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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연 Aug 08. 2021

"맥모닝의 미학"

맥모닝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해쉬브라운. 케첩을 꼭 받아야 한다.

"맥모닝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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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라는 일의 거의 유일무이한 장점이 있다면 바로 급한(?)제작 일정이 없다면 유연하게 시간을 활용할 수 있단 점이다. 때로는 오히려 그 유연함때문에 막중한 책임감이 부여되고, 더 큰 속박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대개는 잘만 활용하면 시간을 직접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바로 전날까지 당직을 하고 다음날이 리포트 오프날(기사제작이 없는날)이면 매우 일찍 회사를 나설 수 있다. 오전 9시30분에서 10시사이에 나오는데 그럴때 마침 배가 고플때면 난 거의 맥도날드로 간다. 맥모닝을 먹기 위해서다. 주말 당직날에도 아침에 일어나서 맥모닝을 먹고 출근한다. 유일한 낙이다. 근무 전 의식과도 같다.


베이컨 에그머핀도 먹고, 겨울에는 뜨아를 여름에는 아아를 먹는다. 가장 중요한건 해쉬브라운이다. 적당한 크기의 따뜻하고 고소하며 바삭한 해시브라운을 받아들면 그 날 산처럼 쌓여있는 업무의 고충 따위 생각나지 않는다.


한 때 나는 맥모닝 중독자였는데, 얼마 전에 모 선배랑 얘기를 하다가, 사람마다 좋아하는 게 참 다르구나 하는걸 느꼈다. 난 맥모닝이 10시 반까진게 너무 아쉽고 그 희소성의 마케팅에 기꺼이 이용당한 한 명인데, 그 선배는 어쩌다 아침에 햄버거를 먹게되면 맥모닝 시간이 끝나기까지 기다렸다가 일반메뉴를 주문해 먹는다고 했다.


조금은 결이 다른 얘기긴 하지만, 난 커피를 좋아해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인데 사실 커피를 마시는 것 보다도 먹기 전과 먹는 도중의 행위 자체를 좋아한다.

마실 커피를 타면서 갖는 여유로움과 잠깐이라도 머리 비우는 그 시간이 좋고, 커피를 마실때는 적어도 아무생각 없고 또 커피는 대개 누군가랑 같이 마시기 때문에 소소한 그 시간이 좋다. 맥모닝을 먹는 그 아침시간도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순간이라 소중하다. 내게 커피나 맥모닝은 그런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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