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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솔지책 Nov 24. 2021

전쟁은 영화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

우리가 모르는 전쟁의 진짜 얼굴

*사진은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 스틸컷입니다.


이 책이 맞을 것 같은 분

1) 전쟁 영화를 즐겨본 분

2) 듣거나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

3) 가볍게 집어  있지만 생각해볼 거리가 많은 책을 좋아하는 


강인선, 《여기가 달이 아니라면》(아웃사이트, 2021)


간략한 내용 설명

— 2003 이라크전쟁 발발 당시 종군기자로 전쟁 현장에 있었던 기자의 책입니다. 전쟁 발발 직전부터 기자로 누빈 현장 곳곳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저자는 다른 종군기자들에 비해 꽤 늦게 한국으로 돌아온 편인데요. 그래서 전후(미군이 이라크에서 완전히 철수한 건 훨씬 더 나중의 일이지만) 상황에 대해서도 살짝 담겨 있어요. 2000년대에 출간됐던 책이지만 2021년에 개정판이 나왔습니다.


좋았던 

전쟁의 이면이 성실하게 기록돼 있어요. 저는 전쟁 영화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전쟁’ 하면 생각나는 장면이 늘 영화 같은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포탄과 폭발, 비명과 고성, 도주와 매복 같은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이 책에 그런 장면은 거의 없습니다. 저자가 겪은 전쟁은 그런 게 아니었거든요. 모래바닥에서 잠을 자고, 갑자기 울리는 생물화학무기 경보에 방독면을 뒤집어 썼다 벗고, 끊임없는 모래돌풍과 싸우고… 뭐 그런 것뿐입니다. 실제 전쟁에 들어간 이들의 마음은 굉장히 초조하지만 일상은 반복되고 지루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극한 상황에 몰린 인간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끊임없는 이동과 기다림이 반복되는 곳이긴 하지만 어쨌든 저자가 있는 곳은 전쟁터잖아요. 저자를 비롯한 기자들도, 이곳에 오게 된 미군들도 모두 죽음을 품고 살아갑니다. 실제로 머리통이 날아간 시체를 봤다는 얘기도 나올 정도고 기자들도 여럿 죽었습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전쟁터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모습을 꺼내놓아요. 최전방에 가고 싶다며 허세를 부리던 기자들은 두려움에 히스테릭해지고, 강철 같던 군인이 남이나 다름없는 기자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 몰린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미군이나 미국 기자가 아니라 좀 더 객관적인 시선이 있어요. 전쟁 한복판에 있긴 했고 미군들과 두터운 관계가 되긴 했지만 저자는 한국인이잖아요? 그래서 이라크전쟁에 대한 시각이 객관적이라는 인상을 많이 받았어요. 실제로 전쟁의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의 존재가 끝내 확인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을 하기도 합니다.

막강한 군사력을 자랑한다는 미군조차 주먹구구더라고요. 2000년대 초반이라 GPS조차 제대로 다룰 줄 몰라 길을 잃기도 하고 적군의 정보를 잘못 파악하기도 합니다. 사실 이건 좋았던 점, 이라기보다는 이 책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 중 하나였어요.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있어서였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역시 영화 같은 미군의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사족

제목 ‘여기가 달이 아니라면’은 저자가 전쟁터에서 실제로 뱉었던 말이더라고요. 이라크 사막은 정말 모래바람과 돌풍이 끊이지 않는 곳인데 그래서인지 표지 사진 같은 분위기를 풍길 때가 많았나 봐요. 전 이 부분을 읽으며 달 같은 이라크 사막을 떠올려보려 했는데 상상이 안 되더라고요.

참전했던 많은 미군이 PTSD를 많이 앓다 자살을 하거나 누군가를 죽인다는 기사를 봤습니다(<아메리칸 스나이퍼>는 실화를 다룬 영화인데요, 주인공인 스나이퍼(브래들리 쿠퍼) 역시 PTSD를 앓던 군인에 의해 목숨을 잃습니다). 정말 누구를 위한, 무엇을 이루기 위한 전쟁일까요? 생각이 많아집니다.



날이 너무 싸늘한데, 겨울보다 더 추운 건 역시 인간인 것 같아요.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만 더 따스한 겨울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손 번쩍 들어 인사 보내요. 그럼 이만!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07943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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