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도서관런웨이, 신선한 소재 그렇지못한 인물과 이야기
책리뷰
.
우아한 제목에 끌려서 빌려봤다. 도서관에서 도서관을 다루는 내용일 것 같은 책을 발견해서 더 그랬다. 책의 중반부까지는 나름 흥미로운 소재와 전개라고 생각했는데 중후반부는 꽤 실망스러웠다. 작품은 내용이 인상깊다거나 등장인물에 정이 가야 한 권 개운하게 읽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둘다 아니었다. 소재만 신박했을뿐 결국 제목과도 무관한 이야기에 봉두난발의 서사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들에는 정이 가지 않았다. 캐릭터 설정이 그렇다면 그 인물이 하는 말에라도 신뢰가 가거나 납득이 가야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툭툭 내뱉는 말들은 연결고리가 부족해보였고 왜 갑자기 그들이 서로 애정하게 되는지(사랑이라고는 말하기 힘들어보였다) 또 왜 잊지못하는지 등에대해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작가는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박학한 재료들을 품고있어서 이것저것 시도해보고자 한 것같다. 코로나 시대라는 현대 모습도 담고싶고 세간의 이슈가 되고있는 학폭이라든가 결혼기피 등의 세태를 글에 녹이고 싶었던 것 같다. 다만 그 모든것을 눈으로 볼 수 있는게 아니고 책은 영상매체가 아닌 이상 오감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기에 나라는 독자를 설득할 수 없었다. 오롯하게 텍스트로만 독자를 이해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조금은 망각한게 아닌가 싶었다. 작가는 워낙 담고싶은 내용이 많고 또 복합적인 사건 속에 인물이 놓이다보니 지나치게 시시각각의 변화를 꾀한게 아닌가 싶다.
사실 결국 책 후반부는 그냥 대충 읽었다. 후루룩 넘기면서 내용이 잘 들어오지않더라도 그냥 넘겼다. 한문장 한문장을 곱씹으며 읽고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책 초중반까지는 나름 기억해두고 싶은 문장들이 있었다. 그런문장 대개는 마치 살아있는 활어같은 것들이었다. '어떻게 저런 표현을 생각해내지?' 하는 표현들 말이다. 그 문장들은 내 기록노트에 차곡차곡 쌓아뒀다. 예를 들면 이런 문장들이다.
우리는 서로에 대해 연대기적으로 꾸준히 서술해 줄 수 있는 사이는 아니었다. 어느시기에는 많이 뭉쳐있고 어느 시기에는 또 완전히 공백상태인 그런 관계랄까. 물론 공백이 훨씬 길었다.
언젠가 한 번 생각해봤을법한 내용인데 구체적으로 글이라는 것 활자라는 것으로 저렇게 표현해 내니 신박한 느낌이었다.
그런 문장들로 둘러싸여 있는 것은 참 좋았지만 전체적으로는 이야기 전개를 끝까지 끌고나가는 힘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