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입원을 했어요. 어찌 된 일이냐 하면.. 이틀 전부터 왼쪽 귀와 머리가 찌르는 듯 아팠어요. 어제는 왼쪽 목과 얼굴에 붉은 수포가 두드러져 있는 게 보이더라고요. 퇴근 후 내과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사뭇 심각한 표정으로 대상포진이 의심된다며, 00 병원 신경과로 가보래요. 밤새 찌릿찌릿한 통증에 시달렸어요. 악 소리 나게 아파서 이를 꽉 물게 되는, 눈물이 찔끔 나는 고통. 다음 날 아침에 병원에 갔는데, 신경과 교수님이 대상포진이 맞다네요. 이게 얼굴이나 머리 쪽으로 증상이 나타나면 좋지 않대요. 눈이나 귀, 뇌 쪽으로 침범해서 위험할 수 있으니 입원 치료가 필요하다고.
역시나 삶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릅니다. 연휴에 입원이라니요.
5인실에 캐리어를 끌고 들어오는 저를, 병상에 누운 어르신이 물끄러미 바라보십니다. ‘아이고, 젊은 사람이 어디가 안 좋아서 왔어?’ 병명을 말하니, ‘아이고, 그거 많이 아플 건데.. 쯧쯧.. 치료 잘 받아요.’ 하셔요.
자리에 누워서 항바이러스 수액을 맞고, 밥을 먹고, 간호사 선생님이 때맞춰 주시는 먹는 진통제를 삼켜요. 귀와 머리의 그 찌릿찌릿한 통증이 한결 완화되네요. 약이 독해서 조금 멍하긴 하지만, 충분히 견딜만해요. 수포 부위는 하루 3번 소독해 주시고, 삼시세끼 밥도 갖다 주십니다. 집안일과 학교일과 육아라는 견고한 일상에서 벗어나 이렇게 가만히 누워 케어 받고 있는 것이 편하면서도, 뭔가 이상하고 어색해요.
약기운에 취해 낮잠을 자다가 일어나서 무료해져서 태블릿으로 파친코라는 드라마를 봤어요. 소설을 굉장히 재밌게 읽어서 드라마는 과연 어떨지 무척 궁금했는데, 이 기회에 보게 되네요. 집에서 혼자 아이들을 돌보고 있을 남편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아이들과 영상통화를 하는데, 환자복을 입은 저를 보자마자 아이들이 통곡하며 울어요. 엄마가 집에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를 못하는 거지요. 엄마가 집에 없다니, 일주일 동안 엄마 없이 자야 한다니.. 서운함이 북받치는 듯 연신 “엄마, 엄마, 엄마..” 애타게 불러대요. 내가 일찍이 누군가에게 이렇게 절대적인 존재였던 적이 있었던가요.
통화를 끝내고 마음이 헛헛해져서 사진첩에 있는 아이들 사진을 봤어요. 시간이 많으니 옛날 사진까지 쭉 내려서 차근차근 봅니다. 첫째 백일 사진, 돌사진, 둘째 임신 때 만삭 사진, 산후조리원 사진.. 사진 속 갓난아기의 얼굴에서 현재 아이의 얼굴이 보여요. 신기하고, 아련해요.
시간은 야속하게도 빨리 흐릅니다. 우리는 그 시간을 견디고 흘려보내는 와중에 무수한 경험을 하지요. 순간순간 행복과 아픔을 느끼고, 획득하고 상실하며, 승리하기도 패배하기도.. 그게 인생이겠지요?
각자의 무게를 감당하며 생의 굴곡을 따라 걷는 우리의 심신이 편안하기를 바랍니다. 슬픔과 독기를 품고 있기보다는 다정함과 사랑을 잃지 않기를 소망합니다. 이제 병실에 불이 꺼졌어요. 오늘 밤, 잠드는 이 순간을 따뜻하고 평안하게 보내요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