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의 색으로

에필로그

by Dear Ci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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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 되면 일 년에 단 한 번 가을의 향을 담은 커피를 만드는 곳이 있다.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내년 가을까지 기다려야 한다. 달력을 넘겨 10월이 되면, 그 향이 내 주위에 흐른다. 가을마다 만나는 이 커피를 다섯 번쯤 더 마시게 된다면, 아마도 내게 있어서 가을은 노릇하게 구워지는 낙엽보다, 높고 푸른 하늘보다 먼저, 이 커피 향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반복되는 시간을 함께 한다는 것은 그렇게 각인이 되는 일이다. 천천히, 서서히, 옅은 물감이 다가와 나의 색과 마주하고 섞이는 그 지점에서, 새로운 색이 비로소 태어난다. 나의 것도 있고, 내가 아니었던 것도 있는 색. 오랫동안 외면했던 미지의 공간이 자연스럽게 다가와 흥미로운 쉼을 안겨준다.


오랫동안 내 언저리에 머물던 보석이라는 존재는 내가 가지지 못했던 빛의 색을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세속적 번쩍임’이라는 단순한 숫자로 바라보던 편견의 시간들로 희미해져 갔다.


어느 날, 피렌체의 예술대학 학생의 브이로그를 보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알고 있던 색의 정의가 달라지기도 했고, 기억 속에 있던 먼지 쌓인 그들의 결을 닦아내기도 했다. 내게 익숙했던 나의 색 위에 시간을 덧입히는 연습이었다.


열한 개의 보석을 담은 글을 쓰면서, 어렴풋하게 내게 다가온 선물이 있다. 미련도 후회도 아니지만, 오래전부터 내 곁을 맴돌던 여운에 대한 짧은 답이다. 아마도 나는 하지 않았던 일에 대해, 조용한 위로를 받고 싶었던 것 같다.

보석을 공부하던 그 시절이 그리웠고, 아름다운 이별 한 번 없이 사라져 버린 것에 대한 작은 미안함도 있었다. 그래서일까, 나는 그 시간으로 돌아가 아주 천천히, 늦게나마 인사를 건네고 싶었던 것 같다.


지난 화요일, 소포 하나를 보냈다. 나의 다이아몬드 선생님께 짧은 카드와 함께 작은 마음을 담았다. 보석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그분이, 이제는 내 보석함 속 반짝이는 조각 중 하나라는 사실을 이 기록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나를 둘러싼 모든 인연과 경험이 결국 나를 이루는 가장 귀한 원석이 되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은 삶의 무게와 작업하는 기쁨을 동시에 담고 있다. 보석공부를 하며 얻게 되었던 그 색의 깊이가 어딘가에서 함께 완성되고 있는 작업이라면, 그것으로 되었다.


이제 나는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그 빛의 색에 다가가 보려 한다. 학생 시절의 마음으로, 그러나 어른의 시간이 준 깊이와 현실감을 넣어 표현하고 싶다. 그 과정과 결과물들은 그 누구보다도 내게 보여주고 싶다.


이 글이 당신에게도, 머뭇거렸던 결정을 다시 마주할 용기를 건네는 작은 여행이자, 스스로를 재단하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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