there are plates of food on display.
Behind her, there’s a cashier. And she’s looking diligently at what she’s doing.
And, to the left of her are two people sitting at the table, possibly in discussion.
The man’s hat is hanging on the panelling to his left.
And the woman’s coat is hanging to her right, also on the wood panelling.
There is a clock...overhead...the cashi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