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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 거울 /초록慧

by 초록



내 사랑의 끝은 결국 나였어.



사랑의 그 사랑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때,

나는 한참 서툴렀고



사랑에게서 그 사랑을 받았을 때,

나는 너무나 지나쳤고



사랑이 그 사랑을 떠나가니,

나는 다시 내가 되었어.



사랑을 잘 몰라서

내 전부를 다 주었고



떠내려간 사랑을 붙잡다 또다시 깊은 곳으로



나 잠겨가고 있어.



나의 어린아이는 어둠을 먹고 자라

처음 보는 반짝이던 눈속임에 앞이 멀어서



두 다리가 하늘을 향해 자라나더라도

그저 다시금 어둠을 헤매고.



어둠을 헤매다 깊게 잠긴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져

그제야 지친 거울을 바라보았다.



어두워진 시야에

비틀거리는 몸짓으로



앞으로, 또 앞으로



고개를 들어 바라본

거울 속에는



낡아 흩어져 가는

검은 그림자 하나가.



여리게, 아주 여리게



울고만 있구나.



그렇게 나 옅게만 사라져 가고 있구나.



<심해 거울> By 초록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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