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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지음 Jan 28. 2021

안녕, 고마웠어.

네가 떠난 지 일 년, 여전히 보고싶다.

 지난해의 오늘, 17년간 키웠던 강아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사람도 나이가 들면 한 번씩 아플 때마다 기운이 꺾인다더니 개도 똑같은지 우리 집 막내는 그렇게 마지막 기력이 다해서 갑자기 떠났다.


 철없던 중학생 시절부터 함께였던 녀석이었다. 할머니 댁 옆집 개가 새끼를 많이 낳아 그중 한 마리를 데려가라고 하신 참에, 배 위에 올려놔도 아무 느낌도 없을 만큼 아직 너무 작고, 가볍고, 예쁜 녀석 한 마리를 데려왔다.


 부모님도, 언니도 나도 모두 강아지를 그렇게 키워본 건 처음이라 무지했고, 그전에 할머니 세대로부터 봐온 모습이 다였기에 그대로 강아지를 대했다. 형편이 넉넉지도 않을 때 우리 집으로 와서 부족한 살림살이 때문에 덩달아 같이 고생한 녀석이었다.


 그나마 한 가지 다행이었던 건 마당이 있는 주택이라 마당에 있는 정원 흙을 마음껏 밟고 뛰놀 수 있었던 거였다. 해줄 수 있는 것도, 해준 것도 많지 않은 그 시간 동안 그 조그마한 녀석은 집 안도 아닌 마당에서 지내면서도 알아서 무럭무럭 잘 자라줬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참 너무했구나 싶은 시절이었지만...


 지금의 집으로 이사 와서 더 이상 밖엔 녀석을 키울 곳이 없어져서 집 안에서 키우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진짜 우리 집 ‘가족’이 되었다. 분명 원래부터 키우던 강아지였지만 집 밖에서 키우는 것과 집 안에서 함께 생활하는 건 차원이 달랐다. 그 녀석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볼 수 있었고, 그건 생각보다 더 귀엽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생명체와 함께할 수 있는 축복의 시간이었다.


 힘들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내 손길을 필요로 하는 존재가 있다는 건 생각보다 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런 말을 할 자격조차 없을 만큼 잘해주지도 못했지만... 그럼에도 요 녀석은 참 순하고, 착하고, 우리 가족 아니랄까 봐 소심해서, 많이 챙겨주지 못해도 늘 내색도 없이 건강히 잘 지내고 우리를 좋아해 줬다.




 마음이, 괜찮아지면 정리하려던 녀석의 집은 아직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1년 정도면 그래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했던 마음은, 어쩌면 자만이었나 보다. 평소에 꾹꾹 눌러 참았던 마음이, 조금만 풀리면 여전히 눈물을 쏟아낸다.


 해주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아서, 떠나기 며칠 전 네가 밥을 먹지 못하게 되기 전 산책을 같이 가지 않은 게, 네가 마지막 그 밤 우리와 함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겨우 일어나던 걸 병원에 두고 온 게, 마지막을 지켜주지 못한 게, 너무 후회돼서... 아니 그냥, 모든 게 너무 후회가 돼서, 마지막까지 우릴 힘들게 하지 않으려는 듯 조용히 떠난 너한테 참 많이 고맙고, 너무 미안해서... 마음이 괜찮아지질 않는다.


 모모야. 우리 예쁜이. 누나는 아직도 그렇게 살아. 너 보내던 작년처럼, 여전히 그렇게 미련하게 많은 걸 미루면서, 지난날을 후회하면서, 그렇게 살아. 그래서 더 미안해. 그리고 마지막까지, 누나 마음대로 해서 정말 미안해. 혼자 가게 해서 참 많이 미안해... 그래도 잘 지내고 있다고, 얼마 전에 꿈에 나와줘서 고마워 우리 강아지.


 누나는, 언제 괜찮아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노력해볼게. 부디,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어 줘. 조금만 더 있다가 다시 만나자. 누나한테 화내도 좋으니까, 누나 갈 때 꼭 마중나와 주면 좋겠다... 모모야. 누나가 참 많이 사랑해. 언제나 그럴 거야. 사랑해 우리 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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