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계속 괜찮다
11월, 나는 루틴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짧게라도 운동을 하고, 글을 쓰고, 나를 돌보는 일상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시작은 생각보다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냥 하자’는 마음으로 움직이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막상 계획을 세우고 구상을 하다 보니 마음이 쉽게 따라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괜찮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10월보다 더 바빠진 스케줄 속에서,
사람들과의 약속 사이에서 루틴을 챙긴다는 게 어려운 일이란 걸 안다.
특히나, 나는 날씨의 영향을 너무 많이 받는 사람이니까.
11월의 제주 바람은 유난히 날 세게 흔들어놓았다. 흐린 하늘을 보면 금세 마음이 가라앉고,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계획들이 무너지고, 맑은 오후를 만나면 다시 기분이 올라왔다.
평소에 나는 날씨 하나에도 마음이 요동치는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곰곰이 들여다보니, 그건 내가 외부에 쉽게 흔들리는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내 감정에 누구보다 솔직하고, 내 안의 변화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어떤 상태인지,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에 민감한 사람.
그래서 날씨도 마음을 건드릴 수 있는 사람.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을 거라고 믿는다.
11월 나는 유튜브를 시작했다.
그냥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제주에 살면서, 제주를 누구보다 좋아하면서, 이곳의 자연이 나에게 큰 안식처가 되어주는데도
정작 오래 남길 방법이 없었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매섭게 불던 바람도, 하루 종일 흐렸던 날도, 갑자기 쏟아지는 우박도,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이어지는 맑음도
제주는 내 마음을 들뜨게 하고 설레게 한다.
그래서 기록하고 싶었다.
기록하지 않으면, 이 감정도 언젠가 희미해질 것 같았다.
요즘은 내일의 나도 잘 모르겠다.
2025년에 계획했던 일들이 무엇이었는지조차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모든 일들은 결국 나에게 다른 기회를 데려다주었고,
지금의 내가 알게 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주었다.
그래서 올해의 마무리는 이렇게 하고 싶다.
“내 주변을 잘 챙기자.”
“지금 이 순간을 잘 즐기자.”
2026년에 나는 또 어떤 삶을 살지 모른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나는 분명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살아갈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내가 생각하는
‘행복하고 성공한 삶’에 조금 더 가까워질 거라고 믿는다.
11월의 나도, 남은 시간도.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